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오른 나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by 시크매력젤리


산부인과에 9시 35분쯤 도착했다. 수술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수액을 꽂고 항생제 투여하고 항생제 부작용은 없는지 검사까지 했다. 수술할 부위인 자궁에는 카메라가 들어가기 위해서 유연하게 해야 되기 때문에 약물을 투여한다. 30분 시술이라고 말은 간단하게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가 않았다. 일찍 가서 대기하는 시간도 길었다.


보호자 동의를 얻어야 된다면서 간호사는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을 바꿔달라고 했다. 남편 왈 "아. 오늘 수술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 이런다. 남편의 말을 막상 들으니 울컥 올라와도 어쩌겠는가. 괜찮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다. 체념한지 오래인 나이다.


수술방 쪽에 있는 병실에서 있다 보니 출산 수술방이 붙어 있어서 갓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가 저마다 개성이 있었다. 소리도 다르고 톤도 다르고 울음 끝도 다 달랐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이제 엄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이상 고생문이 활짝 열렸구나'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도 막 태어났을 때 울음소리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엄마도 아이 키우려면 고생이고 아이도 세상에 나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 고달파질 것이다.


12시가 수술 예정 시간이었다. 20분이 지나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은 들어가는 것만으로 순간 얼어붙게 만든다. 수술실을 들어가면 오한이 드는 게 항상 싫었다. 다리를 벌리고 누워 두 팔은 움직이지 못하게 묶는다. 혈얍측정기를 팔에 두른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린다. 추울까 봐 그러는지 간호사는 두 다리를 천으로 덮어줬다.

간호사는 소독약을 엉덩이 사타구니 안쪽까지 꼼꼼하게 바른다. 곧이어 의사가 들어오면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말을 하고는 수면제가 투입되었다. 한두 시간 후 마취에서 깨었다. 무사히 깨어났다는 안도감에 숨이 쉬어지는 듯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수술이다. 두 다리를 벌리고 신체를 전시하는 듯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랄까.


2시 30분쯤 점심이 나왔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금식을 해서인지 밥을 맛있게 먹었다. 수술한 부위에서 피가 물컹 쏟아지는 게 느껴진다. 특별히 아프지는 않았다.


4시 30분경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마취에서 덜 깬듯한 몽롱함은 이어졌다.

자궁 부정출혈이 계속된다면 자궁을 제거해야 된다고 한다. 부정출혈이 멈추기만을 바랄 뿐이다.


몸이 아프면 가족에게 서운한 감정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배우자도 자식도 누구 하나 '수술 잘 받았냐'물어보지 않는 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옆에 함께 있으면 뭐 하나. 그냥 이거는 가족이라는 허울일 뿐 한 집에 모여서 살고 있는 동거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진 않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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