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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 단어의 습관. 브랜드 언어의 뿌리.

[브랜드 언어] 단어는 내 감정의 패턴이며, 브랜드 언어의 뿌리다.

by Mooon

[Re:me | 브랜드의 언어 02]

단어는 내 감정의 패턴이며, 브랜드 언어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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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습관 (Linguistic Habit)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 속에는 감정의 흔적, 정체성의 결, 그리고 내면의 방어기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어의 습관은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감정의 리듬이며 브랜드 언어의 기초 패턴이다. 자주 쓰는 말은 감정을 설명하고, 감정은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 정체성은 곧 브랜드가 된다.



SCENE | 반복되는 말의 무게


“괜찮아요.”

“잘 지내요.”

“감당할 수 있어요.”


나는 이 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다. 누군가가 나의 상태를 묻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힐 때, 혹은 내가 스스로를 다잡아야 할 때. 그 말들은 입에 익은 말버릇처럼 툭 튀어나왔다. 가장 손쉽게 상황을 덮을 수 있는 언어, 가장 빠르게 나를 정리해주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익숙한 단어들이 정말 나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 마음은 분명 힘들었는데, 왜 나는 그 힘듦을 부정하듯 “괜찮다”고 반복했을까. 사실, 나는 수도없이 흔들리고, 때론 버거웠고, 도무지 잘 지내고 있지 않았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나는 무너지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겉으로 버거움과 고통을 드러내는 건 곧 패배 선언처럼 느껴졌고, 한 번 입 밖으로 나간 그 감정은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회복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입에 단 말을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괜찮아, 너는 견딜 수 있어”라는 자기암시로 마음을 통제했다. 그 말들은 위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인드컨트롤의 주문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저 감정을 감추기 위해, 상황을 조용히 넘기기 위해 반복한 자기방어적 언어였다. 나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칭찬에도, 위로에도, 응원에도 내가 꺼낸 말들은 내 내면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기대하는 ‘괜찮은 사람’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낸, 습관화된 감정의 방어기제였다.



SIGN | 익숙한 말, 감춰진 마음


감정은 언어를 타고 흐른다. 하지만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두렵고 버거울 때, 우리는 언어를 방패처럼 사용하게 된다. “괜찮아요.” 이 짧은 한마디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는 엄마, 성숙한 어른, 강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지키는 말.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건 감정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나의 흔들림을 들키는 것이 무서웠고, 그로 인해 관계가 틀어질까 봐, 스스로에게조차 감정의 진심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힘들어요”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 말을 인정하면 나는 정말로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래서 감정을 솔직히 꺼내기보단, 그 감정을 감춰주는 ‘말의 갑옷’을 입었다. 그 말이 “괜찮아요”였다. 되풀이되는 그 단어는, 마치 훈련처럼 나를 다잡고 억누르고 가두었다. 언어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감정을 봉인하는 테이프가 되어버렸다. 나는 감정이 말이 되는 과정을 따라온 것이 아니라, 말이 감정을 덮고 지워버리는 과정 속에 있었음을. 반복된 말은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결국 내 내면과 진심을 닫아버렸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 말은 어떤 감정을 반복하고 있었을까?’


자주 쓰는 말은 단지 말버릇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붙잡고 있었던 감정의 패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말의 결은 곧 나의 감정의 결이고, 그 감정의 결이 쌓여 나라는 사람의 정서적 분위기, 그리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브랜드 언어는 화려한 슬로건이나 멋진 한 줄로 시작되지 않는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말이 감정의 지문이 되고, 그 지문이 나만의 브랜드 결이 된다.



SHIFT | 말의 선택, 브랜드의 방향


“괜찮아요.” 그 말 속엔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누군가를 실망시키지도 않으며, 어디서든 무던하게 버틸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너무 익숙해질수록, 나는 점점 내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해졌다. 감정을 드러내면 유약해 보일까 봐,

솔직한 표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염려했고, 결국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기 위한 언어만 골라 쓰게 되었다. 그 말들은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지만,사실은 나를 점점 희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 감정의 결을 흐리게 하고, 내 언어의 고유함을 지워버렸다.


그래서 나는 “진중하게 거부하는 습관”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말을,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정제하기로 했다. ‘지금은 조금 어렵습니다’ ‘이건 저에게 의미가 큽니다’ ‘사실은 솔직히 서운했어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한다. 물론 아직도 망설여진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한다는 건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보다, 진짜 나를 표현하는 말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그 말들이 모여 나만의 브랜드 언어가 될 거라 믿는다.


브랜드 언어는 감정을 포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직면하고 언어화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말을 멈추고, 의식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선택하는 그 순간, 그 말은 나의 새로운 정체성을 말해주기 시작한다. 자주 쓰는 말은 단지 말버릇이 아니라, 내가 어떤 감정에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상처를 외면해왔는지, 어떤 삶의 태도를 선택해왔는지를 드러내는 감정의 리듬이자, 브랜드의 시그니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 언어를 숨기지 않는다. 브랜드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말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SAY | 오늘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말을 자주 사용하나요?

그 말은,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인가요?

당신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인가요,

감정을 덮기 위해 자동처럼 흘러나오는 습관인가요?


혹시 당신도, 나처럼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괜찮아요’를 입에 달고 살진 않았나요?


브랜드는 멋진 표현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말 속에 숨은 감정, 그 안을 들여다보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무심코 반복하던 그 말은, 사실 내 감정의 결이었고, 그 감정은 나를 이루는 정체성이며, 그 정체성은 곧 브랜드 언어의 뿌리였습니다. 이제는 물어야 합니다. “내가 자주 쓰는 그 말, 진짜 나를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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