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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jiya Sep 12. 2024

애옹위키&강약약약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얼마 전 둘이서 마라탕을 먹으면서 애옹이(아들의 애칭)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강약약강 알지?"


 "알지.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야."


 "친구들이 나는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뭔데?" (설마..?)


 "강약약약"


 "......"  (내 이럴 줄 알았어 ㅜㅜ)


 "나쁘게 말하면 비굴한 거구, 좋게 말하면 평화주의자."


 "네가 왜 비굴해...? 그래도 너 진짜 아닐 때는 단호하게 하잖아. 중학교 때 홍땡땡이 절대 봐주지 않았잖아."

  * 홍땡땡이는 중학교 시절 내내 애옹이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뻑하면 '애미' 어쩌고 하는 욕을 해서 자극하던 아이였다.

 

 "아... 걔..."


 "그럼 지금은 너를 그렇게까지 화나게 하는 애가 없어서 그러는 거지?"


 "맞아."


웃프다는 건 딱 이럴 때 하는 말이다. '강약약약'이라니. 어쩜 저렇게 속이 좋을까 싶으면서도 걱정되는 엄마 마음이었다.


 "그래도 너무 만만히 보이지는 마."  






   지난 5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때 선생님 역시 같은 걱정을 하셨다. 하루는 애옹이 친구가 담임선생님을 찾아와서  "선생님, 아까 OO이가 애옹이한테 말을 좀 심하게 했는데요, 저라면 기분이 나빴을 것 같아요." 하고 귀띔을 해준 일이 있다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제가 애옹이를 따로 불러서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애옹이는 '걔 말투가 원래 그래서 저는 괜찮아요. 그래도 제가 기분 나쁘게 느껴지면 그때는 먼저 말씀드릴게요.' 하더라고요. 좋은 성격인데, 저는 이런 면을 친구들이 이용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해요."


'애옹이는 진짜 대인배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까지 세심히 살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했다.


고등학교 진학하고부터 애옹이는 '모난 돌' 꼬리표를 뗐다. 외모는 인생 최고 못생김을 찍었지만 학교생활은 '리즈'시절을 맞이한 것 같다.


  




   애옹이의 순탄치 않은 초·중학교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고등학교에서는 또 무슨 일이 펼쳐질지 걱정이 앞섰다. 마침 우리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고등학교' 면학분위기가 잘 조성된 곳이라고 들었다. 소위, '입결 좋은 자공고'.


모집 인원의 절반은 인접 시 아이들이라서 야자가 끝나는 밤 10시면 학교 앞에 붉은색 관광버스 십수 대와 자가용 행렬이 진풍경을 연출하는 그 학교다. 남편은 애옹이가 그 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랐다.


물론 대학입시에 대한 욕심도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아직 말랑한 애옹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성장할 때까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무사히 3년을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주변에서 종종 봤다. 학교, 군대, 심지어 직장에서도 괴롭힘으로 입은 상처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이들을.


남고를 나온 남편은 저맘때는 또래집단에서 물리적 힘을 권력으로 행사하는 아이들이 반드시 있고, 애옹이는 그런 아이들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공부에 집중하는 아이들이라면 애옹이의 독특함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다. 거슬린다 한들 '학교폭력'으로 분류될 만한 행동으로 생기부를 망치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몸소 겪은 애옹이도 아빠의 의견에 동의했다. 눈치코치는 없어도 다행히 학습능력은 우수한 편이라서 희망 학교에 무난하게 합격이 가능했다. 고등학교 입학 원서 접수를 앞두고 소식을 들은 학원에서는 애옹이를 설득하다 못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고 보내지 마세요. □고 같은 데 가 내신 잘 받아서 '인서울' 하는 게 훨씬 유리해요~ 중학교 시험 백점? 그거 별 거 아니에요."


노골적인 표현에 당황스러웠다.  시험지로 학원 홍보할 땐 언제고. 그럼에도 틀린 말은 아니어서 나는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남편과 애옹이는 확고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학원은 주말에 운영해야 하는 '○○고'반을 편성할 계획이 없었던 거다.


애옹이네 학교는 대입 수시 비율이 겨우 5% 정도. 잔인한 시험문제로 아이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진학을 후회하거나 결국 자퇴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졸업생들이 말하길 첫 시험 보고 나면 충격이 클 거라더니,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오잉? 이런 점수가?'


잘한 선택일까? 그래도 애옹이는 특유의 낙천성과 회복탄력성으로 툭툭 잘 털어내고 있다. 시험마다 눈물바람이어서 천불 난다는 다른 엄마 말을 들으니 고맙기까지 하다. 애옹이 맘이 괜찮으면 그걸로 됐다.


 




   시험점수도 신기했지만 지금까지 아이의 독특함을 꼬투리 잡아 미워하사람이 없는 것도 신기했다.


기대에 부풀어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3월, 애옹이는 새로 만난 선생님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동안 집에 오면 샘들의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성을 떼고 이름만 넣어 'OO쌤'이라고 부르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그럴 리가? 내 마음은 조마조마하고, 불안불안했다.  


첫 상담 때 담임선생님의 입을 통해 듣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여기 샘들도 처음에는 애옹이를 보면서 "어? 얘 뭐지? 이상한 앤가?" 하는 우려를 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바로 단정 짓지 않고 지켜봐 주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애옹이를 귀엽고 순수한 아이로 봐주셨다. 적극적인 호응 수업에 활력을 준다고 생각해 소중히 대해주셨다.


  "애옹아, 너는 아프면 안 돼. 너 없으면 수업 안 돼~"


그래서 성적과는 별개로 애옹이의 리즈시절이라 표현한 것이다. 상담 때면 늘 마음 상할 각오를 했던 나는 마음이 놓이면서도 의아했다. 어려서도 수용받지 못한 특성을 고등학교에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가 그새 더 보편적인 범주 안으로 들어온 건지, 여기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마음이 보다 열려있는 건지. 앞날을 위해서 무척 궁금하만 명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이번에도 시베리아 호랑이(남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이 평화로움이 깨질까 봐 두려워 여전히 애옹이를 단속한다. 


엄마: "애옹아, 하고 싶은 말 있음 엄마한테 다 말해. 그리고 학교에서는 좀 참아. 응?"


아빠: "너 학교에서 제발 나대지 마."


애옹이를 대하는 우리의 온도 차도 여전하다.


애옹: "걱정 마~ 나 2학년 되면서 컨셉 바꿨어. 나 말 거의 안 해."


속았다. 담임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아직도 애옹이의 입은 열려 있었다. 


 "하하하~ 어머니가 그거 많이 걱정하시는 거 느꼈어요. 근데, 괜찮아요. 선생님들도 좋게 생각해 주시고, 가끔 선을 좀 넘는 싶을 때는 주로 여자 친구들이 '애옹아~' 하고 알려줘요. 그럼 '아, 내가 좀 너무했나?' 하면서 조심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자기의 관심 주제가 툭 던져지면 그에 대에 막힘없이 줄줄줄 설명하는 애옹이를 친구들은 '애옹위키'라고 부르기도 한다.


'애옹위키와 강약약약'


애옹이스럽다.

엄마마음은 '애옹선비와 강강약약'이 더 욕심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답처리 아닌, 복수정답으로 인정받은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휴... 마음을 좀 놓아도 될까?  


앞으로의 삶도 지금만 같으좋을 텐데.

조금 별나도 나에겐 많이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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