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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Mar 24. 2025

에피소드 컷 7... 마음을 움직이는 힘

세심한 관심, 사소한 마음

몇 년 전, 친구가 호들갑스럽게 자랑하며 나를 데려간 곳이 공릉 역 근처 퓨전 식당이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친구인데 말이지. 그 친구 입맛을 사로잡았다면 음식 맛이 중간 이상은 당연했다.


식당퓨전 짬뽕집이다.

다양한 짬뽕은 국물 있는 파스타처럼 부드럽고, 뜨끈함은 중국식 직화 짬뽕 같다. 시그니처인 백뽕의 크림맛이 감도는 부드러운 국물맛은 크림 맛이 느끼할 듯하나 매콤한 맛을 가미해 느끼함을 지워주고 다양한 해물은 담백한 맛을 살려주었다.



내가 댄스강습을 시작하면서  식당이 바로 근처임을 몇 달 전에야 알았다. 댄스 친구와 둘이 가서 먹은 후 한 달 뒤쯤에 셋이  들렀다. 그리고 한참을 잊었다.


얼마 전 댄스가 끝난 후 뜨끈한 짬뽕이 생각나 친구와 함께 들렀다.


식탁 위에 놓인 커다란 메뉴판을 보며 우리가 먹었던 메뉴를 찾았다.  


아차, 우리 둘 다 그 시그니처 백뽕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잊었다. 아니, 그저 그림만 보고  시키니 그것이 백뽕인지 뭔지 입만 말했을 뿐, 기억에 없었다. 그런데 다시 와 시키려니 도대체 뭔지 가물가물...  으~~ 인지 노화를  실감했다.  


"우리 뭐 먹었지? 이거? 이건가? 부드러운 크림맛이었는데..."


"백뽕?"


메뉴판을 보고 설명을 봐도 혼선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이건가 저건가...


두 번 먹었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는ㅡ차로 달리기는 해도 차는 모르는ㅡ  아줌마 둘임에 틀림없었다.


우리가 백뽕을 가리키며, 긴가 민가하고 있을 때, 분명 여사장님이야.ㅡ예전에도 있었고 젊은 부부가 하는 듯했으니까ㅡ 그 주인장께서


 "손님들 전에 그거 드셨어요." 한다.


"아하 그랬군! 그럼 하나는 이 로제뽕이다."


우리는 두 개를 주문했다.


"우리가 왔던 게 적어도 두 달은 넘었는데, 우째 기억을... 호 대단하다. 그지?"

둘이 속삭였다.


주인장께 엄지를 날리며,

"어떻게 기억하세요?"


주인장이 빙그레 웃으며 덧붙인다.


"전에도 그 자리에 앉으셨는걸요."


메뉴야 시그니처라 보통 그것이 많이 팔리니까 넘겨짚은 것일 수도 있고, 작은 식당이라 해도 인생맛집이라고 수많은  손님들이 오고 가는데, 도대체 어찌 기억을 하는 건지...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걸요." 하니 씨익~ 웃기만 하시네.


대단히 총명한 주인장 아닌가! 지나치는 손님들이 무척 많은데 우째 다 기억을...


우리는 둘이 놀라 눈만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무언의 약속, '여기는 이제 우리 단골이야.'


혹시 우리가 그리 눈에 띄는 정신 사납게 한 손님이었나....?


메뉴가 나오니, 친구는 속부터 뜨끈함이 채워져 있는 부드러운 크림 짬뽕 국물부터 신나게 먹었다. 추운 날에는 이래야 제맛이라며... 맛있게 싹싹 비웠다.




맛도 맛이지만, 지나치는 손님을 기억해 준 고마움에 우리는 '단골'로 지정했다.


역시 식당 서비스업종에서 손님을 기억해 주는 관심은 사장님의 미덕인가!


눈썰미 좋은 것은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데 큰 강점이 된다.


사람의 마음이 이러하다.

'손님 전에 그 자리에서 그거 시키셨어요.'란 말 한마디는 주인장의 손님에 대한 관심이 되었고 그 관심으로 우리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주인장은 단골손님이 생겨 이득이요,

손님은 훈훈한 마음 얻어 이득이다.


세심한 관심으로 따듯하고 훈풍이 도는 사회가 되는구나!


사람의 마음이 거듭~~ 이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마음조차 스쳐 지나가는 인과(因果)의 바람임을... 그래도 기왕이면 사람 사이 이런 훈풍이 낫지 않을까...



그날, 여사장님의 이 두 마디에 내 마음이 반했다.

"손님들 전에 그거 드셨어요."

"전에도 그 자리에 앉으셨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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