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크매력젤리 Nov 10. 2024

아이를 버린 부모님을 찾고 싶다

기억

 '1981년 8월 31일 기아 일시보호소에서 전입'

 아동 상담 일지에 적혀 있는 건 딱 한 줄이다. 이 한 줄이 부모를 잃고 발견된 아이에 대한 기록이다.

아빠라는 사람은 아이에게 연한 분홍색 원피스를 사서 입힌다. 분홍색 구두도 사서 신겨준다.

그러고는 아이를 데려간 곳은 어두컴컴하고 큰 화면이 있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캄캄한 그곳에 들어가 앞쪽 중앙 자리에 앉는다. 아빠는 아이 오른손을 펼치더니 백 원을 꼭 쥐어준다. 아이는 의자에 앉자 졸리기 시작했고 잠이 들고 말았다. 잠에서 깬 아이는 옆자리에 아빠가 없음을 알아차린다. 곧바로 캄캄한 그곳을 벗어나 높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울면서 아빠를 불러본다. 어디에도 아빠는 보이질 않는다. 건물 안에서 빠져나와 아이는 울고 있었다. 젊은 아저씨와 아줌마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려 등에 업었다. 큰 소리로 아빠를 불러대며 목 놓아 울고 있던 아이는 그 사람들 때문에 경찰서로 인계된다. 아이는 자신이 몇 살이지 이름이 무엇인지 말을 하지 못한다. 아이는 그렇게 경찰서에서 기아 일시보호소를 거쳐 보육원으로 옮겨진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는 보육원에서 정해준 나이,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예닐곱 살이면 자신의 이름, 나이를 모를 수가 있나 바보 아닌가?'라며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뇌는 충격을 받게 되면 자신이 당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기억 일부를 지우도록 작동된다고 한다. 버려진 순간 고통이 얼마나 심했길래 아이는 단기 기억상실까지 일으켰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