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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달 Nov 16. 2024

보통 |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평범한 외로움에 대해

나는 한 번씩 괜찮다가 난데없이 기분이 추락하는 일이 잦다. 그럴 때에는 며칠 내내 살이 에는 듯한 외로움과 공허함이 나를 마구 찌른다.


친구들이 있어도 결국은 그 친구들만의 자기 인생이 존재한다. 내가 그러한 것처럼.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각자 살아온 길과 인생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러한 것처럼.

친구보다도 더 자주 만나는, 전적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정신과 의사도, 진료실 그 방 한 칸을 벗어나면 본인에게 소중한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가족에게도 말 못 할 것들을 그에게 모두 털어놓지만, 결국은 가족이나 내 친구들, 두 마리의 고양이보다도 더 중요한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나의 가장 바닥의 바닥까지의 이야기를 듣는 상담사도 상담실을 벗어나 집으로 향하면 그 상담사만의 인생이 존재한다. 내가 그러한 것처럼.


결국 나를 제외한 모든 이는 타인이고 남이다.

물론 사람이 완벽하게 타인과 함께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결국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우주에 유일무이한 하나의 독립된 개체일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너무나 공허하고 외롭다.


우울증을 터널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표현하고는 하는데, 나의 우울은 끝이 있는 터널보다 깜깜한 우주에 가깝다. 나를 붙잡아 줄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죽음과 빈 공간만이 존재하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정처 없이 몸을 맡긴 채 부유하고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다.

그리고 그것은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끝없고 지속적이다. 터널처럼 출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 우주에서 완벽하게 혼자가 된 채,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평범하며 보통인 외로움과 공허 속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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