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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10. 2024

아기와 눈물.

아기가 태어난 지 1년반이 지나도 한 발자국 떼지 못했고, 말 한마디 또렷하게 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눈빛에는 점점 걱정과 두려움이 번져갔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마치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처럼 불안이 자리 잡았다. 이웃들은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재촉했지만, 부모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망설였다. 결국 그들은 결심을 하고 아기를 안고 20킬로미터 떨어진 합천 보건소로 향했다. 그날, 부모님의 마음속에는 깊은 불안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의사는 아기에게 걸어보라고 하고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부모님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의사는 아기를 꼼꼼히 살피고 나서 조심스럽게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김새는 문제가 없지만,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와 아빠의 가슴은 천둥처럼 울렸다. 그날 이후, 우리 집안은 어둠에 잠겼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매일같이 눈물을 흘렸다.



어느 날, 엄마는 여느 때처럼 아기를 무릎에 눕혀 젖을 먹였다. 그녀의 눈에서는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기는 젖을 먹다 말고 작은 손을 들어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작은 손길이 엄마의 뺨을 스치는 순간, 엄마는 깜짝 놀랐다. 아기는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엄마의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깨달았다. 아기가 감정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엄마의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동안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 작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아빠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기대와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 “바보는 아닌 것 같아. 아니, 오히려 똑똑한 아이일지도 몰라.” 아빠의 말은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부모님은 그날 밤 오랜 시간 동안 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몸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총명함은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부모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동네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비록 다른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놀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이 뛰어다니는 동안 혼자 흙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이가 그린 로봇 그림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아이의 걷는 모습이 다소 특이해 보여도 친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냇가에서 고기를 잡거나 산에 올라가 놀 때도 친구들은 늘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아이는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부모님의 헌신과 친구들의 배려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갔다. 비록 몸은 느리게 움직였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해갔다. 친구들의 배려는 햇살처럼 아이의 세상을 비췄다. 세상은 아이에게서 절망을 보았지만, 부모님은 그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냈다.



아이는 힘들게 걸어다니고, 알아듣기 힘든 발음이었지만, 그 속에는 깊은 총명함과 따뜻한 마음이 자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세계는 점점 더 넓어졌다. 그리하여 아이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은 험난했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친구들의 배려로 인해 아름답게 빛났다.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워갔다.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을 때, 엄마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첫걸음을 내디딘 날, 아빠는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작은 성취들이 쌓여가며 아이는 점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친구들은 특별했다. 그들은 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함께 놀았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며 혼자 흙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곤 했다. 아이의 그림은 점점 더 생동감 있고 아름다워졌다. 로봇, 동물, 친구들, 그리고 가족을 그리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친구들은 그런 아이의 그림을 보며 즐거워했다


...

내가 세살 때의 일이지만, 난 이 날이 뚜렷이 기억난다.

어느 방이었는지, 어떻게 안기고 있었는지,

어떤 손으로 닦아주었는지....

그리고 그때의 내 마음이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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