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언어] 글을 쓰는 나, 말로 표현하는 나
[Re:me | 브랜드의 언어 07]
글을 쓰는 나, 말로 표현하는 나
매체 간 전이 (Medium Shift)
말과 글이라는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의 간극을 오가며, 브랜드 정체성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말은 즉각성과 생생한 감각을 지니지만, 순간의 속도와 감정에 휩쓸려 의도가 흐려질 때가 있다. 반면 글은 시간과 거리를 두고 생각을 다듬으며 구조와 맥락을 부여한다. 이 두 매체의 장점을 번갈아 활용할 때, 브랜드는 단일한 목소리를 넘어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언어를 갖게 된다.
SCENE | 머무른 장면
사람 많은 자리에서 대화가 한창일 때였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머릿속에서 문장을 고르고 다듬는 사이, 대화는 이미 다음 주제로 넘어가 있었다. 순간 내 표정에는 잠깐의 공백이 스쳤다. 나는 그저 웃으며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수십 가지 답이 떠올랐다. 늘 그렇다. 순간에는 떠오르는 않아 버벅대거나 입을 닫고 있다가도, 시간이 지난 후 곱씹고, 생각을 정리하며 혼자 그 순간을 되뇌이고, 정리한다. 그날 밤도 ‘아,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라며, 나는 그 말을 글로 적었다. 종이에 남긴 문장은 훨씬 명확하고, 내가 전하려던 마음의 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SIGN | 감정의 단서
나는 말이 없진 않지만, 내 안에 진짜 말을 꺼내는데는 느린 사람이다.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말 속에서는 감정이 제대로 담기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과장되기도 한다. 목소리의 높낮이나 속도가 의도와 다르게 감정을 왜곡할 때도 많다. 기분이나 감정이 겉으로 다 드러나는 미숙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나를 ‘의도가 잘 안 읽히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런데 글에서는 다르다. 시간과 거리를 두고 한 단어, 한 문장을 고르며 나를 표현할 수 있다. 하루를 정리하며 메모한 문장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나의 의도를 담고 있고, 때로는 내가 잊고 있던 방향을 다시 보여준다.
SHIFT | 방향의 틈새
예전에는 표정보다 ‘말이 느린 나’를 단점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이 또한 브랜드의 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순간에는 말로, 깊이 있는 설득이나 정리가 필요한 순간에는 글로. 때로는 말하지 않는 침묵도 선택한다. 침묵은 오해를 줄이고, 글로 옮겨졌을 때 전혀 다른 의미와 힘을 얻는다. 이렇게 말과 글, 그리고 침묵까지를 오가며, 나의 목소리는 하나의 면이 아닌 여러 결을 가진 존재로 확장되고 있다. 말이 주는 현장감과 글이 주는 구조, 그리고 침묵이 주는 여백이 서로의 빈틈을 채운다.
SAY | 내 안의 문장
당신은 ‘말하는 나’와 ‘글 쓰는 나’ 중
어느 쪽이 더 진짜라고 생각하는가?
그 둘이 오가며 만들어낸 나의 목소리가,
당신의 진짜 얼굴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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