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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Oct 15. 2024

간호 계급 전쟁, 흑백간호사

1등 간호사가 되는 건 왜 어려울까

출처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즘 넷플릭스(Netflix) 예능 ‘흑백요리사'를 너무 재밌게 봤다. 분명 1화를 틀었을 뿐인데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국에서 1등은 물론 글로벌에서도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너무 재밌게 몰입하다 보니 내가 직업으로 하고 있는 간호사 생각이 났다. 만약 요리사가 아닌 간호사가 대결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이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100인의 치열한 간호 계급 전쟁, 흑백간호사!

 다양한 병원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간호사들이 참가했다.

<지원자 소개>

흑색팀 : 1차 병원 local 간호사 , 2차 종합병원 간호사 , 3차 대학병원 3년 미만 간호사, 간호사 프로이트 (특별출연)
백색팀 : 대한민국 Big 5 병원 간호사, 미국 간호사(저 한쿡솰암 아니에요. 하지만 좋아애요 한쿡), 인플루언서 간호사 (옆집간호사 구슬언니, 리닝 널스, 간준모, 너스케입, 간호사 비자, 브런치작가 태섭), 앵거 롱게스트, 간호사 히포크라테스 (특별출연)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에? “라고 말할 정도로 경력이 화려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심사위원 소개>

1. 나이팅게일  
-1820년도부터 이어온 세계적인 간호
-200년 동안 지켜낸 월드오브레전드 널스
2. 대한간호협회 회장
-1923년부터 이어온 대한민국 간호의 정통성
-간호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간호계의 대표   

심사위원은 간호사 레전드 두 분을 어렵게 모셨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요리사의 주 종목들이 다르듯 간호사도 주 파트가 다르다.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회복실, 외래, 인공신장실,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 정신폐쇄병동, 감염관리실 등 다양한 파트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이 참가했다.

지금부터 우승상금 3억 원이 달려있는 대결. 간호사 100인의 치열한 간호를 시작합니다!


1차 미션
1대 1 간호 처치 대결
 


흑백 요리사에서 랜덤 냉장고 재료 뽑기가 있었다면,

흑백 간호사에서는 랜덤 카트 재료 뽑기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주사기 중에서 랜덤으로 하나가 선택되어 1대 1 간호 처치 대결을 한다.

출처 | 병원 간호 카트
<주사기 종류>
-10cc 주사기 (검사채혈)
-3cc 주사기 (근육주사)
-1cc 주사기 (항생제 알레르기 검사)
-20G 카테터 (정맥주사)

참가자별로 주사기는 랜덤으로 배정된다. 주사기 배정 후 그에 맞는 간호 처치로 대결을 진행한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 가장 두려워한 주사기가 있다!

그건 바로!

20G 카테터, 정맥주사다. (평소 응급실에서 수액 줄 때 하게 되는 주사다)


심사위원은 눈이 가려진 채로 오로지 피부의 감촉 & 소리로만 참가자를 평가해야 한다.

 "안녕하세요. 널싱 마스터 나이팅게일입니다. 제 심사기준을 설명드리자면! 이 5가지를 중요시 볼 겁니다. 제가 눈을 가렸는데 멸균을 잘 지키는지, 깨끗하게 처치를 하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여러분 제가 왜 널싱 마스터라고 불릴까요! 어떻게 아는지 아래 사진을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출처 | 내 팔

 "심사 전 '접촉주의' 팻말을 붙여 놨습니다. 하지만 그대의 손톱 감촉이 느껴집니다. 아 이건 안 봐도 뻔합니다. 당신 장갑을 안 꼈어요! 접촉주의 주의점을 모릅니다! 주사 스탑! 어차피 탈락입니다! 아아 얏! 혈관 터트리면 어떡해요!"


