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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Nov 07. 2024

지상담병 | 紙上談兵 <확장판>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종이(紙) 위에서(上) 병법(兵)을 이야기(談) 하다. 군사를 부리는 일은 명령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합니다. 잘못된 명령 한 번에 수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거나, 패전의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괄은 스스로를 아버지보다 뛰어난 병법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전쟁을 치러 본 아버지 조사는 조괄이 병법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며 전쟁을 지휘할 만한 인재가 못 된다고 평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종이 위의 장기 말 부리듯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이나 의견을 지상담병이라고 합니다.


밥 많이 먹으면 잠 오니까, 조심하시구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춘추 전국시대의 가장 뛰어난 네 장수를 꼽을 때 진나라의 백기와 왕전, 조나라의 염파와 이목을 꼽습니다. 그런데 조나라에는 염파, 이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장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평원군을 깨우쳐 주고 발탁된 장수, 조사입니다.


조사의 아들 조괄은 어려서부터 병법에 관심이 많아서 병법서를 달달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부자가 병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막힘없이 쏟아지는 조괄의 이론에 아버지 조사마저도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 역시 아버지 못지않은 명장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아버지 조사는 조괄이 장수가 될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실제 전쟁터는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데, 조괄은 병법서에 나온 글만 맹신할 뿐 맥락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할 줄 모른다고 본 것입니다.


기원전 260년.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하자 명장 염파는 20만을 이끌고 진나라의 60만 대군을 막아섭니다. 염파를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진나라는 조나라 조정에 공작을 폈고, 여기에 낚인 조나라에서는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 소식에 병중이었던 인상여까지 일어나 반대했지만, 조나라는 기어이 조괄을 대장으로 세우고 말았습니다.


전쟁을 글로 배운 조괄은 새로 편성한 25만에 염파가 지휘하던 20만을 더한 뒤, 45만 대군 전부를 진나라의 함정에 쓸어 넣고 본인 역시 전사했습니다. 나라의 젊은이 대부분을 잃은 조나라는 끝내 이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30여 년 뒤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진나라는 왤케 사람들이 매너가 읎어..




덧 붙이는 이야기)

조괄의 아버지 조사는 원래 장수가 아니라, 세금 징수를 당담하던 관리였습니다. 평원군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조사는 법에 따라 평원군의 집사를 참했습니다. 고작 하급 관리가 자신의 집사를 무려 아홉이나 참한 것에 크게 노한 평원군이 조사를 잡아들이자, 오히려 조사가 평원군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세금이 없으면 나라에 군대를 양성하지 못하고,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무너집니다. 조나라가 무너졌을 때 백성들은 땅 주인이 바뀔 뿐이나, 귀족과 왕족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평원군은 조사에게 사과하고 왕에게 천거해 조사의 직급을 높여 주었습니다. 기원전 270년. 진나라가 쳐들어오자 조사가 장군으로 출전해 진나라에 대승을 거두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마복군에 봉해졌습니다.





https://brunch.co.kr/@goldfish-studio/13

조나라의 명장 염파와 명재상 인상여에 얽힌 이야기가 "문경지교"입니다.



https://brunch.co.kr/@goldfish-studio/10

이 전쟁에서 대패하고 초나라에 구원병 청하러 가는 사연에서 "낭중지추"가 나옵니다.





FIN.



두둥. 이미 발행한 글은 연재 브런치북으로 옮길 수가 없네요. 지우고 다시 쓰자니 이미 댓글과 라이킷 해주신 분들께 죄송스럽고, 그냥 모른 체 그대로 두자니 그건 또 그것대로 찜찜하고 해서... 새 브런치북에 같은 글을 한번 더 쓰는 만행을 저지르기로 했습니다. 7화까지는 이미 발행했던 글들입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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