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시간

by 시크매력젤리


바다 위로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날았다.

그 가벼운 날갯짓이 부럽기만 하다.

무겁게 바다 위 모래를 지탱하며 선 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문득 내 몸을 떠올렸다.



내 몸뚱어리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의자에 잠깐만 앉아도 종아리가 붓는다.

젊었을 때 몸을 돌보지 않은 까닭이겠지.

맨날 다이어트한다고 살 빼는 약이나 먹어댔으니 좋을 리가 없었을 거다.

그땐 왜 남의 시선에 맞추려고 노력했을까.



스트레스도 한몫했겠지.

결혼 생활 내내 가슴 졸이고 살았다.

내 생각은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 회피하고 잊어버렸다고 스스로를 속였는데,

몸은 그 모든 걸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었다.



나를 돌보지 않았던 이유겠지.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흘러보낸 세월,

그저 스쳐 지나간 시간들에

그 모든 걸 몸뚱어리가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미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

맨발 걷기를 열심히 해봤지만

몸의 순환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걱정은 한가득이지만,

오늘도 무거운 몸 이끌고 맨발 걷기 하러 나선다.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갈매기를 바라본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삶은 계속돼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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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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