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기술을 통한 진화라면, 그 기술 사용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사람만이 진화의 혜택을 보는 것 아닐까?"
사이보그에 대해 논의하면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래서 누가 사이보그가 될 건데?"라고 물으면,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돈도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이보그가 될 거야!"
사이보그는 어떤 대상이 아니다. 사이보그는 관계다.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기계, 인공적 구조 등)¹간의 결합이 하나의 작동 중인 시스템을 이룰 때, 그 상태를 비로소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외인성 요소와 관계하는 유기체가 인간 혹은 인간의 기관이라고 한다면, 외인성 요소와의 결합에 대한 선택은 그 '인간의 필요'²로 이뤄진다. 정리해 보면, 사이보그 기술의 선택 이유는 '특정 외인성 요소와 결합하려는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누가 외인성 요소와의 결합을 필요로 할까? 4가지 기술의 필요성인 '복원', '정상화','재구성','강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이보그가 된다. 복원과 정상화의 측면에서 사이보그가 되려는 사람들로는 선천적, 후천적 신체장애를 겪는 자, 유전과 관련한 불편을 갖는 자 등이 있다. 로봇 의수와의 결합, 유전자 편집을 통한 새 유전 구조를 가진 신체로의 변화 등으로 사이보그가 된다. 재구성의 필요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자들에게서 발견된다. 인간이 해저생활을 하게 될 경우, 다른 행성에 정착해 살게 될 경우 혹은 본인의 의식을 사이버스페이스에 옮기는 경우사이보그화를 통한 신체의 재구성을 필요로 한다. 강화는 어쩌면 가장 다양한 상황에서 이해될 수 있는 필요이다. 군사 임무를 수행 중인 자, 육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더 강한 신체를 갖고 싶은 자, 더 빠른 연산, 더 많은 정보의 처리를 바라는 자 등 가장 상위 욕구인 '성장 욕구'(Growth Needs)로부터 비롯한 필요가 '강화'에 속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은 자본의 유입 없이는 지속적인 생산과 개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돈 즉 그 기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자본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기술 획득의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연적 신체는 대체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갖게 되는 조건이며, 그 자연적 신체의 개발과 발전에는 (기술적 개발에 비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사이보그화를 선택하는 인간은 본인이 가진 자연적 신체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그 경험에서 얻은 필요로 기술을 원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다시는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을뿐더러, 신체 구조 전반의 변화를 겪으며 상당한 물리적 충격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을 선택한다는 것은 강한 결핍으로 인한 사이보그 기술에 대한 절실함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에 대한 강한 욕구, 필요를 갖는 사람이 먼저 사이보그가 되리라 본다. 그리고 그들은 신체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환자, 장애인, 노인, 여성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사이보그가 되든, 사이보그화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나'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겪으리라 본다. 기계와 결합해도 혹은 유전자 구조가 바뀌어도 "여전히 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하지만 사이보그가 되면, 이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전 신체 능력 밖의 능력은 행동의 증대, 생각의 확장을 가져오고 이는 자연적 신체에서 경험한 것과는 수준이 다른 정보와 경험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부터 우주비행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이보그가 된다. 누가 사이보그가 되든, 기술 선택에 대한 결정은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그 조건에 다다른 사람만이 사이보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