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1.] 조용히 곱하기 365.
D-121. Sentence
"제자리처럼 보이는 당신의 속도를
조용히 곱하기 365로 계산하라."
바로 그거다.
제자리처럼 보이는 지금 나의 속도.
아침에 일어나서 감당해야 할 일정에 따라
몸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머릿속은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답답함.
그 보이지 않는 내 안의 무거움이
나를 더 활기차고, 달려가게 만들 일은 만무하다.
한 때 앞으로 쭉쭉
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프로젝트 3개와
강의 여섯 과목을 연달아 병행하며
정신없이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무언가 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정체된 듯 멈추어선 듯한 지금이다.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지.
무엇을 더 해보아야 할지 흐릿하고 보이지 않는다.
제자리처럼 보이는 나만의 속도에
조용히 365를 곱하라는 니체의 명언이
무거움으로 가라앉은 나의 마음을
잠잠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듯하다.
정답은 없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용히 담담히 감당해 가는 것뿐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스쿨버스를 타고 안성에 내려와
열심히 수업 중에 있다.
다음 주 부산에서 있을 특강자료를 정리하여
교수님께 전달하며 점심약속을 잡았다.
수업과 수업 사이,
이번 달까지 제출해야 하는
2024년 연구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리며,
저스틴 휘트먼 얼리의 <크리스천 일상정리법>을
틈틈이 읽었다.
간단하지만 매일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벌써
121번째 브런치글을 쓰고 있다.
적다 보니,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이리도 답답할까.
앞질러 가는 사람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할 일들에 조용히 곱하기 365.
조용히. 잠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