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향으로 미래로만 달리던 현재의 불안
오래전 과거의 영향으로 미래로만 달리던 그 당시 현재의 불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구체적 모습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달라진 변화의 흔적을 아래 에피소드에서 보여드립니다.
결혼 후부터 나타나는 불안의 모습들은 신랑과의 문제, 아이들의 문제 등 가정생활 곳곳에서 나타났다.
유비무환의 결과라면 의도된 거라 괜찮다. 그러나 나는 걱정의 노예가 되어 버린 듯 현재를 미래의 할 일로 채워갔다.
미리 준비하고 미리 해결함으로써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그러나, 누구든 다 아는 명제.
'일은 끊임없이 있고, 미리 해결했다고 해서 문제 발생이 끝나는 법은 절대 없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늘 바쁘게 일을 서둘러 처리해 갔다. 그뿐이랴, 사안에 따라서는 미리 해놓아도 그 일이 있을 시점이 오면 일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특히 직장에서는 자주 그랬다. 예를 들면 '계획서를 언제까지 제출하세요.' 하고 오더가 떨어지면 마음이 불안하니 계획서를 일찍이 다 작성한다. 그 계획서는 제출하는 날까지 계속 수정해야 했으며 나는 괜한 불안 속에 전전긍긍했다. 게다가 난 성실했고, 완벽주의였다.ㅡ남들 보기에는 그렇고 나는 불안증 환자였지. ㅡ 뭔가 허점이나 수정 요소가 눈에 보일 때마다 수정을 반복하다 보니, 남들에게는 완벽함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나는 고단했고, 기진맥진했다. 불안해서 늘 보고 또 보고 하는 것을 누가 알랴.
절대 시간은 날 돕지 않고, 운명도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았다. 일의 수레바퀴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돌았다. 가정, 직장 일에 치이다 보니 나를 위한 시간은커녕, 쉼도 없고 모든 시간을 미리 끌고 가는 형상.
온 우주를 혼자 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는 그런 모습으로 불안이 나를 괴롭히고 있음을 몰랐다. 단순히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안 됐다. 혹사시킨 내게 너무나 미안하다.
이런 모습이 가족들에게 좋아 보일 리 없다.
특히 나의 불안증은 인간적 도리에 부딪쳤다. 늘 피곤하니 토요일은 금요일이었고, 주일은 월요일이었다.
토요일은 지쳐서 주의 막바지 금요일 같았고, 주일엔 몸은 일요일 속에 있었으나 정신은 이미 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에 가 있었다. 그러니, 주일에 있는 행사, 모임 등은 쥐약이었다. 지친 몸은 구역질 나도록 움직임을 거부했다. 쉰다고 쉬는 게 아님을 불안증 환자들은 다 알리라. 정신이 피곤하니 몸은 더 힘들고 이유 없이 아프기만 했다.
몇십 년을 그리 살았으니 내 몸이 성할 리 없다.
어른들을 뵈러 가야 하면, 불안했다. 빨리 갔다 와서 내일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니 편한 장소가, 편한 대상이, 편한 만남이 하나 없었다. 오로지 젊은 생기로 버틸 뿐이었다.
주말마다 시댁에 가야 했다.
여느 며느리들처럼 나도 시어머니가 어려웠다. 시어머니께서 무섭거나 경우가 없거나 인정이 없는 분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두려웠다.
결혼 전, 지인 중의 한 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 ㅇㅇ야, 친정엄마가 안 계시니 시어머니 사랑이라도 받고 살렴."
살갑게 잘하라는 말씀이셨겠다.
처음에 멋모르는 나는 어머니께 진짜 친정어머니처럼 철없이 생각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는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며느리 노릇을 뭐 제대로 배운 게 있어야지.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관습적인 역할을 많이 따지시는 분이다. 게다가 자식들에 대한 정이 깊으시고, 고생하며 키우신 만큼 기대치도 엄청 높으셨다. 친정이 변변치 못함을 못마땅해하신 것은 당연하다.
친정 그늘이 그리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을 그대로 받는 신세, 쏟아지는 빗속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어야만 하는 신세, 추운 겨울 들판 한가운데서 갈 곳 없이 주춤대는 신세랄까. 비유를 들다 보니 진짜 그랬네.
