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인가요?
스탭인가요?

살아보니 그렇더군요. 진심 어린 한마디

by 정상환

오래전 최전방 보병 제00 연대 참모를 할 때입니다.

패기 충만한 연대장이 새로 부임했습니다.

그는 부대 환경개선부터 전투력 증강까지 매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군기 빠진(?) 말년 비전투 병과 참모인 저에겐 대수롭지 않았죠.

그저 반복되는 일상 업무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고,

변화의 기운조차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를 못 마땅히 여긴 연대장은 어느 날 참모회의에서 회전의자를 돌리며,

"어이~, 정훈과장! 참모가 뭐야?"하고 묻더군요.

"네에?..." 저는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엘리트 장교였던 연대장은 "참모란 말이야 Suggest new! 야"라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참모는 지휘관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하는 거야"

"판단과 의사결정, 그에 대한 지휘책임은 지휘관이 진다"라고.


덧붙여 "정훈과장은 나의 참모고, 나는 사단장의 참모고

사단장은 사령관의 참모고 사령관은 참모총장의 참모고,

참모총장은 국방부 장관의 참모고,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고, 대통령은 국민의 참모"라 했습니다.


이후 나는 사회생활에서 이 말을 새기며 실천하려 했습니다.

저는 조직의 스탭(staff)이며, 부서의 리더(leader)였습니다.

저는 스탭으로서 나의 리더에게 늘 새로운 것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리더로서 판단과 의사결정, 책임을 감내했습니다.


어떤 조직, 어떤 관계든 리더와 스탭의 역할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때론 방향을 설정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책임이 주어지고,

때론 참신한 변화를 이끌어 낼 새롭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요구됩니다.

이 균형이 잘 이루어질 때, 조직과 관계는 짜임새 있게 움직입니다.


리더로서 어물어물거리거나 독단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또한 스탭으로서 무기력 혹은 관성적 순응에 빠졌을 때, 조직은 무너집니다.


리더의 오류 중 하나가 '성공 경험'의 오류입니다.

우리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결정의 그 결과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험이란 과거의 상황으로부터 배운 것으로

새로운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 경험을 많이 가진 리더일수록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만과 독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반대로 스탭의 오류 중 하나는 '경험 없는 시도'입니다.

스탭은 자신의 영역만을 중심으로 통합적 안목 없이 새로운 모색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얕은 경험의 지식과 새로움이란,

예기치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은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이 눈을 가릴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경험 없는 새로움은 신선하지만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둘은 늘 긴장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 보완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리더와 스탭의 조화입니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그 제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다두일체(多頭一體).

즉 여러 머리가 하나의 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리더로서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하며, 스탭으로서 새로운 제안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탭의 끊임없는 새로운 제안들이 리더의 통합적 판단, 의사결정을 거쳐 최종 책임까지

하나로 움직여야 합니다.


리더는 정형화될 수 없습니다.

세상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지도력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진 못하지요.


리더의 어원은 ‘먼지를 가장 먼저 뒤집어쓰는 사람’이라 합니다.

과거의 지도자가 홀로 고뇌하고, 외로이 결단을 내리며, 오롯이 책임을 뒤집어썼다면

이젠 같이 써야 합니다.

먼지도 함께 써야 하고, 영광도 함께 나눠야 합니다.


스스로 되물어 봅니다.

“나는 스탭으로서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가?”

“나는 리더로서 의사결정과 그 책임을 감내하는가?”



삶은 언제나 리더와 스탭 사이를 오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두 역할은 결국 하나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