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 Namaste (당신을 존중합니다)
인도인들은 못났고, 가난하고, 마구 밀쳐 대고, 불구자투성이다. 고집 세고, 낙천적이고, 기품 있고, 성스럽고, 때로는 슬플 만큼 삶에 대해 열정적이고, 동시에 베짱이보다 더 게으르다. 그들은 먹을 것도 없으면서 아침마다 신에게 바친다며 강물에 우유를 붓고 뿌웅뿌웅 소라고둥을 불어 댄다. 가장 오래된 사원 전체가 남녀의 현란한 성행위 장면으로 조각돼 있는가 하면, 현대식 건물 벽에다 소똥을 말린다고 덕지덕지 발라 놓기 일쑤이다. 걸인들은 초현대식 건물 옆에 비스듬히 누더기 천막을 걸쳐 놓고 살며 아예 닭과 염소까지 친다. 오래된 성벽을 훔쳐가 집을 짓는 바람에 자이푸르의 유명한 성은 일곱 개의 문만 남고 성벽 대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물건값을 계속해서 깎으면 "그렇게 물건값을 깎으니까 넌 행복하냐?" 하고 상인들은 반문한다. 절제와 금욕의 도를 실천한다며 거리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쥐어뜯거나 볼따구니를 쥐어박는다. 아예 땅속에 들어가 얼굴만 내놓고 몇 년을 사는 요가 수행자도 있다. 그런 사회에서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들은 '노 프라블럼'을 외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중에서
나는 인도를 10번 다녀왔다. 류시화 작가의 책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지구별 여행자', '하늘 호수로 떠나는 여행'으로 3번. 그 책들을 재독 했으니 6번. 거기에 유튜버 '빠니보틀', '서수기릿', '쫑쫑걸음', '희철리즘' 시청각 자료까지 합쳐 총 10번 갔다 왔다.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무슨 대리경험으로 10번 갔다 왔다고 구라 칠 수가 있냐!!
김영하의 책 '여행의 이유'를 보면 예전 귀족들은 하인들을 통해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예전 우리나라 왕족들도 대부분 궁궐에서만 살면서 신하들을 통해 바깥세상을 전달받았다. 집 없는 사람들만 이곳저곳 여행하면서 돌아다녔다고한다. 아 그렇다고 내가 왕족이고 류시화 작가님이나 유튜버들이 하인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다! (그대들은 저의 우상입니다. 리스펙!)
예전 왕족, 귀족들이 이상한 거다. 아니 오히려 지금 생각해 보면 불쌍하다. 아무리 궁궐이 좋다고 해도 안에만 있으면 교도소랑 다른 게 뭔가. 다른 곳으로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걸로만 보자면 오히려 집 없던 서민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전생에 무주택자 였을거다) 지금 당장 월급쟁이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싶다. 하지만 세계일주를 간다고 해도 인도 여행은 많이 고민해볼거다. 한 번쯤 가보고 싶지만 솔직히 엄두가 잘 안 난다.
내가 죽으면 사후세계가 있을까? 궁금하지만 못 가는 것처럼. 천국이라는 곳에 한 번쯤 가보고 싶지만 다시 못 돌아올까 봐 못 가는 것처럼. 꿈에서 유체이탈을 하면서 이 세상 저 세상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지만 내 몸속으로 다시 못 돌아갈까 봐 무서운 것처럼. 인도에 너무 가보고 싶다. 하지만 한국으로 못 돌아올 것 같다.
만약에 간다면 혼자보다는 둘이 가면 좋지 않을까해서 여자친구에게 인도 여행하는 유튜브를 보여줬다. 너무 좋아했다. 매력적이고 신기하다고 했다. 빵빵 거리는 소리로 시끄럽지만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넘치는 인도. 호의를 베푸는 것 같지만 알고 보니 등쳐먹는 사람들이 많은 인도. 성스럽지만 상상 이상으로 지저분한 인도. 화려한 손놀림으로 만든 음식이 먹음직스럽지만 알고 보니 손도 안 씻고 만든 음식이 많은 인도. 소가 길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정도로 평화롭지만 온 동네 벽에 소똥이 시원하게 퍼질러 있는 인도.
그래도 여자친구가 생각보다 재밌게 봐서 "나랑 같이 가보ㄹ?"라는 말을 다하기도 전에 "싫어"라고 했다. 응 그래 맞아. 인도는 역시 대리만족 하는 게 제일 좋지? 그래 우리 인도는 왕족처럼 우아하게 다녀오자.
그렇게 난이도 높은 인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걸까? 도대체 인도 여행은 왜 하는 걸까? 류시화 작가님과, 유튜버들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도에 가야 한다고 했다. 마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나중에 자꾸만 생각나는 것처럼 한국에 돌아오면 그 매력 잊지 못하고 또 간다고 한다. 인도인들과 쌈닭처럼 싸우고 욕하면서도 한 번만 다녀 온 사람은 없다. 도대체 그 매력이 뭘까 고민해 봤다. 그때 어떠한 고생을 겪어도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인도인들이 보였다. 바로 그 마인드가 불닭 볶음면 같이 매력 있었다.
기차가 5시간이나 연착되어도 무사태평인 승객들, 산길을 달리는 버스기사가 갑자기 친구를 만났다고 저녁식사를 하고 와도 버스 안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들, 일부의 카스트제도가 아직 남아서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뺨을 맞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사실 보는 내내 너무 불편했다. 엄청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는대도 짜증하나 안 부리고 계속 '노 프라블럼'이라 외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을 것들을 걱정하고, 고민하고, 신경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글 쓰는 게 잘 안되면 어떡하지?, 내일이라도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지?, 저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앞으로 내가 행복하게 살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루에도 수십 번, 잠들기 직전까지도 나는 '어떡하지'라며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인도인들의 '노 플라블럼'을 보고 있으니 힐링이 되었다. 이게 진정한 인도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손해 보는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고,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럴 수 있지. 노 프라블럼'이라고 외친다고 죽는 건 아니다. 때로는 미친 사람처럼 외치는 게 날 살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류시화 작가님도 인도인들을 보며 독특한 철학, 사고방식을 배웠다고 한다. 덕분에 삶을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마음이 어두워지고, 두려움과 절망감이 들 때면 언제든 인도로 간다고 한다.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맛집 멘트 같은 인도. 나는 아직 실제로 맛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가게 된다면 인도는 끊을 수 없는 맛집 같은 곳이 될 것 같다.
" 그럴 수 있지! 노 프라블럼!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