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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Jun 23. 2024

미국엔 있고 한국엔 없는 것

미국생활과 문화



 참고 : 본문의 원화는 당시 1달러 = 약 1,200원이었던 환율로 계산 후 표기하였습니다.



홈스테이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휴대폰을 개통하러 룸메들과 다운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집 근처는 한적한 주택가라 잘 몰랐는데 다운타운에 가니 야외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하는 사람들, 높은 빌딩 속 은행들, 느긋하게 차 마시며 얘기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퍼런 하늘, 선선한 날씨와 함께 어딘가 익숙한 풍경을 가진 듯한 도시, 다시 찾아온 샌디에이고(San Diego)의 인상이었습니다.



휴대폰 개통을 하고 직원분이 식당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마침 해피아워(HAPPY HOUR)가 있어서 보통 손님이 많이 없는 3~6시 사이에 레스토랑들이 음식이나 주류를 반값에 판매하거나 할인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은 한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저는 아티초크(ATICOKE)라는 메뉴를 시켰습니다. 새로운 것을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메뉴 설명을 보니 무난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리 검색해 보고 주문했어야 했습니다.


아티초크라고 합니다


웬 양파껍질 같은 것이 나오더니 씹으면 씹을수록 질겨지고 맛도 이상해서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티초크(ATICOKE)는 식물이었습니다. 건강에 좋은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는데 일단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식사 후 계산하면서 팁을 내려고 하는데 직원의 태도가 너무나도 불친절했고 메뉴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팁을 냈습니다. 미국의 팁문화 귀국하는 날까지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녁을 먹자 금방 해가 어둑어둑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밤늦게 버스를 타고 귀가해도 괜찮았는데, 미국에선 버스 정류장에 내려 홈스테이까지 꽤 걸어야 하니 약간은 겁이 났습니다. 홈스테이에서도 치안을 고려해 밤에는 우버를 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통비도 꽤 들었습니다. 룸메언니는 한 달에 우버비만 300$(약 36만 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미국 오기 전에는 마냥 설레고 좋았는데 막상 와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장단점이 있구나’ 느꼈습니다. 흔히 미국 이민자들의 생활을 아메리칸드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악몽)로 표현하기도 하는 이유를 생활하며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미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 신기했던 것들을 기억나는 대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이 줄은 뭐지?



처음 다운타운으로 향하면서 버스를 탔는데 거추장스러운 줄이 달려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팅팅 당기는 것을 보고 ‘아! STOP벨이구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달 72$(86,400원)에 무제한으로 버스와 트롤리를 탈 수 있는 정기권을 끊어서 어학원도 다니고, 외국인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2. 노숙자 왜 이렇게 많지?


평화로워만 보였던 거리를 조금 더 걷다 보니 인도를 점령한 텐트들과 노숙자들을 마주쳤습니다. 왠지 근처로 지나가면 안 될 것 같아 저 멀리 돌아 가는데도 풀린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이 냄새는 뭐지?’ 꾸리꾸리한 향이 났는데 곧 기이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며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을 보니 뭔가에 중독된 상태인 듯했습니다.



하루는 노숙자가 같이 간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도넛을 던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유독 아침에 온도가 낮아 쌀쌀한 날이었는데, 노숙자로 보이는 분이 사망하셔서 흰 천을 덮어주는 모습을 목격하며 서늘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날이 추운 미국 동부에 살 때보다는 따뜻한 서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노숙자들이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지는 않은데 미국엔 노숙자가 왜 이렇게 많을까 놀랐습니다. 높은 의료 비용, 주거 비용 부담, 마약문제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결합되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각 주에서 거주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정책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노숙자 수가 갈수록 증가하여 캘리포니아 선거 최대 이슈로 부각되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도 해결이 요원한 문제인 듯했습니다.






3. 스트링치즈 왜 이렇게 싼 거지?


