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으로 인한 그리움이겠지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새엄마를 맞은 그해 가을 어느 날.
ㅇㅇ에서 막내 이모라는 분이 오셨다.
ㅡ내 사는 동안 딱 세 번인가 뵌 것으로 기억한다.ㅡ
여섯 살의 나에게 새엄마의 첫인상이 좀은 세련되어 보였고, 얼굴도 희고 예뻐 보였는데, 동생도 사근사근 친절했고 예뻤다.
경상도에서 경기도까지 꽤 먼 길을 오셨다.
큰 도시에서 온, 낯설지만 젊고 예쁜 이모에게 꽤 호감을 느꼈다.
새엄마와 이모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이모는 낯선 시골을 구경하고 싶었었나 보다.
젊은 아가씨였던 새이모는 나를 앞세워 집을 나왔다. 살랑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시골길을 걷는 낯선 새 이모를 졸졸 따랐다.
예전에 나 살던 고향에는 길마다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있었다.ㅡ 요즘엔 코스모스 비스끄레한 꽃, 금계국이 많던데. 예전에 그리 흔하던 코스모스만큼 예뻐 보이지 않는다. ㅡ
집을 나와 집 앞으로 난 큰길을 따라 주욱 걸어가면 길가로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한들거리고 있었다.
솔솔 부는 가을바람
청아하고 공활한 가을 하늘
그 하늘 끝 지평선에 맞닿아 보이는 알록달록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춤까지 추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부푸는 것은 그날의 새이모 때문이다. 일종의 짝사랑이었을까.
새이모는 가을바람에 얼굴을 부비듯 미소띈 그윽한 얼굴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걸었다. 곁에서 따라가며, 보는 그 모습이 참 예뻤다. 말없이 살랑살랑 걷는 새 이모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게 행복했다.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활짝 핀 길에 들어설 때였다. 바람과 하늘에 집중하던 이모가 내 손을 잡았다. 따듯했고 기분이 좋았다.
고개를 떨군 이모는 하늘 대신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 손을 꼬옥 잡은 채...
코스모스 길을 걸으며 새이모도 기분이 퍽 좋았던 모양이다.
이모의 콧소리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노랫말이 터져나왔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집에서 말할 때는 사투리 억양이 퍽 낯설어 이상했는데 노래를 부르니 목소리가 훨 곱게 느껴졌다.
처음 본 새이모와 걸었던 코스모스 길.
처음 들은 그 노래.
나른할만큼 한적했던 시골길의 코스모스.
한들거리던 코스모스는 이모가 부르는 노래의 반주였다. 쿵작쿵작~~
새 이모의 모습, 그 분위기는 여섯 살의 어린 나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아롱졌다.
이모도 내가 낯설어서였을까.
아무 말 없이 걸었던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다.
새이모의 따듯한 손의 여운과 흥얼거림, 날리던 원피스 자락, 모든 것이 꿈결 같았다.
새어머니께도 말씀드린 적이 없다. 풋풋한 젊은 아가씨였던 새 이모의 모습. 말없이 웃어주기만 했던 모습. 난 따듯한 이모로 기억하고 있다.
과거의 문을 여니 먼저 보인 것이 새이모와 손 잡고 코스모스 길을 걷던 여섯 살의 낯익은 모습이었다.
코스모스 길을 걷던 그날의 소망에게는 '그래 지금 네가 행복하다니 나도 좋아!'
나는 아직도 코스모스 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슬픈 그리움은 아니다.
그 날 이후, 이모를 두 번인가 더 보았지만, 이모는 나의 마음만큼 아니었다. 나에 대해 덤덤한 그냥 낯익은 아줌마였다.
"니가 그 작은 소망이가?"
"예."
그게 다였다.
사람을 이해하는 지금의 나는 달려가야 한다. 결핍으로 인한 그리움. 그 그리움에 또 슬펐을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소망, 친외가도, 새외가도 모두 그립지?
한 폭의 그림처럼 네 가슴에 늘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던 이유. 어른이 되어서도 가을이면 가끔 아무 때나 흥얼거리던 이유. 그것만으로 된 거야.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그리움에 젖어 울지마. 내가 있어줄게. 사랑한다."
내 기억 속에 가장 오래도록 예쁘게 그리움으로 피어있던 꽃... 코스모스!
사람도 영원히 모르는 나의 이 그리움을 코스모스는 알까요?......
추억의 흔적을 찾아 세번 째 문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