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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Sep 30. 2024

고용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줄도 모르고

입사 그리고 퇴사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때때로 시간이 나면 고립 이슈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지역에 정신질환 및 고립은둔청년 지원 단체가 생겼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고립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니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행동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마침 활동하는 단체를 보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봉사활동이라도 할 수 있을 방법이 있을지 문의를 드리고 방문했습니다.



사무실 겸 쉼터에 들어서자마자 너무나도 편안한 분위기에 놀랐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채용을 하고 있어서요. 생각 있으시면 지원해 주세요."



자원봉사 정도를 생각하고 방문한 것이라 약간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마침 단체 일을 하고 오후에 학원 출근하면 시간이 딱 맞았습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면접을 거쳐 단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고 보니 숨기지 않아도 되는, 편하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았습니다. 하루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중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확실하게 원하는 모습을 하나 그려보았습니다.



“일이 끊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요! ”



자조모임도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참여자분들과도 편하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 분들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OO님이 밝은 것은 분명 기질적인 것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프로그램 참여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경의 영향이 참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했던 배경을 쭉 따라가 보니 가정환경, 살면서 경험한 이벤트 등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선천적인 요인들 또한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한 편, 바꿀 수 없는 것에는 너무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단체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제게 ‘편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 참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이런 편안한 공간이 더 필요하고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고립은둔청년들이 고립하게 되는 다양한 배경 중 취업 실패로 인한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경력직 중심의 채용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청년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였습니다. 해결은 요원해 보이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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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수치는 조금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상당수의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곧 제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재계약이 다가오던 8월 말, 9월부터는 원장님이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주 놀라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경 근처에 비슷한 커리큘럼의 학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좋은 신호는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타격이 될지는 감이 오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6월 경 타 학원이 오픈을 하자 조금씩 아이들이 이탈했고, 등록문의도 뚝 끊겼습니다. 모두가 걱정했던 경영악화 상황이 현실화되는 듯했습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원장님도 근심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내내 참 무더웠던 8월 경 원장님께서는 학원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마침 제 계약은 8월까지였는데, 만료시점도 함께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9월 1일부터는 인수자인 새 원장님이 오시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때가 8월 22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학부모님들께 원장님이 바뀐다는 안내문자가 보내졌습니다. 급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학원 경영 관련 상황들을 충분히 공유해 주셨고, 나름대로 원장님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이기에 최선을 다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선생님들 고용 관련 사항은 학원 인수할 때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거나 명시를 하진 않았어요. 아마 기존 강사님들과 계속하시지 않을까요?"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저는 원장님들끼리 조금 확실하게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했습니다. 계약 만료 일이 다가오는 8월 말인데 9월부터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염없이 새 원장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학부모님들께 안내 문자가 나간 상황에서 새로운 원장님은 언제 오시는지 소식이 없으셨고, 그 사이 학부모님들도 불안한 마음이 크셨던지 매우 큰 폭의 원생 이탈이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는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학원을 둘러싼 부수적인 상황을 다 떠나서 아이들이 이렇게 한 번에 많이 학원을 그만둔 것이 제게는 가장 타격이 컸습니다.



원생 수는 가장 아이들이 많았을 때와 비교하면 반의 반의 반 정도 되었습니다. 저는 전반적인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새 원장님도 학원 운영이 처음이셔서 학원 운영자가 바뀔 때 원생이 이탈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신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주위에서도 경험에 빗대어 ‘이런 경우 퇴사가 낫다’, ‘그냥 버티면서 이직준비 해야한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결정은 제 몫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일을 계속해도 안 해도 참 불안할 것 같았습니다.



새 원장님은 9월을 사흘 남겨두고 학원에 오셨지만 인수인계로 바쁘셨습니다. 8월 말까지 급여, 업무 범위 등 계약사항에 대해 논의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자 워낙 성격 급한 저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나중에 느긋한 모습의 새 원장님을 만나고 느껴진 것은 학원 운영도 9월 1일부터이니 8월 말에 오신 듯하고, 계약도 기존 강사들과 계속 일할 것이니 굳이 따로 연락하지 않으신 듯했습니다. 할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해야하는 성격 급한 저만 한참 속을 끓였습니다.



“운영은 원장님이 알아서 잘하시겠죠. ”

“아이들은 또 늘어나겠죠. “



다른 강사님처럼 생각하면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을 텐데,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는데, 한껏 예민해져 있는 탓에 커리어적인 고민들이 커졌습니다. 목 건강도 악화된 탓에 결국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주디쌤! 어깨 펴요! 그러다 나중에 고생한다?”



같이 일하던 강사님이 잔소리를 좀 해야겠다면서 걱정 어린 말투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전보다는 조금 썰렁해진 학원이었습니다. 그래도 9월 말까지 1개월 더 근무하면서 새로 오시는 선생님께서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인수인계서도 정성껏 만들어 드리고, 아이들과도 부모님들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아이들이 제 수업, 그리고 저를 많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괜히 참 뭉클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해왔기 때문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 몫이 될 것 같습니다.



학원 일은 그만 두지만, 정신질환 및 고립은둔청년 단체 일에 집중하며 조금 더 길을 고민해보려 합니다. 조금 더 필사적으로 개척해나가야 할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듭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변곡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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