미국 한인마트


미국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데 과일, 고기, 케이크, 생리대 등 장 보는 물가가 굉장히 저렴해 놀랐습니다. 12개에 2.99$(3,588원)였던 스트링 치즈를 보고 왕창 사서 한참을 쟁여두고 먹었습니다. 33$(약 4만 원) 정도면 일주일 치 먹을 식재료를 살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하루는 룸메 언니가 마트 구경을 하러 가자고 했습니다. '마트를 구경한다고?' 시큰둥했지만 심심해서 따라갔습니다. 마트에 가니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과자들, 딸기맛 환타, 캔 버블티 등 다양한 상품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더 좋았던 것은, 외국인 친구들과 콘보이에 있는 한인마트를 갔던 일입니다. 분명 미국인데, 한국 상품이 너무 많아서 반가웠습니다. 또 친구들한테 한국 과자, 음료수, 술을 설명해 주면서 얘기할 거리가 많아 참 좋았습니다.






4. 음식들이 왜 이렇게 짜고 달고 느끼하지?



저렴한 장바구니 물가와는 달리 미국에서 외식을 하는 일은 꽤 비쌌습니다. 제법 비싼데도 불구하고 어떤 음식은 너무 짜고 어떤 건 너무 달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첫 달엔 자극적인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아 과일 샐러드 위주로 먹고 몸무게가 무려 4kg가량이 빠졌습니다. 조금 더 지내다 보니 포케나 샐러드 등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양이 적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보통 한 끼를 포장하면 두 끼에 걸쳐 나눠먹곤 했습니다. 어느 날엔 파티를 갔는데 책상만 한 대형 피자가 배달이 와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맥도날드, 인 앤 아웃, 웬디스,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등등 미국 대표음식답게 햄버거 버거집 종류도 정말 많았습니다. 평소 햄버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국에 온 만큼 경험 삼아 종류별로 먹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Hodad’s 버거쉐이크쉑 버거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5. 이건 뭐 하는 기계지?



하루는 영화관에 갔는데 낯선 기계가 있어서 유심히 보니 팝콘에 녹인 버터를 뿌려주는 기계였습니다. '팝콘에 버터까지! 칼로리가 이게 다 얼마야!' 하며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6. 이 놀이기구는 어떻게 가져다 놓은 거지?



미국에 가니 만화 축제인 코믹콘,  퍼레이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참 많았습니다. 어느 날은 지역 축제를 갔는데 놀이기구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큰 놀이기구를 가져다 놓은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근처 트럭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친해지는 일도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지내면서 흥미로운 지역 축제들을 찾아다니곤 했습니다.


미국 대학 축제

한 번은 친구의 초대를 받아 대학 축제에 놀러 갔는데 번쩍거리는 놀이기구가 한 서너 개 있었고 다들 정신없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쪽에 춤추는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맨 땅에 노래만 틀어주는데도 뻘쭘해하던 제가 튀어 보일 정도로 학생들이 춤에 진심이었습니다. 심지어는 한 학생이 저를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의 대학 축제도 재미있긴 했지만 연예인이 누가 오는지가 관심사 중의 하나였는데, 미국 대학 축제는 또 색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베이비 샤워나 각종 홈파티에 갈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디 가나 춤이 빠지질 않았습니다. 영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아 주저했지만 사람들이 ‘한국 애들은 저렇게 춤을 못 추나?’ 생각할까 봐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그냥 귀엽게 봐주시는 듯했습니다.





7. 왜 나한테 말을 걸지? ٩( ᐛ )و

스몰톡(Small Talk)


어딜 가나 사람들은 슬쩍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며 가벼운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스몰톡(Small Talk)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보통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미국 생활을 즐기고 있는 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여행지를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스몰톡에 익숙해지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흥미로웠고 영어 회화도 연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대체로 제가 만난 사람들은 다정하고 활발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미국에서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친구는 ‘미국에서 살면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며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활동도 하면서 취업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들뜬 기분과 함께 말투도 좀 더 하이톤으로 말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나한테 이런 활발한 모습이 있었구나!‘ 스스로도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아 놀랐습니다. 사람들의 매너도 너무 좋았습니다. 쇼핑몰에서 문을 잡아주기도 하고, 종종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너 오늘 예쁘다!’, ’입은 옷 잘 어울린다!’ 라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어느 날은 해변을 걷고 있는데 한 아이로부터 ‘너무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잘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는데 ‘내가 미국에서 인기가 좀 있나?’ 하며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확실히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가 한국보다 훨씬 넓은 듯했습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마트에서 줄을 기다릴 때 사람들이 비교적 널찍널찍하게 서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때 서로 닿을 정도의 거리가 아닌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도 ‘잠시만요‘ 하고 지나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미국의 이런 문화가 약간은 그립기도 했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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