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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by 이월생

1년에 한 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특별한 하루. 바로 생일이다. 하루하루 공부만 하던 나에게도 어느덧 생일이 찾아왔다.


축복


그날도 어김없이 스터디카페에 있었다. 전공 서적과 씨름하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잘 안 풀리는 문제 때문에 열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생일은 생일이었다. 평소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밖에서 저녁을 사 먹었지만, 오늘은 조금이라도 특별해야 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고, 나는 평상시와 달리 집을 향했다.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며 생일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저녁 메뉴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역국과 배달음식, 케이크로 생일을 맞이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엄마와 동생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1시간 안에 저녁을 해치우던 평소와는 달리, 스터디카페에서 나온 지 어느덧 2시간 가까이 흘렀다. 슬 돌아가야겠다 싶었던 나는 일어날 준비를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말했다.


“오늘은 생일인데.. 하루 정도는 쉬는 거 어때?”


하지만 엄마의 말은 나에게 들어오지 않았다.


단순히 ‘합격하기 위해서는 생일에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일이니까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부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전제가 잘못되었다. 공부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이어야 했다. 공부는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축복이어야 했다.


생일선물


그날 저녁, 공부는 평소보다도 더 잘 되었다. 특별한 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나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어떻게든 꼭 하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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