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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송현 Oct 29. 2024

한글 모음 발음의 비밀

단모음과 이중모음 계산법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처음 가르치는 모음은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ㅐ,ㅔ,ㅚ,ㅟ가 포함이 되어있지 않아 이건 언제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ㅑㅕㅛㅠ와 같은 모음들은 모두 이중 모음인데, 단모음과 함께 가르칩니다.

ㅐ,ㅔ,ㅚ,ㅟ 도 이중모음인데, 이것과 다른 게 무엇일까요? 아니, 다르기는 할까요?

아이들을 훈민정음 식 발음법으로 가르치며 한글을 아예 모르는 아이들이 훈민정음을 배웠을 때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배워 나름의 사색을 거쳐 알아낸 놀라운 이중모음 계산법을 공유합니다.


입을 한 번만 움직이는 이중모음


ㅐ,ㅔ,ㅚ는 입모양이 변하지 않는 대신 모두 입을 ㅣ를 발음할 때 처럼 입꼬리를 위로 조금 끌어 올려 주고, 혀를 아랫니에 댑니다. 조합법이 입을 두 번 움직이는 게 아닌 두 입모양을 조합하여 하나를 발음하는 겁니다. 잘 느껴보면 알겠지만 끝나는 혀의 모양이 ㅣ와 같이 습니다. 혀가 아랫니에 닿습니다. 굳이 쓰자면 ㅏ+ㅣ, ㅓ+ㅣ가 됩니다.


입을 두번 움직이고 소리는 한 번만 내는 이중모음


ㅑ,ㅕ,ㅛ,ㅠ는 모두 입모양을 'ㅣ'로 만든 후 ㅏ,ㅓ,ㅗ,ㅜ를 발음하여 발음합니다. 짧은 획을 한 번 더 붙이는 모음은 모두 같은 법칙을 따릅니다.

입은 두 번 움직이지만 소리는 한 번만 납니다. 바로 뒤의 것입니다. 굳이 쓰자면 ㅣㅏ, ㅣㅓ, ㅣㅗ, ㅣㅜ 가 됩니다. 혀의 모양은 뒤에 표기한 ㅏ,ㅓ,ㅗ,ㅜ를 따릅니다. 혀가 입 안에서 둥둥 떠 있습니다.

짧은 획을 한 번 더 붙이는 모음은 모두 같은 법칙을 따릅니다.

위에서 ㅐ,ㅔ 또한 입모양을 'ㅣ'에서 시작하며 발음할 경우, ㅣㅐ=ㅒ, ㅣㅔ=ㅖ 가 됩니다.


ㅟ는 ㅑ,ㅕ,ㅛ,ㅠ 와 비슷합니다. 단, 'ㅣ'로 시작하는 게 아닌, 'ㅜ'로 입모양을 시작하고 'ㅣ'로 끝나면서 소리를 냅니다. 


두 법칙 중간의 어중간한 소리


ㅚ는 'ㅟ'와 비슷하지만 'ㅣ'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ㅗ와 ㅣ의 중간 입모양에서 끝납니다. 왜 ㅗ에서 시작하고 ㅣ로 끝나면 안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발음하면 'ㅟ' 발음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ㅚ'는 위 법칙들에 따르기 보다 낭비를 줄이고 발음기호를 재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 공식이 항상 맞지 않을까?


한글의 모음은 발성을 할 시점의 입모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자음은 혀와 성대모양 집중해서 표현합니다. 자세히 발음을 들어 보면 알 수 있지만, 입모양이 두번 움직이는 모음 같은 경우, 실제로 소리 자체가 빠르게 변화합니다. 우리가 "발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하나의 소리가 아니라 "소리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수를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지요. 하지만 우리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음절", 즉, 소리를 끊었다가 다시 내는 방식으로 언어를 표현합니다. 즉, 위 모든 모음은 비록 소리가 변한다 할지라도 하나의 "음절"안에는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수 많은 공식을 저렇게 단순한 기호 안에 집어 넣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 집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한글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구요?


사라진 아래아, 필요한 모음이었다


입모양과 거의 대부분 위의 공식으로 소리의 표현이 가능합니다. 물론 [ou]와 같은 발음을 위해 한 글자 안에 ㅗㅜ와 같은 이중모음을 허용한다는 가정 하에서이긴 하지만 기호 자체만 보면 입모양을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이미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입을 자연스럽게 열고 발성하는 소리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ㅏ도 ㅓ도 아니고, ㅗ도 ㅜ도 아니고, ㅡ도 ㅣ도 아닌 입모양, 그냥 입에 힘을 빼고 소리를 내 보세요. 그게 'ㅏ'인가요, 'ㅓ'인가요? 그냥 목구멍에서 울리는 소리만 나고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모음 소리, 저는 그게 사라진 (아래아)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아 가 부활되면 우리의 자음 교육이 훨씬 자연스러워 질 겁니다. '노력'을 기울여야 발음할 수 있는 다른 모음들과 달리, (아래아)는 그냥 자음에 집중하고 성대만 떨면 발음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다른 모음에 가깝지만 않다면 아래아에 정답은 없었을 겁니다. 그랬기에 후대에 '필요없는 글자'라고 오해했을 지도 모르지요.


결론


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머리가 굳은 어른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지요. 조금씩 다른 점은 있지만 일단 자음 모음의 구성 원리를 알려준 이후에는 스스로 조합해서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글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위의 몇 가지 조합법을 알려주고 생전 처음 보는 글자를 알려줘도 대충 소리를 낼 수 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고, 어느 정도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만일 사라진 아래아를 부활 시킨다면 미국에 있는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아이들도 외국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듣는 외국어를 잘 듣지 못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들어 왔던 소리에 해당 소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우리의 "기대 음가", 즉, 다음에 올 것이라 기대되는 소리의 스펙트럼이 좁다는 말이지요. 평상시의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교육에서까지 없앨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교육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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