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로 태어난 크리스토퍼

유전자 편집의 '필요'와 '완전 인간'을 향한 여정

크리스토퍼는 유전자 가위 CRISPR Cas9을 통해 태어났다. 인류가 발견한 모든 유전상 질병을 선천적으로 앓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근력을 비롯 신체 모든 부분에서 능력의 강화가 이뤄졌다. 유전자 가위가 상용화되면서 모든 인류는 편집된다. 유전적으로 거의 결함이 없는 새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CRISPR 기술 ¹로 펼쳐질 미래상은 '완전한 인간'을 향한 인간의 집념을 보여준다. CRISPR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 혹은 삽입하고, 이후 새로운 DNA서열이 연쇄적으로 재생성되며 기존 유전자를 바꾸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체계의 저항과 변이의 발생 등 자칫 구조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에 아직 보편적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CRISPR는 매혹적이다. 질병 없는 신체를 넘어 건강하고 강한 신체 나아가 영원한 젊음을 바라는 욕구의 선상에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CRISPR가 도입된다면, 인간은 이 기술을 통해 '필요적 진화'를 이룬다. 즉 유전자 가위로 편집된 인간은 필요에 의해 사이보그가 된다. CRIPR로 편집된 인간은 자연적 인간과 인공적 DNA 구조가 결합하여 작동하는 상태라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신체적 결함, 질병의 위험성을 제거한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DNA 구조를 디자인하고, 이 구조로 재생성된 인간은 더 이상 자연적 인간과 같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CRISPR와 같은 방법 등으로 사이보그가 될까? 질병 없는 신체에 대한 간절함, 건강하고 강한 신체에 대한 동경, 영원한 젊음에 대한 욕망 등 모두 이유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완전 인간"에 대한 필요는 '기술의 필요성'이 되고, 그 필요에 의해 인간은 사이보그가 된다. 여기서 '사이보그 기술의 필요성'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복원(restoration) 정상화(normalization), 재구성(reconfiguration) 그리고 강화(reinforcement) ²

(의역)
'복원'은 잃어버린 기능 또는 팔다리나 신체 기관의 손실을 회복함을 뜻한다; 그 회복의 수준이 정상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를 '정상화'라고 한다; 사이보그는 또한 사람과는 다르지만 또 동등한 포스트휴먼을 모호하게 재구성하고 창조할 수 있다. 재구성을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다른 생물체와 교류하는 존재가 되거나, (미래에) 자연적 인간들이 지상이 아닌 우주나 바닷속에서 살기 위해 겪게 될 변형 유형을 이룬다; '강화'는 군사적 목적이나 산업 연구에서 그리고 사이보그에 대한 선망이나 사이보그에 대한 강한 선호, 판타지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³

 CRISPR의 경우 4가지 중 어느 기술 필요성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나타나는 기술에 대한 필요는 복합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재구성'을 위하지만 동시에 '강화'의 필요가 있을 수 있고, 심지어 '복원'이 '강화'와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사실 완전인간 역시도 기본적으로 '재구성'과 '강화'의 필요가 같이 작용해야 한다.

 분명 미래의 인간은 오늘날의 인간보다 신체적으로 더 발전되리라 본다. CRISPR의 위험 요인도 인류는 결국 극복할 것이다. 도리어 스스로 원하는 대로 신체를 편집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직시하는 능력을 갖느냐"가 될 것이다. 사이보그 기술의 결정권자는 결국 본인이다. 본인의 바람, 욕망을 구체화하여 필요로서 결정하는 것, 완전 인간을 향한 첫걸음은 여기서 시작하지 않을까?

각주

1.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는 '규칙적인 간격을 갖고 나타나는 짧은 회문구조의 반복'이라는 뜻으로 유전체에서 나타나는 염기서열의 특징을 말한다. CRISPR의 특징을 이용해 Cas9과 같은 단백질을 이용해 기존 염기서열을 절단하여 원하는 부위를 삭제 혹은 삽입할 수 있다.

2. C.H. 그레이는 인간의 사이보그 기술 필요성을 복원, 정상화, 재구성, 강화 이렇게 4가지로 구분한다.

3. Gray, Chris Hables et al.: „Cyborgologie – constructing the knowledge of cybernetic organisms”.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London/New York, NY: Routledge, 1995, S. 3.

참고 문헌

Gray, Chris Hables et al.: „Cyborgologie – constructing the knowledge of cybernetic

organisms”.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London/New York, NY: Routledge, 1995, S. 3.

Jinek, Matin et. al.: „A Programmable Dual-RNA-Guided DNA Endonuclease in Adaptive Bacterial Immunity”. Science (vol. 337, Issue 6096), 17. Aug. 2012, S. 816–821.

https://doi.org/10.1126/science.1225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