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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Jun 24. 2024

사치인 줄 알았던 미국 여행의 가치

밤과 바다 그리고 선인장


* 전 편에 이어 계속됩니다.


 참고 : 본문의 원화는 당시 1달러 = 약 1,200원이었던 환율로 계산 후 표기하였습니다.



8. 여행할 곳이 어쩜 이렇게 많지?


솔라나 비치(Solana Beach)


평소 여행은 사치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곳곳에 가볼 만한 곳 천지였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잘 안 간다고 하던데, 미국 내에만 해도 갈 곳이 너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샌디에이고 / 로스앤젤레스 / 멕시코 티후아나뉴욕 / 워싱턴 D.C. / 필라델피아
콜로라도주 덴버


넓디넓은 미국 땅 중 7곳을 방문했는데 하나하나 정말 소중하고 꿈만 같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샌디에이고


샌디에이고는 도심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바다가 보여 마음껏 자연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라호야 비치(La Jolla Beach), 미션 비치(Mission Beach), 코로나도 비치(Coronado Beach), 토리파인즈(Torrey Pines), 오션 비치(Ocean Beach), 퍼시픽 비치(Pacific Beach) 등 어찌나 바다가 많은지 해변 보면서 밥도 먹고, 바다사자도 보고, 서핑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서핑을 해보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서핑보드와 함께 넘어지면서 물을 먹으면 먹을수록 중심을 잡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딱 한 번 물결을 타고 미끄러지는 듯이 파도를 탔습니다. 그러고 곧 또 뒤로 넘어지면서 물을 왕창 먹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한 번은 되긴 하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Potato Chip rock의 원래 모습(왼쪽)과 회전한 모습(오른쪽)


발보아 공원(Balboa Park)도 멋있었고 애니스 캐년 트레일(Annie's Canyon Trail)이나 포테이토 칩 락(Potato Chip Rock)을 가볍게 등산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포테이토 칩 락은 감자칩 모양의 돌로 유명해진 산인데 감자칩에 누워서 사진을 찍고 회전을 시키면 마치 떨어지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조슈아트리


조슈아트리


특히 LA 근교에 있는 조슈아트리도 정말 예뻤습니다. 캠핑 명소로 유명한 곳이라 해서 친구들과 두 번 다녀왔습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구경하고, 친구에게 야간 사진 찍는 법도 배웠습니다. 한국에서도 못해본 캠핑을 미국에서 해보다니! 너무 설레고 좋아서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


미국에 오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들 중 하나가 코리아타운(Korea Town)이었습니다. 코리아타운에 가면서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명소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간 곳은 부유한 동네로 유명한 베버리 힐즈(Beverly Hills)였는데 거리부터 당시 진행중이었던 화려한 루이뷔통 전시까지 모든 것이 고급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파 화려함을 뒤로하고 서둘러 코리아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삼겹살 무한리필(All You Can Eat) 식당에서 허겁지겁 배를 채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기대했던 코리아타운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코리아타운의 모습은 마치 텔레비전 속에서 보던 한국의 1960~70년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한국어가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딘가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리피스 천문대


해가 지기 전, 20분 정도 산을 올라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에 도착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해가 지는 모습부터 아름다운 야경까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엘에이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이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었습니다.






하루는 LA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Holocaust Museum LA)에 방문했습니다.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재현한 방에 들어갔습니다. 안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박물관에서 어릴 적 읽었던 '안네의 일기' 일부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안네의 방에 들어가서도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부를 구경하고 나오는데 '홀로코스트 생존자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 생존자분은 영어에 능통하여 영어교사로도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용소를 도망쳐 나와 눈 속에 파묻혀 있는데 의식을 잃기 전 극적으로 누군가 손을 내밀어 구해주었다고 하셨습니다. 몇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뚜렷하신 듯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시는 모습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흉터가 짙게 자리한 듯 했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엔 라구나 비치(Laguna Beach) 물결치는 파도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현재의 황홀함을 만끽하기 바빴습니다.






9. 국경을 어떻게 그냥 걸어서 갈 수 있지?


