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승에게.
오랜만이다 영승.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졸업식 날 함께 왔던 제수씨와는 어떻게 잘 되고 있는지.
엉아는 여기서 추억에 남을 만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주 버라이어티 하지.. 넌 어떠니?
강의시간을 땡땡이와 잠으로 채우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너에겐 특히 궁금한 게 많아.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얘길 나누고 싶구나.
5월 15일 정오까지 피카디리 앞 햄버거 집으로 오너라.
토요일이니 시간 낼 수 있겠지.
장소를 모르면 현덕에게 물어보거라.
아니 함께 나와라. 약속 시간에 늦지 말도록 하고.
다른 선약이 있더라도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면
취소하고 꼭 나와 주길 바란다.
서울에 있는 게 아니라서 너는 몰라도 난 그때 밖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구나.
연락이 닿으면 형식이도 꼭 나오라고 전해라.
형식에게도 편지를 보내겠지만 한 달쯤 전인가?
집을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만약 지금까지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내가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까.
편지 길게 쓰지 않겠다.
그때 만나서 얘기하자.
1993. 5. 5
- 너의 벗, 소슬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