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SF 라이프의 시작

모든 존재자 사이에 네트워크가 실현된다면?

반려동물과 소통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이 SF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뉴럴링크는 모든 생물과의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정확히는 생명체의 전기 신호 패턴을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하고, 생명체에게 해당 신호와 같은 자극을 주어 의도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기술적 조절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가 시연에 나섰다. 시연 중인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움직여 화면 속 공을 무작위로 나타나는 사각형에 맞추는 컴퓨터 게임을 한다. 기기에는 빨대가 달려있어서 원숭이가 제대로 게임을 수행할 때마다 바나나 스무디가 제공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이스틱의 전선은 끊어져 있다. 사실 컴퓨터 게임은 원숭이 뇌에 심어진 뉴럴링크를 통해 이뤄지는 중이었다. 원숭이 뇌의 전기신호는 뉴럴링크를 통해 수집, 기록(recode)되고 해독되어(decode) 컴퓨터 게임은 원숭이의 생각만으로 진행될 수 있었고, 사각형이 나타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는 원숭이 뇌의 전기신호를 통해 방향별로 원숭이 손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특정한 자극을 찾아냈다. 이 시연은 뇌의 신호와 손 움직임 간 연동을 파악하는 실험이었던 셈이다.   

 '초미세 폴리머 프로브' (프로브는 대상과 직접 닿아 신호를 보내는 부분을 일컫는다), '신경외과 로봇' 그리고 '맞춤형 고밀도 전자장치'로 구성되는 뉴럴링크는 동물 나아가 인간의 뇌와 연결되어 기능한다.

(의역)
뇌에서 전기신호를 수신하고 발신하는 '초미세 폴리머 프로브'는 머리카락 두께의 4분의 1 수준인 4-6μm 정도이다. 이 얇고 유연한 초미세 폴리머 프로브는 '센서' 부분과  '실' 부분으로 구성된다. 96개의 실에는 최대 3,072개의 전극이 분산 배열되어 있다.¹

'신경외과 로봇'은 정밀하고 빠르게 뉴럴링크를 삽입하는 기계이다. 로봇의 삽입 헤드는 전반적으로 시술부위의 400mm × 400mm × 150mm 범위 내에서 10μm 정확도로 6개의 실(총 192개의 전극을 가진)을 1분 동안 삽입할 수 있며, 빠르고 쉬운 교체가 가능하다.²

'맞춤형 고밀도 전자장치'는 256개의 개별적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증폭기,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 디지털화된 출력을 직렬화하는 제어회로 등으로 이뤄져 있는 칩 부분에 해당한다.³

이미 2023년 9월 19일 뉴럴링크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인간에 적용하는 시도에 들어간다고 공식 발표했다.⁴"PRIME Study"라고 명명된 이 시도⁵는 6군(사지마비, 하반신 마비, 시력 손실, 청력 손실, 실어증, 팔 혹은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의 환자들이 등록 대상이다.⁶ '신경외과 로봇' R1을 통해 피실험자는 뇌에 N1 뉴럴링크 장치를 삽입 시술받게 된다.

이미 1번째 사지마비 환자가 체스 게임을 두고, 컴퓨터 전략 게임인 '문명 VI'를 하는 등 인간 뇌와 컴퓨터의 연결을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척시켰다. (2024년 10월 24일) 현재는 두 번째 환자가 임상 중이다.

 뉴럴링크는 치료의 목적으로 임상 중이지만, 인간과 컴퓨터가 연결되어 상호 소통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기술적 의의가 있다. 뉴럴링크를 통해 인간은 디지털 신호를 이해하고 새롭게 세상과 연결된다. 더 정확히는 인간이 (더 이상 주체가 아닌) 객체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세상에는 각기 다른 객체들이 존재할뿐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객체로서 관계를 맺으며 이어진다. 기술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가운데 인간은 네트워크 속 하나의 점(node)일 뿐이다. 뉴럴링크 기술 그러니까 인간-컴퓨터의 결합인 이 사이보그 기술은 모든 존재자를 객체로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인간-컴퓨터의 결합이라 해서 인간이 주체라 할 수 없다. 이 결합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려면, 인간은 컴퓨터에 대해 작동하고, 컴퓨터는 인간에 대해 작동해야 한다. 서로가 함께 이루는 시스템의 부분으로서 온전히 작동함은 목적한 기능에 대하여 합일된 시스템 안에서 서로의 지향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자 사이에 사이버네틱스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모두와 연결될 수 있다. 모든 객체들과 정보의 교류가 이뤄지는 시대가 열림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SF와 같은 삶이 현실이 펼쳐지게 될 텐데, 우리는 로봇을, 기계를 식물과 동물등 다른 생명들을 인간과 동등한 객체로 대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인류에게 어려운 숙제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질문은 (확장된 논의로써) 사이보그 기술이 페미니즘, 동물권의 이슈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지는 새로운 저항과 도전에 대해서는 추후 다뤄보도록 하겠다.  

참고하면 좋은 필자의 앞선 글

어디까지가 사이보그일까?

각주

1. Musk E., Neuralink: „An Integrated Brain-Machine Interface Platform With Thousands of Channels”. Journal of Internet Medical Research (vol.21, No.10), Oct. 2019. p.1-2

2. ibid. p.4-5

3. ibid. p.6
4. Neurallink Blog, <Neuralink's first in Human clinical trail is open for recruitment.>, 2023.09.19

5. PRIME은 Precise Robotically Implanted Brain-Computer Interface(로봇에 의한 정밀 삽입 BCI)의 약자다.

6. Neurallink Blog, <Neuralink's patient's registry opens to Canada>, 2024.03.24.

참고 문헌

Musk E., Neuralink: „An Integrated Brain-Machine Interface Platform With Thousands of Channels”. Journal of Internet Medical Research (vol.21, No.10), Oct. 2019.

https://www.jmir.org/2019/10/e16194/

Neurallink Blog, <Neuralink's patient's registry opens to Canada>, 2024.03.24.

https://neuralink.com/blog/neuralinks-patient-registry-opens-to-canada/

Neurallink Blog, <Neuralink's first in Human clinical trail is open for recruitment.>, 2023.09.19.

https://neuralink.com/blog/first-clinical-trial-open-for-recruitment/

이미지 출처

https://analyticsindiamag.com/ai-news-updates/neuralinks-approval-for-testing-its-device-on-humans-p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