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을 내는 파란 트럭
아빠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주워 입었다.
“자두야, 오늘은 아빠랑 일하러 가자.”
아빠가 분홍색 털옷을 입히고 목줄을 채웠다. 난 콧바람 쐬는 줄 알고 신났다. 그런데 아빠는 파란색 커다란 차에 태웠다. 옆 좌석에 잡동사니를 치우고 앉을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주변은 발 디딜 틈 없고 쇳내와 땀 냄새, 담배, 먼지 냄새가 뒤섞여 났다. 아빠가 일 마치고 돌아올 때 나는 '아빠 냄새'였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반쯤 열린 창문으로 세찬 바람과 세상이 요란스럽게 달려들었다. 사방으로 집이며 사람들, 차, 나무, 큰 건물 등이 휙휙 지나갔다. 아빠 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고 달렸다. 차가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려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것 같았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앞발과 뒷발에 힘을 줘 고개를 빳빳이 들고 정면을 주시했다. 시간이 갈수록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아빠도 내가 신경 쓰이는지 운전하며 힐끗힐끗 곁눈질을 했다. 아빠 차는 쉬지 않고 한참을 달렸다.
“자두야, 아빠 일하고 올 테니 좀 기다리고 있어.”
아빠는 두껍고 낡은 장갑을 끼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며 뭐라고 했다. 깜짝 놀라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아빠가 어서 돌아오기만 바라며 창밖 주변을 살폈다. 멀리서 기계 소음이 '웅웅'거리며 귓전을 울렸다.
햇볕이 따뜻해질 때쯤 공장 안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고 아빠도 지친 얼굴로 돌아왔다.
“우리 자두, 아빠 기다리느라 많이 힘들었지? 이제 밥 먹자."
아빠는 동그랗고 하얀 플라스틱 그릇에 밥을 부어 주었다.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다. 아빠는 검은 봉지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우걱우걱' 먹었다. 아빠는 먹는 내내 소리 나는 네모상자를 뚫어져라 봤다. 난 시끄럽기만 한데 아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킥킥대며 웃었다. 내 컨디션이 어떤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 관심도 없다.
"자두야, 이제 다음 공장으로 가자.”
아빠는 또 어디론가 가자고 했다. 집이 아닌 건 확실하다. 잠시 후 내가 앉은자리가 덜덜 움직이기 시작했다. 뒷발에 힘이 들어가고 몸 전체가 굳어갔다. 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힘든 여정이 다시 시작되나 보다. 난 언제쯤 집으로 돌아가게 될까...
“이번엔 빨리 끝내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
아빠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공장 건물 뒤편으로 사라졌다.
아빠가 편히 쉬라고 폭신한 방석을 깔아주었지만 엎드리진 않았다.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체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차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햇볕이 스러지자 아빠가 돌아왔다. 목에 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내 밥그릇을 내려다봤다.
“아니, 자두! 배고팠을 텐데 왜 밥 안 먹었어? 그럼 간식이라도 좀 먹자.”
배는 고팠지만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간식을 주었지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좋아하는 간식도 당기지 않았다. 아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런지 아빠 얼굴에 주름이 주룩주룩 하고 피부색이 까맸다.
덜덜거리던 차가 멈추고 아빠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목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 산책하는 길이었다. 친숙한 냄새에 마음이 놓이고 기분이 나아졌다. 이제 곧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가 검은색 봉지를 들고 차에 올라탔다. 난 그 봉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대충 안다. 아빠의 구름과자와 초록색 병. 그리고 술안주 겸 내 간식???
아빠는 그걸 마시고 피우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겠지.
파란색 트럭은 굉음을 내며 덜덜거리며 천천히 달렸다.
딱! 그 말이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