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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상 - 1화 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

by 나그네

1. 전체적인 아웃라인은 필자가 잡음

2. 디테일한 스토리와 대사는 제미나이가 작성함

3. 부자연스런 문장구조와 대사는 필자가 교정함

4. 삽화 그림은 이미지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했으며

사용된 AI 도구는 커버에 기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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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오후였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은 더위 속에서 쨍한 백색을 띠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서윤은 언제나처럼 교실 구석자리에서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빛바랜 책상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평화로운 정오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악!"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 소리가 쨍한 햇볕을 뚫고 들어왔다. 그 뒤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서윤은 풀고 있던 문제를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창가로 돌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창문 밖을 내다보니, 빛으로 가득 찬 운동장 한가운데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남자아이 서넛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들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서로 뒤엉켜 있거나, 무릎을 꿇은 채 겁에 질려 있었다. 그들 위에는 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대신, 축 늘어진 어깨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은 땀으로 축축했고, 온몸에서 방금 끝난 격렬한 싸움의 흔적이 느껴졌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멎은 정적 속에서 그녀의 헐떡이는 숨소리만이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싸우고 있지 않았다. 그저 일방적으로 무너뜨리고, 그 후에 남겨진 숨 가쁜 정적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서윤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공포도 놀라움도 아닌, 차갑고 건조한 햇빛 아래서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완벽한 무자비함과 그 뒤에 숨겨진 지독한 피로가 교차하는,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마저 느꼈다.


그것이 바로, 서윤이 훗날 '여왕'이라 불리는 이를 처음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서윤의 삶은 여전히 평온했고, 그날의 잔혹한 동화는 빛바랜 기억의 조각처럼 희미해져 있었다.

어느 하교길, 서윤은 분식집 앞을 지나고 있었다. 떡볶이와 튀김 냄새,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오후의 풍경을 만들었다. 그때, 익숙하지만 잊고 있었던 낯선 기운이 서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분식집 테이블에 앉아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있던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여느 여중생과 다름없이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분위기는 첫 인상과는 달랐지만 서윤은 그녀가 '여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때, 남자 중학생 몇 명이 그녀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시시덕거리며 짓궂게 말을 걸고, 의도적으로 어깨를 부딪치며 희롱했다. 여왕의 친구들은 당황했고, 여왕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짧은 침묵이 흘렀고, 곧이어 여왕은 묵묵히 몸을 일으켜 분식집 뒷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남자아이들은 희희덕거리면서 그녀를 따라 나섰다.


서윤은 본능적으로 그들을 뒤쫓아갔다. 그들의 실랑이를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이어 그녀의 심장은 새로운 호기심으로 뛰기 시작했다. 좁고 음습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싸움의 흔적이 느껴졌다. 둔탁한 소리가 몇 번 들리고는 이내 정적이 흘렀다. 서윤이 골목을 돌아섰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쓰러진 남학생 몇 명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초등학생 시절의 여왕은 없었다.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숨조차 헐떡이지 않고 깔끔한 교복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그녀의 구겨지지 않은 치마와 깨끗한 신발이 방금 벌어진 싸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왕은 승리자 특유의 거만한 태도로 바닥의 아이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스치는 것은 냉소적인 미소뿐이었다.


서윤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헐떡이던 숨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차가운 공기만이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서윤은 그제야 깨달았다. 초등학교 때 보았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필사적인 전사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초월한, 완벽한 지배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은, 서윤에게 더욱 깊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윤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왕의 이름도, 존재도 모른 채, 그저 간혹 그녀가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할 뿐이었다.

어느 날 오후, 서윤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소음과 활기 속에서 서윤의 발걸음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헤드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든 한 여자아이가 주변 건물들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토록 고대해 왔던 여왕을 다시 보게 된 것이었다. 서윤은 반가움에 가슴이 뛰었지만, 그녀를 알 리 없는 여왕에게 말을 걸 용기는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잠시 후, 여왕이 어느 낡은 빌딩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서윤은 망설일 틈도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빌딩 안은 어두웠고, 퀴퀴한 냄새가 났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친 욕설이 섞인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단단하고 음산한, 성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서윤은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싸움 소리가 점점 커지자 그녀는 용기를 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계단 옆 벽 뒤에 숨어 벌벌 떨었다. 훔쳐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길고 고통스러운 침묵이 찾아왔고, 마침내 모든 소리가 잦아들었다.

서윤은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와 계단을 향해 걸었다. 계단 위에는 고등학생이 아닌, 조직폭력배처럼 보이는 건달 서너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몸을 움켜쥐고 신음하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위에는 여왕이 서 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번에는 피와 땀이 뒤섞인 싸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흙투성이가 된 교복 치마, 긁힌 팔, 그리고 왼쪽 눈가에는 검붉은 멍 자국이 선명했다. 서윤은 그 모습을 보고 숨이 막혔다. 그렇게 다친 여왕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여왕은 쓰러진 남자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시선이 서윤을 향했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을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여왕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무심한 눈으로 잠시 서윤을 훑어보더니, 목에 걸어둔 헤드폰을 만지작거리고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이 바로, 여왕이 서윤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된 순간이었다.


여왕은 쓰러진 남자들 사이를 지나쳤다. 그러다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던 순간, 손이 미끄러지면서 쥐고 있던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여왕은 그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 그대로 뒤돌아 걸어갔다. 멍하니 서 있던 서윤의 시선은 바닥에 떨어진 그 종이에 머물렀다. 여왕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홀로 유유히 건물을 벗어났다.

서윤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작게 접힌 종이 안에는 삐뚤빼뚤한 숫자 열한 자리가 적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서윤이 여왕의 얼굴을 처음 본 날, 그녀가 유일하게 남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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