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7] 어쩔 수가 없다.
D-287. Sentence
어쩔 수가 없다.
느낌의 시작
어쩔 수가 없다. 사랑은 늘 그렇게 드러나고 만다.
마음의 흐름
이번 학기부터 성신여대에 수업을 나간다. 강의는 처음이지만 성신여대 근처는 낯설지 않다. 남편이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동네이자, 지금도 시댁이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어머님은 점심 먹으러 오라며 당부하셨다. 늘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나를 알기에, 어머님은 밥 한 끼라도 거르지 않기를 바라셨다. 손수 캐온 쑥으로 방앗간에서 만든 떡을 보따리째 건네며 “끼니 거르지 말라”고 당부하실 때면 감사함과 미안함이 함께 밀려온다.
벌써 세 번째 수업을 마쳤지만 아직 한 번도 들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며칠 전 안부 전화를 드리니, 월요일만 되면 혹시나 오지 않을까 기다리셨다는 말씀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오늘은 내일 있을 킥오프 미팅 준비와 사업계획서 마감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기로 했다. 평소 좋아하는 휘낭시에를 포장해 어머님 댁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라는 익숙한 목소리에 “저예요, 어머니!”라고 답하자, “어어어~ 조금만 기다려라~” 하시며 반갑게 문을 열어주신다.
식사할 시간은 없어 얼굴만 뵙겠다고 말씀드리며 휘낭시에를 건네니, 어머님은 여지없이 냉동실에서 쑥떡을 꺼내 챙겨주셨다. 된장, 매실, 나물, 김치… 시댁에 갈 때마다 뭐라도 싸주려는 그 마음이 고맙지만, 한때는 솔직히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식탁 위에서 손주들이 무엇을 먹는지 꼼꼼히 살피며 “이것도 먹어라, 저건 왜 안 먹니” 하시던 말씀들이 무겁게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것이 사랑의 방식이라는 것을.
먹고살기 힘들었던 세월을 지나오신 분이기에, “든든하게 먹이고 싶다”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감사한 마음으로 돌려드리면 된다.
회의 준비를 위해 집을 나서며 어머님께 카톡을 보냈다. “다음번엔 꼭 맛있는 점심 주세요.”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바쁜 하루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카톡 하나, 기프트콘 하나, 전화 한 통. 결국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다.
내 안의 한 줄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마음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