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몰라, 마음 가는 데로
엄마가 뭔가 일을 꾸미나 보다. 간식을 꺼냈는데 주지 않고 기다리라고 한다. 엄마는 간식 한 개를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 컵으로 덮었다. 간식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아주 희미한 냄새만 남았다.
“자두야, 어서 먹어.”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컵을 한번 보고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엄마는 컵을 향해 눈짓했다. 코를 살짝 갖다 댔더니 컵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오른쪽 앞발로 툭 쳤다. 살짝 들려 올라가더니 다시 내려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왔다. 컵 윗부분을 살짝 물어 들어 올렸다.
‘어마나, 세상에!’
그 속에 간식이 얌전히 앉아있었다. 얼른 먹었다. '꿀맛'이었다.
“우와, 우리 자두 천재다! 천재. 이걸 해내다니 대단한데.”
엄마는 내 목을 끌어안고 침을 튀기며 기뻐했다.
엄마가 이번엔 컵 두 개를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 자두야 잘 봐, 여기에 간식 있지? 엄마가 컵으로 간식을 덮고 옆에 있는 컵과 자리를 바꿀 거야.
잘 보고 있다가 간식을 감춘 컵을 찾아야 해. 알겠지? 자, 시작한다!”
엄마가 뭘 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양손이 엇갈리니 컵이 서로 왔다 갔다 하며 자리를 바꿨다.
“자두야, 이제 찾아 먹어.”
아무것도 없는데 뭘 찾으라는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코를 흠흠 거리며 양쪽을 번갈아가며 냄새를 맡았다. 컵이 냄새를 가두고 있어 분간하기 어려웠다.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만 했다. 한번 더 신중하게 맡아보고 마음 가는 쪽의 컵을 들어 올렸다.
대박! 그 속에 간식이 있었다. 놀라긴 엄마도 마찬가지.
엄마는 신이 나서 한 번 더 간식을 숨겼다. 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까처럼 했다.
대박! 그 속엔 간식이 없었고 지금까지 생기 넘치던 엄마도 온데간데없었다.
아까와 달리 엄마의 손놀림이 느려졌다. 이번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의 손놀림을 잘 따라가다 한순간 놓쳐버렸다. 맞힐 자신이 없었다. 그냥 아까처럼 마음 가는 대로 했다.
대박! 그 속에 간식은 없었다. 간식은 엄마가 들어 올린 컵 밑에 있었다.
“괜찮아, 자두. 그래도 잘했어.”
엄마 목소리에 힘은 없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엄마가 간식을 봉지째 들고 와 '간식 던지면 받아먹기' 놀이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