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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Aug 18. 2024

3년 차 백수를 집에서 나오게 한 것은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생 - 일 축 - 하 합 - 니다!!



얼마 전, 한 고깃집에서 짧은 생일파티가 열렸습니다. OO시에는 한 집에 3명씩 거주할 수 있는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총 6호가 있습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 뿐만 아니라 다른 셰어하우스에 사시는 분들과 밥도 같이 먹고, 종종 얼굴도 보다 보니 느슨하면서도 언제 봐도 편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 고깃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게 된 것은 생일을 맞은 이 청년이 한 고깃집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 같이 일하는 곳에 찾아가 생일파티를 해주었습니다.



엠비티아이가 ISTJ라며 매우 내향적임을 강조했던 이 청년은 갑작스러운 생일축하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직원분이 가게 대형 스피커로 노래를 틀자, 온 가게에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가게에서 식사하시던 다른 손님들도 다 함께 생일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함께 생일을 축하하면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한 직원 분은 “OO이 식구분들 오셨으니 서비스드릴게요” 하셨습니다. 입주하고 나서 새롭게 만난 좋은 인연들에 새삼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벌써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백수생활 3년 차에 접어들었던 제가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소중한 인연들이 생겼습니다.



조금이나마 자립준비청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취업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방송 출연이라는 추억도 생겼습니다.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면서 생겨난 즐거운 기억들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평소 OO시청 홈페이지에 있는 일자리 공고 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이대로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처럼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OO시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입주자 모집‘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한 집에 같은 성별 청년 3명이 함께 살게 되는데 주거뿐만 아니라 '취창업 관련 정보 및 기관 추천 연계' 문구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청년들과 한 공간에서 지낸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하며 약간은 지원하기를 주저했습니다.



그러다가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무언가 시도했을 때, 편안함을 거부하고 안전지대를 벗어났을 때 더 나은 경험들을 했던 순간들을 하나둘씩 떠올렸습니다. 게다가 취업 지원이 간절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입주자분들과 같이 살다 보면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뭔가 제 자신이 변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지원했습니다.



짧은 면접을 거쳐 셰어하우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이사 준비를 마치고 입주 날이 다가왔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짐이 많지 않아 이사는 금방이었습니다.






방 3개에 화장실 2개인 깔끔한 집 내부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넓은 집에서 지내도 되나?‘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늑한 제 방과 방에 놓인 침대를 보며 금세 기분이 들떴습니다.



입주 첫날, 시에서 환영의 의미로 주무관님들이 반찬과 밥을 해주셨습니다. 거실에 있는 6인용 식탁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복작복작한 공간에 있는 것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어하우스 안에는 모든 생활용품들이 다 구비되어 있어 몸만 들어와서 살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2년 동안 월세가 지원되고 관리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점이 매우 컸습니다.






셰어하우스 입주 하고 나서 소중한 인연들 많이 생겼습니다. 수많은 분들의 노고 덕에 셰어하우스 지원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주자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셔서 서로 생활하면서 필요한 규칙도 만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지역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반찬을 직접 가져다주시고 필요한 식재료들도 사주셨습니다. ‘집밥데이’라는 이름으로 OO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오셔서 밥을 자주 함께 먹었습니다. 위원장님도 그렇고 어머님들도 오셔서 참 따뜻하게 맞아주신 덕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협의체 위원장님, 총무님께서 자립준비청년들끼리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 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때 종종 연락드리면 최대한 도와주셨습니다.



또 같이 입주한 언니, 동생과의 소중한 인연도 생겼습니다. 셰어하우스에 들어와서 얘기하다 보니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단톡방에도 초대받았는데, 수백 명이 모여있어 놀랐습니다.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보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니 훨씬 수월했습니다.



혼자 살 때 요리를 많이 했던 경험을 살려 가끔 룸메들에게 반찬이나 만둣국, 김치볶음밥 등을 해주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룸메들과 노래방도, 근교 카페도 가고 밥도 먹으면서 저마다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자립준비청년들이다 보니 서로 스스럼없이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같이 살던 동생은 학업 문제로 이사했는데, 얼마 전 밥을 함께 먹으면서 “셰어하우스 살기 전 보다 많이 성장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어 참 흐뭇했습니다.






하루는 셰어하우스 입주자 대상 워크샵으로 요리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셰어하우스 입주자 대상 워크샵 중 요리경연대회


입주자들이 다 함께 모여 팀별로 김치찌개, 닭볶음탕, 소갈비, 파스타를 했습니다. 요리경연이 끝나고 만든 음식을 서로 나눠먹었습니다. 심사를 앞두고 고르기 어렵다며 심사를 못하겠다고 하신 분도 있었지만(!) 알싸한 양념 맛이 인상적이었던 닭볶음탕을 만든 팀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ESTP에요.“


오후에는 한창 유행이던 엠비티아이(MBTI) 검사를 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밥도 먹고 시간을 보내면서 더욱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 토론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은 토론회가 있었는데, 셰어하우스 입주 후 느낀 점과 자립준비청년으로서 보완되었으면 하는 정책 등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지자체 역할 강화 토론회 참석


입주하고 나서 잘 맞는 진로를 찾았으면 했던 제 바람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입주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과 맺게 된 소중한 인연들을 앞으로도 이어나가고 싶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관련해서도


• 자립준비청년 - OO시 소재 기업 인턴 연계
• OO시 청년 행정체험 취약계층에 자립준비 청년 포함
• 자립준비청년 공공기관 채용 가산점


등의 내용을 함께 건의하였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부시장님께서 물으셨습니다.



“OO 씨는 앞으로 뭘 하고 싶어요?”
“아 저요? ...”



뭔가 현실적인 진로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잘 떠오르지 않아 선뜻 대답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뭘 하면 좋을까’ 하는 막막함은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마냥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기에 셰어하우스의 아쉬웠던 점도 공유해 보자면, 역에서 한참 떨어진 위치는 입주자 모두가 공통적인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셰어하우스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지만, 자차가 없어 교통이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다 보니 위치는 추후 이사를 고려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면서 가장 기대가 컸던 취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OO시에서 일반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1개월짜리 진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개월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OO 씨는 뭘 하고 싶어요?”
“음... 잘 모르겠어요.”



기시감이 드는 듯한 질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보좌진을 준비했었고, 근 몇 년간 무언가 시도는 해왔는데 끝까지 완주하지 못해 결과는 제자리였던 저의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그동안의 경험들과 경력을 다 적어보고 어울리는 직종을 찾아보는 게 좋겠네요. “



하고 싶은 것들은 할 수 있을지 확신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가능성 있는 진로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어떤 경험들을 해왔는지 정리하면서 경험들을 재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진로코치님은 제게 사회공헌, 언론홍보 직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를 토대로 한 달 동안 코치님과 함께 이력서를 갖춰나갔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이력서를 계속 수정하면서 중소기업 위주로 지원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룸메 언니도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해서 한 게 없는 게 아니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잘할 줄 안다고 해야지’ 하면서 옆에서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셰어하우스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팀장님께서도


"길만 잘 잡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까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적성을 너무 고려하기보다는
그냥 하면서 고민해 봐."


하시면서 진로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취업을 하지 못했던 기간이 길어서인지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이 없었습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약간의 희망이 있었는데 끝나고 제자리인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취업은 모르겠고 알바를 해야겠다’ 자포자기해 버렸습니다.



결국 일곱 군데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습니다. 다섯 곳은 연락을 받지 못했고, 한 곳은 회식이 잦고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촬영을 하면서 즐거운 추억도 많이 생겼습니다. ‘내가 TV에 나올 수 있다니!’ 신기하고 설레는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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