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4] 홍천
D-284. Sentence
홍천
느낌의 시작
오늘 내가 만난 문장 중에 ‘홍천’만큼 임팩트 있는 건 없었다. 그 두 글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Re:me라는 이름으로 엄마 퍼스널브랜드 워크샵을 진행한 공간이자, 오랫동안 준비해온 꿈이 현실로 서 있던 장소였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자그마치 Re:me의 첫 워크샵이었다. 홍천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전날 새벽까지 특강 자료를 고치고 또 고쳤고, 워크샵에 사용할 책갈피를 만들며 손이 닳도록 준비했다. 아침엔 “힘내라”는 응원과 함께 선물받은 김밥과 에너지드링크, 가평휴게소에서 사랑하는 호두과자를 사먹으라는 용돈까지..모든 마음들을 다 차에 싣고 출발했다. 차가 막힐까 일찍 떠난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고, 고즈넉한 초등학교 풍경은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으로 반겨주었다.
보건교육실에서 PPT를 셋팅하고, 어머님들이 앉으실 책상을 배열하며, 우리가 만든 재료들을 꺼내 놓았다. 두 달 전, “이 아이디어 어때? 한 번 해볼까?”라고 말했던 시작이 이렇게 빠르게 현실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1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오늘만큼은 낯설게 긴장되고, 동시에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이 있었다.
시간이 되자, 어머님들이 하나둘 들어오셨다. 문화예술사 전공 친구가 워크샵의 시작을 열었다. 엄마로 살아가며 돌아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감정의 문이 열렸다. 숨겨두었던 나다움, 존중받고 싶은 마음,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무기력,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도 잊고 살았던 현실. 이야기 속에서 눈물이 맺혔다.
나는 친구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 가치를 조금씩 드러내고 쌓아간다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두 시간은 너무 짧았지만, 우리가 상상만 했던 엄마들의 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귀하고 진실한 시간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옆차의 도발로 큰 사고가 날 뻔했지만 무사히 돌아왔다. 차 안에서 우리는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주 홍천교육지원청 워크샵은 어떻게 꾸밀지, 앞으로 어떻게 키워갈지. 스스로가 놀랄 만큼, 기대와 설레임이 나를 가득 채웠다. 남들이 보면 돈 쓰고, 시간 쓰고, 잠 못 자며 뭐 하는 걸까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잃을 건 없고, 얻을 건 무수히 많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이미 반을 왔으니 이제 반만 더 가면 된다. 과하게 흥분하지도, 과하게 상상하지도 말고, 지금 이만큼만 느끼고, 이만큼만 설레기로 했다. 오늘도 그저 ‘보통날’일 뿐. 하지만 내게는 아주 특별한 보통날이었다.
내 안의 한 줄
첫걸음의 시작은 홍천이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