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랑 친해지는 게 왜 어려울까
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걸 좋아한다. MBTI도 ‘극 E’ 다. 어릴 적부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친구들이 놀이터 있어도 쉽게 다가가서 같이 놀았다.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나듯이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혹시 몇 살이세요? 아 우리 동갑이네요. 그럼 서로 말 편하게 할까?” 직장 생활에서도 부서를 가리지 않고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이제는 그렇게 할 이유도 의욕도 못 느끼게 됐다. 사실 친해진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막상 나랑 맞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우리는 사람마다 성향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다.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나랑 100% 맞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생각하고 있지만
상대방은 집에 있는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남매나 형제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우는 경우도 많다. 나도 누나랑 30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아직도 이야기하다가 서로 생각이 안 맞을 때는 쉽게 다툰다.
그럼 거의 1년 동안 서로가 한 몸이었던 엄마와는 생각이 같지 않을까? 어릴 적에 잔소리를 엄청 들었던 걸 보면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나는 엄마 생각을 아는 게 사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고향 갈 때 엄마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옷을 선물하면 “너무 이쁘다. 고마워 태섭아 잘 입을게”라고 말씀하시고는 그 옷을 입으시는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무리 봐도 내 스타일인데. 다음번에는 직접 모시고 갈게요..)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역시 나 자신뿐이다. 가만히 거울을 보면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과연 자기 자신과 100% 맞는 사람인가?
물론 나보다 더 맞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솔직히 나 자신과도 안 맞을 때가 많다. 쉬는 날 일찍 일어나서 꼭 운동을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일어나서 바깥의 더운 날씨를 본다.
"아니야 일사병 걸리는 것보다 집에서 쉬는 게 건강에 더 좋지"
가끔씩 내가 답답하고, 왜 이러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게으름이 평생 없어지면 좋겠다. (나 자신과의 궁합도 100% 안 맞는구나) 결론은 나랑 100%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럼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랑 생각이 맞을까. 어떤 사람하고 친해져야 할까?
생각보다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다. 나랑 완전히 맞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인정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말 안 해도 생각이 잘 통하는 사람도 있다. 텔레파시가 잘 통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만큼 서로에게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게 잘 통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안 맞는 점이 생긴다. 그렇게 믿고 있던 텔레파시가 조금이라도 어긋나기 시작하면 ‘평소와 다르게 내 마음을 왜 모르는 거지? 내가 싫어진 건가?‘라며 오해하게 된다. ’나랑 이렇게 가까운데 말 안 해도 척하고 알아봐 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 때문에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상처도 쉽게 주고받는다. 앞서 말했듯이 나랑 생각이 100% 맞지 않는 걸 인정해야 한다.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야 오해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도 떠나가지 않는다.
아무렇게 라디오 틀게 되면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난다. 방송에 알맞은 주파수를 맞춰야 소리가 나온다. 100% 정확한 주파수를 입력해도 되고, 살짝 돌리다 보면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관계도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것과 똑같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주파수가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함께 소리 내면서 세상에 좋은 방송도, 좋은 음악 소리도 낼 수 있다.
우리는 자라온 환경이 같던, 다르던 모두 생각이 다르다. 미래에 "100.1 생각 주파수로 들어오세요. 그럼 저와 생각이 100% 똑같을 거예요"와 같은 발명품이 나오지 않는 한 이 세상에는 너와 내가 100% 맞을 수 있는 확률은 없다. 그저 서로의 주파수를 비슷하게 맞춰 나갈 뿐이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과 주파수가 비슷한 사람을 많이 발견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