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를 위장한 값진 승리

[D-289] 엄마의 '나다움'찾기

by Mooon

D-289. Sentence

엄마의 '나다움'찾기

IMG_0396.jpg @홍천 교육지원청



느낌의 시작


오늘의 참패는, 사실 나를 찾는 가장 큰 승리였다.



마음의 흐름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을 위해 다시 홍천으로 향했다. 이른아침 자고 있는 두 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하는 두명의 Brander와 함께 서둘러 고속도로에 몸을 맡겼다. “엄마의 나다움을 찾자”라는 구호처럼 외쳐왔지만, 정작 나는 매일 ‘해야 할 일’에 치여 나다움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살았다. 그래서 이 워크숍은 나 자신에게도, 우리 셋에게도 실험이자 모험 같은 일이었다.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엄마라는 정체성, 인문학, 브랜딩, 그리고 나만의 사사로운 일상. 머릿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전부 꺼내놓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앞섰다. 강연이 끝난 후 점심식사 자리를 마치고, 우리는 뷰가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홍천강이 한눈에 보이는 통창 앞, 비가 잔잔하게 내리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 향이 번지고, 버터가 가득한 빵은 포크질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따뜻함과 달리, 대화 속으로 들어온 말들은 날카로웠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어요.”

“브랜딩과 인문학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어요.”

“각자의 전문성이 뚜렷한 건 알겠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아요.”

“두 시간 특강으로는 괜찮지만, 그 다음을 기대할 만큼의 임팩트가 부족했어요.”


순간, 그 말들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 마치 따뜻한 카페 공기와 대비되듯, 뼈아픈 피드백은 차갑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곱씹다 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리가 매일 밤 모여 준비했구나. 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리가 새벽같이 홍천에 내려왔구나.”


그 순간 깨달았다. ‘나다움’이란 단어가 두 시간 안에 정리될 수 있는 게 아님을. 우리가 매일 밤 만나 강연 자료를 고치고 또 고치며, 워크샵 재료를 만들고, 설문지와 워크시트를 나누어 준비했던 그 과정 자체가 이미 ‘나다움’을 찾아가는 길이었음을. 맡겨진 일을 그냥 정신없이 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과정. 그 모든 시간이야말로 나를 갈아내고, 또 세워가는 진짜 공부였다.


아직 두 달. 겨우 두 번째 워크숍. ‘진짜’를 찾아내기가 쉬울 리 없다.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겨야만 맛볼 수 있는 영광이 있고, 져야만 알게 되는 가치가 있다. 오늘의 참패는 그래서 더없이 귀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몸은 급격히 무거워졌지만, 흔들리고 그 다음을 고민하며 복잡했던 마음도 잠시,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참패’일지 몰라도, 내 안의 결과는 ‘승리’였다. 나를 향한 여정이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확신. 오늘도 수고했다, 나.



내 안의 한 줄

진짜 나다움은 아이러니 속에서 드러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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