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싱 트윈 (잘 가.. 세미야..)
임신 7주 차가 되었고, 병원 가는 날이 되었다. 평소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는데, 지난주 한 아이의 난황이 커서 예후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는 말에 걱정을 너무 많이 한 터라 그날은 별로 병원 가는 것이 기대되지 않았다. 병원 갔는데 세미의 심장이 멈춰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게 주특기인 나는 혹시 그동안 차로 40분-50분 거리를 출퇴근하는 것이 무리가 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지난번 병원에 다녀온 후 학교에 사정을 말하고 일주일 병가를 내었다.
세미를 위해서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하지만, 나중에 만에 하나 잘못되더라고 '혹시 그때 내가 무언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건 아닐까? 내가 무리를 해서 그런 거 아닐까?' 하는 후회가 들지 않도록 절대 안정을 취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집에서도 조심조심 생활하며 일주일 간의 절대 안정을 취하고 드디어 병원에 가는 날..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병원으로 향했고 내 차례가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아이고.. 한 아이는 결국 잘 못 큰 것 같네요.."
초음파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이 세미의 심장이 멈추었다고 하셨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눈물이 찔끔 날 뻔했지만 꾹 참고 진료를 보았다.
"다행히 한 아이는 잘 크고 있어요. 심장도 잘 뛰고요."
지난주 0.6cm였던 요미는 그 사이 1.3cm 정도가 되어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고 하셨다.
"한 번에 한 아이를 낳는 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무리가 되지 않는 가장 자연스러운 임신의 형태이고, 한 아이는 잘 크고 있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위로를 해 주셨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가 혹시 세미의 심장이 멈춰 있으면 어떡하지 하며 미리부터 걱정하고 주둥이를 놀려서 이렇게 된 것일까....'
병원에서 나오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세미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좋은 곳으로 가렴..'
남편과 엄마에게 전화를 하며 차에서 펑펑 울었다.
"어쩐지 아빠가 며칠 전에 태몽 같은 걸 꿨는데, 큰 호랑이가 나왔는데 호랑이가 한 마리였다고 하더라.. 왠지 기분이 안 좋아 너한테는 말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씁쓸하게 말씀하셨다.
베니싱 트윈.. 둘을 임신했다가 한 아이가 도태된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결국 7주 차에 나는 베니싱 트윈 산모가 되었다.
보통 단태아의 경우에는 태아의 심장이 멈추면 계류유산으로 보고 소파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베니싱 트윈의 경우에는 한 아이가 살아있기 때문에 소파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장이 멈춘 아기를 자궁에 그대로 두어도 이란성이라 아기집이 달라 다른 한 아기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살아있는 아기가 커 가면서 도태된 아기의 잔여물들은 흡수되기도 하고, 작아지고 밀려나 잘 보이지 않게 되고, 그러다 자연 배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남은 것(?)들은 살아있는 아기를 출산할 때 함께 꺼낸다고 하였다. 보통 이렇게 초기에 도태된 경우에는 나중에 출산할 때 즈음이면 흔적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된다고 하였다.
저녁 내내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그래도 남은 한 아이를 지켜야 하기에 마음을 굳게 먹기로 하였다. 오늘 단 하루만 울고 세미를 마음속에 묻기로 하였다.
'세미야.. 쌍둥이 낳아 기를 생각에 이것저것 걱정이 많은 엄마를 보면서 혹시 엄마 힘들까 봐 먼저 간 거니..? 아니면 요미가 더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네가 양보한 걸까..? 엄마가 몸에 좋은 고기를 너무 안 먹어서 너에게 갈 영양분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을까..? 정말 미안하다..
근데 그거 아니..? 엄마는 너를 품은 2주 동안 걱정보다 기쁨이 훨씬 더 컸어.. 쌍둥이 엄마할 생각에 조금 엄살은 부렸지만 실은 너어어어무 행복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짧았지만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웠어.. 나중에 둘째로 엄마한테 다시 와줘..'
주말이 되어 울적한 마음에 남편과 함께 여주 이포보로 나들이를 나갔다.
신선한 공기를 쐬며 탁 트인 하늘과 강물을 바라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요셈이에서
요미와 세미로..
그리고 다시 혼자 남은 요미..
'한 달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참 다이내믹한 임산부 생활이로구나..'
요미의 태명을 그대로 요미로 두어야 할지, 다시 요셈이로 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태명을 지어주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우리는 고민하다가 그래도 출산할 때까지 세미와 함께 뱃속에 있을 거고, 세미 몫까지 건강하라고 그냥 다시 '요셈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요셈아.. 끝까지 건강하게 자라주렴..! 세미 몫까지 아니 그보다 더 아껴주고 사랑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