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직선, 삶은 변주.

[D-290] 딱딱 맞아떨어지면 재미없잖아요

by Mooon

D-290. Sentence

딱딱 맞아떨어지면 재미없잖아요


@the_edit.co.kr

느낌의 시작


딱딱 맞아떨어진 적이 있었던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오히려 지루하다. 내 삶은 늘 어긋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장면이 끊임없이 끼어든다. 그래서 매일이 조금은 번거롭고, 또 그래서 재미로 가득하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원주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둘째의 등굣길을 함께하며, 듣고 싶다고 했던 찬양을 틀어주고, 학교 앞에서 오늘 하루를 위해 기도했다.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며 마음을 다독였다.


곧바로 서울역으로 향해 태극당에서 수업 준비와 전문가 인터뷰 일정 정리를 마무리했다. 기차에 몸을 싣자마자 밀려드는 피곤함에 그저 자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가 올라왔다. 낮잠 찬양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원주역에 도착했을 때는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 빠르게 학교로 향했고, 캠퍼스에 들어서니 지난주와 다름없이 예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여유롭게 점심을 챙겼다. 목살스테이크 샐러드를 벤치에 앉아 즐기며 잠시 학생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나를 느꼈다.


교무처에 신분증을 찾으러 갔지만, 발급 문자 없이는 안 된다는 말에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강의실에 들어서 수업을 시작했지만, 중국 유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영어가 자꾸 꼬였다. “다음 주엔 연습 좀 하고 와야겠다”는 다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문제는 수업이 끝나고 찾아왔다. 5시 10분 스쿨버스를 타려던 나는 문득 예매 내역을 확인했다. 그런데 예매한 건 5시 10분이 아니라 4시 40분 버스였다. 이미 떠난 지 7분. 게다가 5시 10분 버스는 매진이었다. 순간 멘붕이 찾아왔다. 부랴부랴 기차를 알아보니 6시 45분 입석이 전부였다. 결국 결제를 마치고, 원주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 했지만, 눈앞에서 버스가 떠나버렸다. 다음 버스는 30분 뒤. 하는 수 없이 또 택시를 불러 원주역으로 향했다.


원주역에 도착해서 “카페에서 브런치를 써야지” 했는데, 웬걸, 카페가 없다. 허기진 배를 붙잡고 편의점에서 하나 남은 유부초밥을 사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마저도 만족스럽지 않아 요즘 빠져 있는 1+1 요거트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대합실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학기에 제안했던 초등학교 학부모 연수도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 첫째가 졸업한 학교라 더욱 의미 있게 하고 싶었던 자리였는데, 당연히 될 거라고 여겼던 내 마음은 자만이었나 싶었다. 순간 씁쓸했지만, 곧 담담해졌다.


오늘 하루는 계속 어긋나고, 계속 흔들렸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고싶다. 딱딱 맞아떨어진 적이 있었던가. 내 일상은 늘 예상치 못한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그 사실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내가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지않은가. 오늘도 그렇게, 재미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내 안의 한 줄

계획은 달라도, 이야기는 더 깊어지는 하루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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