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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Nov 12. 2024

일모도원 | 日暮途遠 <한정판>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날(日)은 저무는데(暮) 갈 길(途)은 멀다(遠). 초나라 명문가 출신인 오자서는 문무를 겸비한 인재였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초평왕에게 아버지와 형은 죽임을 당하고 오자서는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간신히 오나라로 도망쳐 재상이 된 오자서는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합니다.


16년 뒤, 오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칩니다. 오자서는 자신을 죽이려 한 초평왕을 찾았으나, 초평왕은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분을 참지 못한 오자서는 무덤을 파고 이미 죽은 초평왕의 주검에 채찍질을 했습니다. 초나라의 신하인 신포서가 오자서의 지나친 처사를 크게 비난하자, 오자서는 날은 저무는데, 길은 멀어 어쩔 수 없었다고 얼버무렸습니다.

초나라의 충신이 될 수도 있었는데..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쇠락하고 있던 초나라는 진(秦) 나라와 혼인 동맹을 추진합니다. 초나라 태자 건과 진나라(秦) 공주 맹영을 결혼시키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맹영을 보고 한눈에 반한 초평왕이 며느리가 될 사람을 자신의 첩으로 들이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초평왕과 맹영 사이에 아들 진(軫)이 태어나자 초평왕은 태자 건을 죽이고 어린 진을 태자로 세우려 합니다. 다행히 태자는 도망쳐 목숨을 건졌습니다만, 태자의 스승이던 오자서의 아버지는 화를 입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오사와 형 오상은 함께 목숨을 잃었고, 오자서는 목에 현상금이 걸려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자서는 분노와 불안으로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면서도 오나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고, 합려의 신임을 얻어 오나라의 재상이 됩니다.


기원전 508년. 힘을 기른 오나라는 초나라를 쳐 수도 영을 함락시킵니다. 오늘만을 기다려 온 오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초평왕부터 찾았지만, 초평왕은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분을 참지 못한 오자서는 기어이 무덤을 파내고 초평왕의 주검을 채찍질해 산산이 찢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원한이 깊다고 해도, 이런 잔혹한 복수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짓. 초나라의 신하이자 오자서의 오랜 친구였던 신포서는 오자서의 도를 넘은 복수를 질책했고, 오자서는 날은 저물고 가야 할 길은 멀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오자서 | 伍子胥

이름은 운(員)이고, 자서(子胥)는 자 입니다만, 오운보다는 오자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쩍 벌어진 어깨에, 비상한 두뇌에, 초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문까지. 인물 좋고, 쌈도 잘하고, 말은 더 잘하는 오자서는 요즘 말로 엄친아에 딱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초나라와 진나라의 동맹을 말아먹은 초평왕은 맹영에게 아들을 얻자, 본격적으로 정신줄을 놓았습니다. 도망쳤던 태자 건은 정나라에서 목숨을 잃었고, 오자서의 가문은 멸문되었습니다. 오자서는 천신만고 끝에 겨우 오나라로 넘어갔습니다.




오나라는 한참 국력을 키우는 중이었으나, 뜻하지 않은 왕위 계승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선왕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나는 왕 같은 거 안할란다.'며 왕위를 거절하는 바람에 어찌어찌 료가 왕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오자서는 광이 왕위를 노린다는 것을 눈치채고, 광의 가신이 되어 오왕 료를 암살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 사용한 단검이 어장(魚腸)으로 구운 생선 안에 숨겨 들어가 오왕 료를 죽였습니다.


광은 서둘러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오왕 합려입니다. 오자서는 오왕 료를 암살한 공으로 재상이 되었구요. 합려와 오자서는 널리 인재를 구하며 오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손자병법을 쓴 전략가 손무가 오나라에 합류한 것도 이 즈음입니다.




때가 무르익자 오나라는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쳤습니다. 초나라의 수도 영은 순식간에 떨어지고 초소왕(초평왕과 맹영 사이의 아들)은 도망쳐 초나라는 멸망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이미 초평왕은 죽은 지 10년 가까이 된 뒤였지만, 오자서는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주검에 채찍질을 해 유해를 산산이 찢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초나라에도 충신이 없는 것은 아니라, 오자서의 친구였던 신포서가 오자서를 크게 꾸짖고 진나라에 원병을 청합니다. 신포서가 사흘을 울며 청한 끝에 진나라에서는 원병을 냈고, 결국 오나라는 군대를 물려야 했습니다.




기원전 497년.

오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월나라의 왕 윤상이 죽습니다. 합려는 이 틈에 월나라를 치려 합니다. 오자서가 반대했으나 합려는 기어이 군사를 일으켰고, 전투 중 부상을 당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왕의 죽음에 오나라 조정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오자서가 나서 다음 왕으로 부차를 밀었고, 부차가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월나라에 복수하고자 이를 갈던 부차는 마침 월나라가 쳐들어오자 말 그대로 월나라를 탈탈 털어 버렸습니다. 전쟁에 패하고 사로잡힌 월나라의 왕 구천은 오나라로 끌려와 갖은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때 오자서는 구천의 사람됨을 꿰뚫어 보고 반드시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계속 간 하지만, 자만심에 취한 부차는 구천을 월나라로 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월나라로 돌아간 부차는 절세 미녀를 둘이나 보내고, 누각 증축하는 데 사용하라며 커다란 대들보까지 보내옵니다. 쌀을 빌려갔다가 가장 좋은 알곡으로 갚고, 오나라 조정에는 아낌없이 재물을 뿌렸습니다. 겉보기에는 오나라를 섬기는 것 같지만, 모두 오나라의 살림을 피폐하게 하려는 전략입니다. 오자서가 이를 모를 리 없으니 월나라에서 뭐만 보냈다 하면 반대했고, 부차는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오자서를 슬슬 불편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왕이 여색에 빠지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오자서는 오나라가 무너질 것을 알았습니다. 월나라는 월나라 대로 눈엣가시 같은 오자서를 쫓아내는데 사활을 걸었구요.


허영심에 빠져 패자를 노리던 부차는 오자서에게 명검 촉루를 내려 자결하게 합니다. 오자서가 죽은 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주검을 수습하고 사당을 지어 그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12년 뒤.

오자서의 예언대로, 오나라는 월나라의 침공으로 멸망했고, 오왕 부차는 죽어서 오자서를 볼 낯이 없다며 얼굴을 가리고 자결했습니다.




https://brunch.co.kr/@goldfish-studio/51

복수의 칼을 갈던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이야기




https://brunch.co.kr/@goldfish-studio/48

틈만 나면 싸우는 오나라와 월나라의 이야기





FIN.



두둥. 이미 발행한 글은 연재 브런치북으로 옮길 수가 없네요. 지우고 다시 쓰자니 이미 댓글과 라이킷 해주신 분들께 죄송스럽고, 그냥 모른 체 그대로 두자니 그건 또 그것대로 찜찜하고 해서... 새 브런치북에 같은 글을 한번 더 쓰는 만행을 저지르기로 했습니다. 7화까지는 이미 발행했던 글들입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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