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으면 된다, 진짜로.

[D-286] 그냥 웃으면 된다.

by Mooon

D-286. Sentence

그냥 웃으면 된다.

@홍천 석화초 1학년 교실 앞

느낌의 시작


그냥 웃으면 된다. 이 말이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데 딱 알맞았다.




마음의 흐름


웬만하면 주일은 일과 관련된 약속을 잡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은 새벽부터 밤까지 살인적인 일정이 꽉 들어차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주일 저녁 6시에 온라인 미팅을 잡았다. 돌아오는 화요일 예정된 킥오프 미팅 전에 꼭 협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남편은 서둘러 동네 스타벅스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첫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 조용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딸기 요거트와 블루베리 베이글을 주문했는데, 크림을 듬뿍 발라 단숨에 흡입해버렸다. 그제야 노트북을 열어 자료를 읽고 수정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겨우 정리가 되었다 싶어 숨을 고른 순간, 미팅 시작 30분 전. 날아온 카톡 한 줄 “오늘은 늦을 것 같아 내일 오후에 하는 게 어떨까요?


순간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갑작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고, 예상 못 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약속한 시간을 30분 앞두고 내일로 미루자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앞으로의 협업이 걱정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프로젝트 중 문제없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모든 건, 내가 그 부딪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었다.


단호해야 할 때 단호하지 못했고, 넘어가야 할 때 정색하며 굳어져 아쉽게 끝난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달랐다. “괜찮습니다”라는 자동응답 대신, “내일 뵐게요. 조심히 오세요!”라고 답했다. 힘을 내어 마지막에 느낌표를 붙였다.


어릴 땐 사회생활 잘한다는 말을 듣는 친구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좋게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 사이에서도 전략과 정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뒤가 다른 거짓된 정치는 말고, 진짜를 더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한 방법. “이건 잘못됐습니다”라고 바로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한 템포 쉬며 차분히 말하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때도 있다. 침묵해야 할 때와 이야기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 그것이 전략이자 소통이다.


그 순간,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둘째가 가고 싶다던 고기살롱에 와 있으니 얼른 오란다. 그래, 단백질 든든히 채우고, 힘내서 다시 일도 하고, 전략도 짜고, 머리도 돌아가야지. 웃자. 그냥 웃으면 된다.



내 안의 한 줄

웃음은, 전략보다 빠른 회복의 기술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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