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싱철도문화원구, 중산대학, 시즈완해변을 돌아
[히]
가오슝 보얼 예술특구에서 한달살기 첫날은
숙소에서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일정을 짰습니다.
(숙소 밖이 바로 예술특구이니 정작 '보얼예술특구'는
좀더 느껴보고, 좀더 무르익으면 글을 올릴 생각입니당^^)
한달살기 초기에는 숙소 주변에 뭐가 있는지 파악도 할겸
일부러 숙소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매번 다른 방향으로 돌아다녀보곤 하는데
오늘은 숙소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하마싱 철도문화원구(철도문화공원)'를 지나
가오슝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시즈완해변'까지 무작정 걸어가보기로 합니다.
보얼예술특구 끝무렵에 왠 탁트인 푸른 초원같은 공원이 나타나네요.
이곳이 가오슝 최초의 기차역이자, 대만에서 가장 큰 화물역이었다고 하는,
일제 강점기(1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하마싱 철도문화원구랍니다.
첫눈에는 그냥 횡~ 한게 이게 뭔가 싶더니 점점 자세히 보니
드넓은 풀밭 사이로 여러갈래로 쭉쭉 뻗은 철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위로는 독특한 조형물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옵니다.
축구장 12개 면적의 넓은 부지 여기저기, 무심한 듯 툭툭 놓여진 강철 설치 예술품들.
대만 근대화의 발원지이자, 가오슝에 현대적인 발전을 가져왔다는 하마싱 철도문화원구라지만,
그럼에도 눈앞에서 평면적으로 바라보이는 이곳의 모습은
생각없는 여행자에게는 그저 산책하기 좋은 공원쯤으로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게는 명소인지, 단체로 놀러온 많은 학생들도 여기저기 보이고,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 하고 지금은 멈춰 쉬고 있는 열차들도 보입니다.
아래 사진으로 다시 보니,
이곳이 100여년 전 당시,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물품을 운송하는 거대한 교통수단으로서
대만 경제교역의 중심이었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하마싱'은 해변 철도를 의미하는 일본어 Hamasen (濱線)에서 파생된 말인데
지역 주민들이 별을 의미하는 星(xing)을 붙여서 이름 붙여졌다네요.
다카오 철도 이야기관은 2차대전때 공습으로 소실된 원래 역사의 본체가 있던 곳으로,
1947년에 재건되어 2003년에 가오슝 역사 건물로 등재되었다고 하는군요.
하마싱 철도문화원구는 보얼 예술특구를 보러온다면 그 끝자락에 이어져 있으니
연결해서 산책하듯 들러봐도 좋을 곳 같네요.
한글로 딱 써져서 금세 눈에 띈ㅎㅎ '조월냉면왕' 식당을 지나고,
며칠 후에 가볼, '치친섬' 가는 배를 탈 곳인,
구산 페리 선착장(여객선 터미널) 다리도 지나, 계속 바다를 끼고 걸어가자
왠 붉은 성문이 눈에 띕니다.
슝전북문입니다.
뜻밖에 자그마한 언덕배기 성벽에서 만난,
거칠 것 없이 시원스런 가오슝 바다 풍광이
10월중순임에도 더위에 지친 땀을 금방 식혀줍니다.
요새, 성벽, 대포...
그 너머로 대비되어 보이는, 눈앞의 가오슝 앞바다가
지금은 참으로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합니다.
슝전북문에서 얼마 걸어가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 가오슝 국립 중산대학이 우뚝 서있네요.
갑자기 대학교 안으로 들어갑니다. ㅎㅎ
중산대가 무슨대학인가? 검색을 달려보니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孫文]이 1923년 광둥[廣東]에 설립한 국립광둥대학[國立廣東大學]이 그 전신이다. 1926년 쑨원을 기리면서 교명을 쑨원의 호인 중산(中山)으로 변경하였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권이 중화민국 정부를 타이완[臺灣]으로 옮긴 후 1980년이 되어서야 현재의 가오슝 시[高雄市] 시즈완[西子灣]에 다시 설립하였다. 당시 타이완 남동부지역에 처음 설립된 종합대학으로 4개 학과와 2개 연구소를 갖추고 학생 189명이 재학하였다. 오늘날 전세계 30개국 이상의 160개 대학교와 협정을 맺고 교환프로그램과 복수학위제을 운영하고 있다.
숙소에서 출발한지 한시간 반 가량이 지난 터,
시즈완 해변으로 갈려다 우연찮게 만난 중산대 노천카페에서 달콤한 휴식.
가오슝도 홍콩과 거의 위도가 비슷해서 지금이 10월 후반임에도
여전히 한낮엔 30도를 오르내려 걷다보니 지치는군요.
잠시 쉬었다 시즈완 해변(신기하게 중산대캠퍼스와 바로 이어져 있음)으로 갑니다.
시즈완 해변은 가오슝에서 일몰과, 바다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는군요.
그러나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둘 다 우리 일정과는 별 상관이 없으니
그냥 시즈완 해변의 바다 바람과, 청량한 파도소리를 한번 들어보는 걸로 만족합니다.^^
그건그렇고, 숙소에서 9시 반에 출발했는데 어느새 12시.
명색 해변까지나 왔는데 해변 주변으로 우리 눈에는 어디에도 카페나 식당이 안보이네요?
이왕 이렇게 됐으니 중산대학교에서 점심을 먹어보기로 합니다.
(가끔 외국도시 한달살기 중, 일부러 대학교 교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도 함^^)
때마침 저쪽에 노천식당이 늘어서 있네요?
돌아오는 길은 중산대학교내를 거쳐
시내로 나가는 승합 일반버스가 있어서 너무나 편하고 빠르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숙소 근처(라기엔 좀 먼거리였지만)를 한 바퀴 돌며,
걷다 쉬고, 먹고, 다시 잘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한 도시와의 첫 인사는 충분히 끝난 하루였습니다.
*이 글은 가오슝 한달살기 중(2023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