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설] 링위, 나의 가장 아름다운 스무살의 미제
한가람은 다음 날 아침, 굵은 흙먼지가 날리는 건설 현장 입구에 섰다. 그녀는 자신이 입고 온 낡은 점퍼 차림이었다.
현장 입구의 컨테이너 앞에서, 안전모를 쓴 중년의 관리자가 그녀를 훑어보았다.
"학생.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왔어?"
관리자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팔뚝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이 일은 힘쓰는 일이야. 아가씨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한가람은 말없이 관리자의 등 뒤에 있는 현장 구조를 응시했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 아래, 몸집이 큰 남자 노동자들은 시멘트 자루 세 개가 겨우 지나갈 좁은 통로를 두고 멀리 빙 둘러서 자재를 운반하고 있었다.
"힘은 없습니다."
한가람이 말했다.
"하지만 시간은 있습니다.“
관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시간? 느릿느릿 걸어가면 그게 다 돈이야.“
한가람은 좁은 통로와 빙 둘러가는 통로의 길이를 눈으로 쟀다. 그녀는 짐을 내려놓고 쉬고 있는 남자 노동자들을 힐끗 보았다.
"저기 보이는 벽돌 묶음을 F 구역으로 옮기겠습니다."
한가람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저 통로를 이용하면, 남자 두 명이 빙 둘러가는 시간보다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습니다. 10분 안에 가능합니다.“
관리자는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헬멧을 고쳐 썼다.
"좋아. 한번 해봐. 대신 저기 걸려서 넘어지면 그냥 가.“
한가람은 벽돌 묶음을 들었다. 묶음은 그녀의 상체만큼 거대했지만, 그녀는 무게를 등과 골반으로 분산시켰다. 그녀는 좁은 통로 앞에 섰다. 흙먼지가 가득한 통로를 그녀는 망설임 없이 진입했다.
그녀의 몸은 덩치 큰 남자들에게는 불가능한 각도로 통로를 통과했다. 구조물에 몸이 닿을 때마다 흙먼지가 떨어졌지만, 그녀는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몸의 중심을 잡으며 벽돌 묶음을 좁은 공간으로 운반했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7분 50초 후, 벽돌 묶음이 F 구역에 놓였다. 관리자는 입을 다물었다.
"공사장에서는 힘을 쓰는게 맞죠."
한가람이 낡은 점퍼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힘을 쓰는 시간을 제가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턱짓으로 현장 안을 가리켰다.
"오늘부터 나와.“
"저기 컨테이너에서 헬멧하고 안전화 받아. 네 몸에 좀 클 거야."
한가람은 굵은 흙먼지가 날리는 건설 현장 입구에 섰다. 헬멧과 안전화는 그녀에게 너무 컸다.
한가람은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헬멧과 안전화를 착용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몸에 비해 헐거웠다. 그녀는 낡은 점퍼를 벗고, 처음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현장 관리자가 그녀에게 시멘트 포대 운반을 지시했다. 한 포대의 무게는 그녀의 몸무게 절반에 달했다. 그녀는 포대를 들어 올리는 대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바닥에 끌어당겼다. 팔보다 다리의 힘을 먼저 사용했다. 그녀는 효율적인 동선만을 생각했다.
땀이 흘러 낡은 티셔츠를 적셨다. 몸이 아팠다. 뼈와 근육이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녀는 찡그리지 않았다. 공사 현장은 그녀에게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4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일당이 센, '자재 정리' 작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가람은 4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 위에 섰다. 발아래는 아찔한 공간이었다. 그녀는 허리춤에 묶인 로프를 풀고 가장 좁고 위험한 지점으로 몸을 옮겼다. 그녀의 임무는 무거운 철근 다발을 구조물 위에서 정리하는 것.
철근 다발을 밀어낼 때, 그녀는 발밑의 강철 빔에 얇게 얼어붙은 서리를 놓쳤다.
삐끗한 순간.
오른쪽 발이 미끄러졌다. 균형이 무너졌다. 몸이 중력에 이끌려 허공으로 기울어졌다. 4층 아래의 바닥이 순식간에 시야로 솟아올랐다.
'이대로는 끝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로프를 잡은 손의 힘을 조절하여 충격을 줄이는 대신, 로프를 몸에 두 바퀴 감아 가속도를 이용해 가까운 쪽 빔으로 몸을 진자처럼 스윙시켰다.
그녀의 몸은 빔에 강하게 부딪혔지만, 추락을 멈췄다. 헬멧이 철골에 긁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한가람은 4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에 매달린 채, 가쁘게 숨을 쉬었다. 오른팔이 쑤셨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쑤시는 오른팔을 무시하고, 왼손으로 로프를 잡고 흔들림 없이 수직으로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1층 바닥에 조용히 착지했다. 그 순간, 멀리 떨어진 지상에서 한 여자가 턱을 괴고 이 모든 장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굵은 흙먼지가 가라앉은 건설 현장 입구. 해가 막 지기 시작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한가람은 헬멧과 안전화를 반납하고 낡은 점퍼를 입고 현장을 나섰다.
현장 관리자는 팔짱을 끼고 서 있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요즘 애들 중에 너만큼 일하는 애가 없어. 남자들보다 힘이야 없지만, 저 좁은 데를 고양이처럼 다니니 원."
"일당 계산 부탁드립니다."
한가람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때, 낡은 승합차 옆에 기대어 있던 정 관장이 관리자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내일은 안 될 거다."
"아니, 이 양반이! 왜 또 나타났어!"
관리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좀 바빠서. (한가람에게 턱짓) 너, 가자."
정 관장이 여유롭게 웃었다.
"어딜! 쟤 내일 내 에이스라고! 내일 4층 자재 정리 누가 할 건데? 저기 일당 더 세다고!"
관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정 관장은 한가람을 쳐다본 후, 관리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4층에서 자재 정리할 애가 아니야. 쟤, 격투를 하려고 태어난 애라고.“
관리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정 관장과 한가람을 번갈아 보았다.
정 관장은 돈 봉투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일당은 넉넉하게 쳐줄게. 이제 이 애한테는 주먹을 쓰는 법을 가르칠 거다."
관리자는 헬멧을 벗어 던졌다.
"이 사람이 진짜! 야, 한가람! 내일 꼭 나와!“
정 관장은 피식 웃으며 한가람의 어깨를 잡고 승합차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