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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먼지 Jun 09. 2024

에필로그



임용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고 생각들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부터도 확신이 없었고, 그저 다른 마땅한 길을 못 찾아서 시험을 준비했었다. 목표도 흐릿한데다가 시험을 떠나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해낼 수 없는 사람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있던 시기라 자기확신을 줄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게 이 여행의 시발점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여행 목적을 달성했을까?

여행동안 나는 여전히 어설픈 사람이었다. 첫째 날에 길을 잃고 한시간동안 헤매기도, 둘째 날부터는 휴대폰 액정이 깨져 뜻밖의 아날로그 여행을 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길을 헤맸지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휴대폰이 깨졌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였다. 돌이켜보면 여행 전 세워둔 버킷리스트를 거의 다 이뤘다. 이것을 성공이라고 치자면 성공한 나는 소위 그럴 듯해보이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였다. 발톱에 피가 고일만큼 고군분투해 지쳐있는 내 모습만 있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결론 짓고 보면 성공한 인생이라 평해지더라도 실상은 꿈꿔왔던 모습의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 성공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두번째로 내가 여행 후 깨달은 진리는 체력과 온전한 마음없이는 굉장한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찬양하는 맨해튼의 야경을 보고도, 유명한 스테이크 코스를 먹어도 내 심신이 안 받쳐주니 모든 걸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세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체력과 마음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그게 인생을 누리기 위한 인간이 먼저 갖추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아주 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일주일간의 짧은 뉴욕여행을 통해 얻었다. 경험에 투자한 돈은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해외가 아니더라도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생존의 문제가 달린 상황에 한 번쯤 놓여져 보는 걸 추천한다. 어쩌면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의 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영어를 못해도 괜찮다. 사람들한테 먼저 말을 걸고 도움을 구하는데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지구에 사는 우리는 사람이니까 몸짓언어도 통할 것이고, 도움이 없으면 큰일나는 상황이 오게되면 어쩔 수 없이 먼저 말을 걸게 될테니까.

일주일간 체력면에서 극한으로 힘들었던 상황 속에서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면 나도 나를 더 믿게 되지 않을까? 나를 믿는다는 건 한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일주일간의 여행을 글로 함께 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모두의 걸음에 용맹함과 설렘이 가득하길.


p.s) 어릴 적 블로거들의 여행기를 보며 나도 어른이 되면 꼭 해외여행을 가서 블로그에 여행기를 남겨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막상 목표를 이뤘지만 그 시절의 내가 생각했던 근사한 모습의 내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정신적으로 어리고 불완전하다. 미래의 나도 그렇겠지. 어느 순간의 나이든 응원하고 아낀다. 그리고 이 글을 본 사람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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