어머니 전화를 받으면 가슴 철렁.
시댁 가는 날이면 도살장 끌려가는 소가 따로 없었다. 억지로 신랑 손에 이끌려 가는 날마다 위가 괴로워했다.
끅끅 끅끅 ~~
시어머니의 기대치가 높았던 반면, 며느리인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혜롭게 대처하지도 못했고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했다. 첫 출산 후부터는 몸이 많이 아파 일도 시원시원하게 해내지 못하니, 어디 하나 맘에 드셨을 리 없다. 그래서 실망하시고 열불이 나셨던 것이다. 그런 마음이 내게는 독화살로 날아오고 나는 더더욱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어머니께서 왜 그리하셨을까 모두 이해하지만, 철딱서니 없고, 뭘 몰랐던 그 시절의 나는 내게로 향한 그분의 모든 미움뿐 아니라, 인생 설움까지도 받아내야만 하니 마음엔 늘 응어리가 졌다. 불안이 있는 데다가 무서운 시어머니로 마음은 거의 피폐였다. 시댁 가는 것이 가장 두렵고 불안했다. 막상 가면 인정 있고 마음 약한 어머니시라 함부로 하지는 않으셨는데, 퉁퉁거리시며 화나신 듯하면 좌불안석 딱 그랬다. 난 늘 시댁에서 앉지 못하고 귀퉁이에 살포시 기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말도 없으니 더 맘에 안 드셨을 것이다. 시댁에서 시간만 가라 하고 때우기식으로 생각하는 며느리라면 어느 누가 맘에 들었을까나. 이도 저도 다 보이는데 말이다. 어머니 입장 충분히 이해한다.
살갑게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거리 두면 더 위축되어 스스로 멀어지는 성격인 나는 어머니를 계속 두려워했다. 그래도 속마음은 따듯하신 분이라 싫지는 않았다. 잘 지내며 사랑받고 싶었다.
과거의 이야기.
넋두리 같지만, 나에게는 치유가 되는 글이다. 과거의 이런 모습도 내 모습이다. 풀어놓아야 내 마음이 온전히 치유될 것 같아 쓴다.
어제란 부도난 수표이고 내일은 보장 없는 어음이며 현재는 사용 가능한 현찰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부도난 어제의 수표에 기댈 것 없고, 부도날지 모를 어음도 믿을 게 못된다. 그저 현재 사용가능한 현찰이 최고라는... 현재의 삶을 지혜롭게 살라는 말이겠다.
현재를 사는 일이 이리 중요하다.
나의 변화에서 가장 천천히 크게 변하는 것은 바로 생각의 변화입니다.
Ep1.
행복한 날들이 지속된다.
'이래도 되는가.'
불안이 따른다.
예전의 나는...
'이건 내가 누릴 복이 아닌데...
아, 지금부터 마음 준비를 해야지. 다시 올 불행에 힘들어지면 몸도 아프고 버티기 너무 힘들어. 이 행복에 젖지 말자.'
늘 이랬습니다.
지금의 나는...
'오~ 넘 행복해!
인생 뭐 있어~ 즐겨야지.
지금 행복을 맘껏 누리자. 언제 불행이 올지 모르니... '
그렇지만 불행이 언제 올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올 때 오겠지.
Ep2.
오늘은 치과 가는 날.
준비하고 나오려는 데 무릎 슬개골에 통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그냥 느껴져서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다.
예전의 나는...
'잉 무릎이 왜 아프지?
어제도 괜찮았는데. 에이 운동이랍시고 한 게 무리였나. 어쩌지. 한참 지하철 타려면 계단 내려가고 오르고 해야는데......
담 달에 댄스 시작하려는데 할 수 있을까.'
난 늘 어찌 변할지 모르는 미래를 미리미리 걱정했다. 그리고 자책했다.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너그럽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일단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자책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음~ 무릎이 아프네. 요즘 많이 걸어서 무릎이 힘들었나 보다.'
'관절 부드러워지게 저녁엔 따뜻한 물에 반신욕 해줘야겠다. MSM도 잘 챙겨 먹고.'
생각의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