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다들 한 번은 해본 놀이.
인형놀이, 소꿉놀이보다 남자애들과 어울려 구슬치기, 공놀이를 더 많이 했던.
개중 숨바꼭질만큼 희한한 난이도의 놀이도 없다고 생각.
동네에 한 명씩 있는 흔한 ‘동네바보’ 역의 아이는 숫자 100을 제대로 세고 있나?
어디에 숨어야 들키지 않고 잘 버틸 것인가.
작은 몸집일수록 유리하고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잘 참을수록 오래가는 그 놀이.
언제나 그렇듯 술래는 싫다.
적진을 찾으러 다니는 심정으로 수색을 하는 동안
숨어있는 아이들은 내 범주를 피해 잘도
‘나는 살았다!’라고 외친다.
약 오른다.
찾았다 싶으면 나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술래의 자리로 가 벽을 친다.
내가 또 술래를 할 거라고 좋아죽는다.
약 오른다.
숨어있어도 이내 들키고 만다.
달리기가 빠르지 않다.
또 술래다.
이번에도 100을 센다.
그리고 대충 찾는 시늉을 한다.
슬슬 따분하다.
나만 하는 술래 따위..
너네끼리 놀아버려-
얼마를 걸었으려나..
나보다 세네 살 많은 오빠가 저 멀리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는 현장에 없다.
“땡땡 아! 너 어디가?”
“집에 간다!”
“왜에?”
“재미없어서~”
술래가 찾지 않자 알아서 튀어나온 아이들은 집으로 가고 있던 나를 불러 이유를 캔다.
벙찌는 그들을 뒤로하고 유유히 가던 길을 간다.
내가 재미없다는데 계속해야 할 이유를 몰랐던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갈게’ 정도는 했어야 했나..
내가 찾을 줄 알고 계속해서 숨어있던 걸 생각하니
조금 웃기고 미안하다.
그렇지만 너네도 내가 여자애라고 만만하게 본 거 안다. 술래가 반복되면, 가끔씩 말없이 사라지곤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노트의 앞면 캐릭터를 보여주며 4학년 언니에게 물었다.
“언닌 애가 좋아? 아님 애?”
한참을 고심한다. 고르지 못한다.
훗, 이게 뭐라고…
노트를 뒤집어 손가락으로 찍는다.
“난 애!”
4학년 언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예시를 보여준 거지 나도 꼭 앞에서 골라야 한다는 법도 없는데..또라이 취급을 한다.
인정.
커서 이야기 하니까 다들 나더러 뭐라고 하네?
전교생을 다 꼬집고 다닌 이야기도 하라던데,
초1이면 한창 전교생쯤은 꼬집고 다닐 나이 아냐?
내 자전거가 농락당하고 있었다고!
그에 비해 어른은 어렵다.
하기 싫고 재미없다고 집에 가면 안 된다.
떠날 때 제때 못 떠나고, 아니다 싶을 때 아니다!라고 하지 못한다. 복수를 한답시고 꼬집지 못하는 어른이라는 건 참으로 많은 걸 참고 몰라도 능숙하게 해야만 한다.
지금 숨바꼭질을 한다면..
꼬집지 못했던 원흉들을 싸그리 모아놓고 영원히 찾지 않을 것이다.
복수도 낳지 못하게 짱박혀 살아봐 어디.
순수하게 시작해서 복수극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