-> 백색팀. 삼성 서울 병원 간호사. 이번 흑백 간호사 우승 후보였지만, 수술실 소속이라 정맥주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떨어졌다. 대이변! 역시 운도 따라줘야 한다. (대부분의 수술실 간호사는 정맥 주사 간호처치를 하지 않는다)


출처 | 내손

 "음 라텍스의 감촉이 손 끝으로 전해지는군요. 트레이의 시원한 느낌도 근처에서 불어옵니다. 당신 아주 깔끔한 간호사네요. 오호 주사도 통통한 혈관으로 아주 잘 들어갔습니다. NRS(통증사정척도) 1점 하나도 안 아팠습니다. 축하합니다. 생존하셨습니다."


-> 흑색팀. 1차 내과의원 간호사. 동네 병원이지만 하루에도 50명의 환자에게 수액 주사를 놔준다. 심사위원의 팔을 보더니 “이 정도 혈관이면 눈 감고 던져도 가능하죠”라며 자신감도 어필했다. 무난하게 통과! (동네 정형외과나 내과의원에 가면 정맥 주사만 전문적으로 하는 간호사들도 있다)



2차 미션
흑백 팀전
인생을 간호하라

 간호는 원래 함께해야 제 맛. 흑색과 백색이 한 팀이 되어 미션을 진행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일했던 간호사들이 서로의 경험을 살려서 환자의 인생을 살린다!

낭만간호사 루피

" 살륀다아. 무족권. 살륀다아. "



 많은 주제들 중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제를 가져왔다. 환자 내용은 아래와 같다.

50대 남자.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짐. 주변 목격자 말에 의하면 쓰러지면서 머리를 의자에 부딪친 후 온몸을 경련하기 시작했다고 함. 경련은 2분 정도 하다가 멈췄으나 의식이 명료하지 않음. 119 대원 접촉 시 혈압 200대, 산소 포화도 85%. 응급실 내원 직후 경련 1차례 추가로 더 했고, 의식 상태 혼미함. 평소 기저질환은 따로 없었다고 함.

내용을 들은 문제의 팀은 역할을 바로 나눴다.

1. 환자 신체 검진하기

2. 환자 정보 모아서 의사에게 알리기 (노티)

3. 정맥 주사로 확보하기

4. 약물 준비 하기

5. 환자 기록 하기

6. 환자 심리적 안정 주기


 환자를 기록하던 백색의 ‘앵거 롱게스트‘가 정맥 주사를 놓고 있는 브런치작가 '태섭' 팀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방금 전까지도 환자가 경련했다고 하잖아요! 갑자기 또 할 수도 있는데 바로 경련약 줄려면 빨리 정맥 주사를 잡아야죠! 그거 못하면 우리는 떨어지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잘한다면서 왜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그때 처치실에서 약물 준비하던 백색의 '스킬 천재'가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약 세팅을 끝낸 후 정맥 주사를 도와주러 왔다. “태섭 씨 저도 환자의 반대쪽 팔 같이 보겠습니다."

+

 바로 옆에서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던 흑색의 '정신집중''태섭'의 자신감 빠진 모습을 보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태섭 씨 괜찮아요. 누구나 떨리는 상황에서는 실수할 수 있죠. 저라도 어려울 것 같아요. 원래 잘하시는 거 알고 있어요. 우리 너무 긴장하지 말고 해요^^"


 이 상황들을 심사위원 2명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상황이 모두 해결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끝났다.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이번 흑백 팀전에서 최후의 2인을 선택했다.


심사위원의 점수를 확인한 결과 이번 흑백 팀전 생존자는 바로!

'스킬 천재' 100점 만점에 98점 (간호 처치 스킬 매우 우수)

'정신집중' 100점 만점에 98점 (정신적 간호 매우 우수)

흑백 간호사 최종 2인 결정. 


(나이팅게일: 브런치작가 '태섭'님은 다시 글 쓰러 가셔도 좋습니다.)



