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래 장편소설 《이탈-그 여름의 추억록》 제2부
작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병장 몇이 뭔가를 조병주에게 일렀다. 상병 몇이 곧 연병장 가 키 낮은 수풀 덤불 속으로 산개했다. 얼마 후 돌아온 그들의 손엔 한 마리씩 막 발버둥을 쳐대는 배때기 빨간 생물들의 뒷다리가 잡혀있었다. 그 생물은 무당개구리*였다. 그 징그럽게 생겨먹은 것은 그가 신병교육대 13중대 비 멎은 연병장의 진창에서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여하튼 이상한 땅이었다. 이전에 그는 그런 것도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독이 있다는 개구리였다. 조병주가 신병들을 불렀다.
“얘들아, 신고식 해야지?”
신고식이란 것은 신병들이 무당개구리를 산채로 한 마리씩 삼키는 것이었는데 그게 전통이라고 했다. 그건 원래 기습대에서 비롯됐고 혹, 동절기에 들어온 신병이라도 오는 여름엔 필히 한 차례 통과해야 하는, 평생에 한 번씩은 반드시 앓아야 하는 수두처럼 피할 수 없는 의례였다. 그와 동기들, 그리고 아직 신고식을 치르지 못했다는 이등병 몇이 방아깨비처럼 뒷다리를 뻗대어대는 생물들 앞으로 나뉘어 섰다.
신고식은 다음과 같았다. 재료를 건네받은 신고자는 먼저 바둥거리는 뒷발을 꼭 쥔다. 그것의 뒤통수를 다른 쪽 손 중지로 튕겨 기절시킨다. 단번에 늘어지지 않을 경우엔 기절할 때까지 반복한다. 기절한 개구리가 사지를 쭉 뻗으면 고개를 젖혀서 목젖이 보일 정도로 한껏 입과 목구멍을 확장 시킨다―마치 커다란 알을 삼키려는 뱀 처럼―. 개구리 대가리를 목젖에 댄 다음 꿀꺽하고 마시듯이 밀어 넣는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망설이다가 다른 음식처럼 혓바닥에다 올려놓고 씹어서 넘기려 하다간? 그다음은 상상에 맡길 수밖엔 없다. 졸도한 무당개구리는 식도로 미끄러져 내려가 위에 도달한다. 인간의 뜨끈한 내장 속에서 의식을 차린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기 시작한다. 자연 신고자는 제 몸속에서 어떤 생물체가 나대고 들이받고 긁어대는 끔찍한 감각을 느낀다. 신고자의 얼굴은 요상하게 일그러진다. 그때, 상병 하나가 불붙인 담배를 준다. 신고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빨아들인 연기를 몇 번이고 위 속까지 깊숙이 집어넣는다. 이제 그 가련한 생명체는 질식사한다. 그걸 거친 이들은 다음날 아침부터 곧바로 효과를 봤다고 했다. 산을 뛰어 올라가는데도 숨이 전혀 가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일종의 토테미즘(totemism)과 비슷한 어떤 정신적 동일시일 수도 있을 터였다. 자신도 이제는 들짐승과 다르지 않다는. 이후에 그가 아침 구보를 보니 신고식 이전보다는 아무튼 그들이 더 강해진 것은 사실인 듯했다.
안마사의 동기가 그 동물을 받아 가볍게 처리한 다음 흡사 맛있는 것처럼 단박에 삼키고는 크고 동그란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텔레비전 사극에 나오는 기생의 교태 같았다. 그 눈꼬리에 어떤 요염함이 비쳤다. 요염한 그를 병장들은 매우 흡족해했다.
“빨리 안 해?”
1소대 반장이 소리 질렀다.
“지금, 나이 처먹었다고 개기는 거니?”
철썩대는 소리가 연달아 퍼졌다. 저쪽에서 고개를 숙인 안마사가 뺨을 내맡기고 있었다. 나이 많은 안마사는 끝끝내 신고식을 사양했다. 안마사는 하얀 러닝셔츠가 흙물 칠갑에 나중엔 너덜거릴 때까지, 아직도 무수하게 튀어나온 자갈에다가 큰 돌멩이가 파내진 구덩이가 질척거리는 연병장을 낮은 포복으로 왕복해야 했다.
이제 그의 순서였다. 슬슬 뒤로 빠지며 신고자들의 스타일을 두루 감상하다 보니 그가 마지막이 된 거였다. 그런데 재료가 떨어졌다. 머릿수를 잘못 계산했던 상병들이 뒤통수에다 욕을 태기로 얻어먹으며 다시금 재료를 구하러 갔지만, 그것들은 이미 다 퇴근해버렸는지 그들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 개구리목 무당개구리과의 양서류. 몸길이 4∼5㎝. 등 면의 피부는 조잡하며, 크고 작은 돌기가 있고, 검은빛을 띤 녹색, 푸른빛을 띤 녹색 또는 갈색 바탕에 불규칙한 검은색 무늬가 산재 되어 있다. 배면은 매끄럽고 붉은색 또는 누런빛을 띠는 붉은색의 선명한 바탕색에 검은색의 불규칙한 무늬가 흩어져 있다. 피부에서는 흰색의 독액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인체의 점막에 닿으면 강한 자극을 준다. 한국의 북부지방에서는 평지에 산란하고 서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