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라서
엄마는 낮에 인사하고 나가면 언제나 컴컴한 밤에는 돌아왔다. 그리곤 현관 입구에 가방을 내려놓고 인근 공원으로 산책시켜 주었다. 혼자 집을 지키며 그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따스한 햇볕이 초록 잎을 틔우던 어느 날, 아빠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엄마는 떠났다. 날 꼭 안아주며 슬픈 표정을 지은채. 아빠만 트럭과 함께 돌아왔다.
해가 찾아오고 달이 떠나기를 몇 번 반복했을 때 엄마가 왔다.
“자두야, 오늘 엄마 집에 가볼까?”
엄마 말투가 경쾌한 걸 보니 즐거운 일인가 보다. 먼저 현관에 나가 기다렸다.
엄마는 여느 때와 다르게 큰길로 나를 이끌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건널목을 몇 개나 건넜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몸을 움츠리고 부딪히지 않으려 조심했다. 엄마도 내 목줄을 바투 잡고 최대한 나와 붙어서 걸었다. 꼬리를 내리고 한참을 땅만 보며 걸었다. 노즈워크할 정신도 마킹할 마음도 없었다.
어느덧 도로 옆 집들로 가득 찬 골목으로 들어섰다. 2층 계단을 오르자 엄마가 문을 열었다.
"자두야, 어서 들어가. 오느라 힘들었지?"
‘여기가 어디지?’ 난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집 안 곳곳에서 엄마 냄새가 났지만 그리 깊지 않았다. 벽 모서리에 눈에 익은 물건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다. 아빠와 사는 집에 있던 엄마 책상. 엄마는 거기 앉아서 "우리 자두, 왔어?"라며 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엄마가 발을 닦이고 물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목말랐는지 어찌 알고 딱 맞혀 물을 주는지 신기하다. 그릇이 바닥이 날 때까지 허겁지겁 물을 빨아올렸다. 그 사이 엄마는 캔을 따 주었다. 부드러운 고기와 야채 알갱이가 조화롭게 씹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두 가지 맛이 믹스 매치되어 코를 박고 숨도 멈추고 먹는 '개 꿀맛'이다.
한숨을 돌리자 엄마가 폭신한 이불을 깔아주었다. 커다란 창 안으로 따뜻한 햇볕이 스며들었다. 피곤이 졸음과 함께 몰려와 스르르 눈이 감겼다.
'엄마는 왜 여기 있는 걸까. 왜 나와 함께 살지 않는 걸까?'
엄마를 못 본 지 까마득하다.
땅 속에서 새 싹이 나오고 나무에 꽃들이 피었다 졌다. 아빠가 털옷을 입혀주는 추위를 한번 맞았고 발바닥이 뜨거워 돌아다닐 수 없는 더위는 두 번째 맞이했다.
엄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렇다고 잊은 건 아니다. 아빠가 '엄마'라는 말만 해도 '엄마 기억'이 모두 되살아 날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빠 입에서 '엄마'라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나는 '개'라 내일을 모른다. 오늘을 살뿐이다.
지금은 우선은 아빠와 사는 거다.
<끝인사>
그동안 저의 얘기를 들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