3차 미션
흑백 간호사
대국민 투표

 

 남은 사람은 이제 2명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환자들과 상호 작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간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환자.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최후의 2인 평가는 심사위원이 아닌 대국민 투표로 진행된다. 간호하는 스타일이 너무 다른 최종 2인. 과연 어떤 사람이 우승을 차지하고 3억 원의 상금을 가져가게 될까.


후보 1번 환생한 프로이트 (정신집중)의 특징

장점

1. 진정한 정신적 간호의 신. 정신의학계의 거장 프로이트가 살아서 간호사로 환생한 느낌.

2. 어떠한 컴플레인 상황에서도 대처를 잘 함.

3. 살면서 한 번이라도 거쳐간 환자라면 우울증 올 것 같은 날 프로이트 간호사만 생각남.

4. 마음이 힘든 날 일부러 상한 거 먹고 병원에 또 가고 싶을 정도임.

5. 처음 본 사람에게도 내적 친밀감 90% 이상을 자랑.

6. 정신적, 신체적 아픔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대화 몇 마디만 해도 아팠던 곳이 싹 다 나아진 느낌.

7. 이것은 바로 인간 플라세보(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약이지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짐) 효과.


단점

1. 간호를 받으려면 1시간은 기다리거나 직접 찾아가야 함. 직접 찾아가도 30분은 기다려야 함. (간호 예약은 안 됨)

2. 수액 주사, 채혈 같은 간호 처치를 할 때 통증이 심함. 주사 한 번에 하기는 하는데 피부 안에서 엄청 휘뚜루마뚜루 함. 1차 미션 통과했던 건 운 좋게 신규 간호사랑 붙어서 가능했음.

3. 너무 정신적인 간호에 신경을 많이 써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고생함.

4. 함께 일하면 다른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나쁜 사람이 됨. "오늘은 프로이트 간호사 없어?" 자꾸 환자들에게 비교당함.

5. 환자 한 명당 쓰는 시간이 많아서 일거리가 동료들한테 종종 넘어감. 약 챙겨야 하는데 저 멀리서 또 환자랑 이야기만 하고 있음.



후보 2번 환생한 히포크라테스 (스킬 천재)의 특징

장점

1. 진정한 신체적 간호의 신.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가 살아나서 간호사로 환생한 느낌.

2. 누구보다 빠르고 스킬풀(skillful) 한 일 처리. 신속 정확.

3. 아무리 혈관이 안 보이는 환자도 모든 간호 처치 (정맥주사, 근육주사, 항생제 알레르기 검사, 채혈, 투약 등)를 한 방에 해결.

4. 모든 신체적인 간호 처치를 최소한의 통증으로 해결.


단점 

1. AI 같이 딱딱함. "간호사 선생님. 저 주사 맞을 때가 너무 무서워요"라고 물어보면 한 번 째려보고 "아파요"라 하고 끝.

2. 평소에 '질문 절대 사절' 적힌 목걸이를 달고 다님.

3. 그럼에도 너무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하면 또 째려보고 끝.

4. "아니 히포크라테스 간호사한테 물어보기가 무서워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대신해서 질문 세례를 받음.

5. "저희 아이가 열이 계속 나는데 어떡해요?"라고 물어보면 두 번 째려보고 끝. 아기라도 예외 없음.

6. "나 못 믿어요? 한 방에 끝내준다고요!" 환자가 주사 무서워서 피하면 화냄.

7. 2차 팀전을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신체적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움직였기 때문.

8. 병원 QPS (고객만족팀)에 불친절 간호사라고 이름 올라간 이력 있음.

9. MBTI 조사 결과 "엄청난 T"임.

 최종 생존한 2인 중 여러분은 어떤 간호사에게 간호를 받으시겠습니까? 안타깝지만 세상에 간호사는 이 2명밖에 없습니다. 댓글로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 본 내용은 실존 인물과 관련 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 금방 떨어진 덕분에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앵거 롱게스트'님 감사합니다. 

* 흑백간호사는 함께 일하는 강선생님 덕분에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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