티후아나(Tihuana, Mexico)



샌디에이고랑 멕시코 티후아나(Tihuana) 국경이 서로 붙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샌디에이고에 가면 티후아나도 함께 다녀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티후아나는 굉장히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을 거쳐 비자 서류를 보여주고 멕시코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냥 걸어서 이렇게 국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멕시코 땅을 밟는다는 설렘도 잠시, 잠깐 걸어 다니는 것도 겁이 났습니다. 곳곳의 유리창들이 깨져있고 거리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빨리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티후아나의 한 레스토랑


그래도 티후아나도 사람 사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했습니다. 정말 놀랐던 것은 물가가 엄청 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행 4명과 함께 한 레스토랑에 갔는데 정말 이런 요리는 처음 먹어 볼 정도로 다양한 코스요리들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산할 때 보니 총 $70.39(약 84,468원)가 나왔습니다. 이래서 다들 미국에서 오나 보다 싶었습니다. 저도 서너 번 더 다녀왔습니다.






10. 선인장은 무슨 맛이지?



티후아나의 시장에 갔더니 선인장을 팔고 있었습니다. 시식을 하게 해 주셔서 먹어보니 오이 같은 느낌의 아삭아삭한 느낌이었습니다. 호불호 있을 수 있는 맛이지만 Yummy! 샌디에이고로 돌아와서도 선인장이 들어간 타코를 종종 사 먹었습니다.






11. 내가 UN에 있다니! 꿈인가?

뉴욕의 크리스마스


미국에서 처음 맞는 였습니다. 인턴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이 힘들 때였는데,  모처럼 집에만 있으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았습니다. 큰 맘먹고 뉴욕에 혼자 가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여행할 때 일행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 여행을 가려다 보니 좀 더 꼼꼼하게 찾아보고 일정도 빡빡하게 채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워싱턴 D.C. 에서 뉴욕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4시간쯤 가니 어느새 뉴욕 한복판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그 뉴욕 거리에 내가 있다니!'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경보를 하며 쌩쌩 돌아다녔습니다. ‘이런 행복한 순간을 즐겨도 되나?’ 그저 방방 떠있었습니다. 뉴욕에 와 있는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에 배고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컵라면, 빵 정도만 먹어도 충분했습니다.



타임스퀘어(Time Square), 트럼프타워(Trump Tower),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덤보(Dumbo)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언제 이렇게 뉴욕에 와보나 싶은 생각에 1분 1초가 아쉬웠습니다.



혼자 여행하면서 '사진은 누가 찍어주나' 걱정했는데 지나가는 분들에게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요청하니 친절하게 잘 찍어주셨습니다.



여행을 혼자 하며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어 약간은 외롭기도 했습니다.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더욱 화려하게 빛나던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의 크리스마스 트리 덕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뉴욕에 가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꼭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 추첨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했는데 당첨되어 할인된 가격으로 알라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뮤지컬 알라딘은 아는 내용이라 더 재미있었고 배우들이 카펫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너무나 감격스러운 나머지 입을 틀어막고 초집중하며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유엔(UN)에 방문했던 일입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힘든 부분도 많겠지만 여러 부담을 이겨내고 일하시는 분들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12. 미국 대통령에게 무슨일이?


트럼프 전 대통령 굿즈


뉴욕을 여행하며 참 신기했던 것들 중 하나는 기념품샵 등에서 대통령 굿즈를 파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초콜릿, 청소솔, 말랑이 장난감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 굿즈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시계 정도 본 것 같은데 미국엔 얼굴이 들어간 제품들이 많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혼자 다니면서 외로웠는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실컷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뉴욕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긴 했지만 필라델피아에서는 미국의 자유를 상징하는 유명한 자유의 종(Liberty Bell),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도 구경하고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드넓은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 특히 여행 경험은 국내에서도 여행 경험이 많지 않았던 제게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계획도 세우고, 생각도 정리하고, 사람들과 더욱 돈독해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메리칸 드림, 누군가에게는 아메리칸 나이트메어로 여겨지는 미국생활, 제게는 적어도 아메리칸드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코로나가 터지며 미국 생활이 악몽으로 여겨지는 순간들도 찾아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제게 평생 이런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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