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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jiya Jul 16. 2024

프롤로그

   

   작년 6월, 남편에게 병이 찾아왔다. 이미 우리 집에는 작년 1월에 친정엄마가 간경화로 28년 만에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와 있었는데, 남편까지 아프게 된 것이다. '자발성 두개내 저압증'이라는 생소한 병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몸의 병은 사람의 마음까지 약하게 만들고, 집 안 전체에 그늘을 드리웠다. 두 사람 다 정신과 약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자주 울었다. 이 구역의 울보는 난데, 내 자리를 넘보는 두 사람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엄마도 엄마지만 특히 초특급 울보가 된 남편을 보면서 무척이나 난감했다. 아침에 눈 뜨면 울고, 길 가다가도 울고, 자기 전에도 울고, 내 말이 조금만 뾰족해도 운다. 지가 우리 집에서 최고 '뾰족새'였다는 건 다 잊었나 보다. (이건 기회야!! 하면서 리벤지타임을 가져야 하나 갈등했다.)


남편의 병은 그런 류의 병이다. 죽을병은 아니지만 국내에선 미개척된 난치성 질환이고, 매일 다양한 통증(특히 두통)을 고스란히 느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제 1년 하고도 1개월 남짓 됐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남편의 병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음... 이건 내가 쓰는 글이니 아마도 환자보다는 돌보는 가족의 입장에서 쓰이는 글이 될 것이다. 환자는 아프니까 모두가 알아주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글쎄? 아는 사람만 안다.


그래도 당연히 아픈 사람이 제일 힘들다. 그래서 나의 끼적임이 보잘것없더라도 매일 "그냥 죽고 싶다."를 말하면서 긴 터널 같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이 다시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힘을 내주기를... 잘 견뎌주기를...

  


#두개내저압증

#뇌척수액 누출

#기립성 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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