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한달살기(22)/여행중 집밥 한상을 차리는 일은

한 달을 버티게 한 소박한 식탁

by 호히부부

[히]



값싸고 다양한 음식이 많은 대만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외식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가오슝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여행이 아니라 마트 탐방이었습니다.
여행 중에도 건강한 식생활은 이어져야 하니까요.
한 달 동안의 먹거리에 대해 최소한의 윤곽을 잡아두는 일은
(나이 많은^^) 저희에게는 꽤 중요한 준비 과정이랍니다.



세 군데 마트 탐방

먼저 숙소가 있는 보얼예술특구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를 찾았습니다.
중형 규모의 PX마트로, 웬만한 생필품은 다 갖춰진 동네 마트입니다.

한 바퀴 둘러보니 한쪽 코너에 보기만 해도 든든한 한국 음식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하지만 여행 초반이니 한국 음식은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그보다 눈길이 간 건,
그날그날 만들어 파는 즉석 포장 음식이나 반찬가게였는데…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둘 다 보이지 않네요.

올봄, 교토 한달살기를 하며 마트에서 소형 포장 반찬들을 요긴하게 이용했던 기억이 있어서
여기저기 더 살펴보았지만, PX마트에서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SE-a1a3da23-e9f8-4507-96c7-decdece817c2.jpg?type=w1600
20231022_131102.jpg?type=w1600
PX마트
20231030_103952.jpg?type=w1600
20231020_111135.jpg?type=w1600
20231020_110912.jpg?type=w1600
그득한 한국음식들


한 곳만 보고 판단하긴 이르다 싶어
이번엔 다국적 대형 마트 까르푸로 향했습니다.

규모는 확실히 크고, 나라별 식재료 코너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냉동 음식과 여행 선물 코너는 특히 풍성했지만,
정작 우리가 기대했던 즉석 포장 음식 코너는 생각보다 소규모였습니다.
딱, 이 정도구나… 싶은 수준.


기왕 마트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신백화점 지하 마트도 들러봤습니다.
푸드코트를 보러 갔다가 옆에 있던 작은 마트를 덤으로 구경한 셈이었죠.

하지만 이곳 역시 결과는 비슷.
즉석 반찬이나 포장 음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20231114_112034.jpg?type=w1600
20231020_132944.jpg?type=w1600
가오슝 중심 시가지에 있는 까르푸. 한국과 일본 식재료 코너가 한곳에 있다
20231020_133751.jpg?type=w1600
20231114_115142.jpg
20231114_115410.jpg?type=w1600
냉동음식, 대만 여행선물로 까르푸에서 많이들 사간다는 펑리수, 곤약 젤리는 수북한데...
20231020_130830.jpg?type=w1600
20231020_130817.jpg?type=w1600
포장음식 코너는 딱 이정도...


결론적으로,
가오슝에서 한 달 동안 이용할 마트는 PX마트로 정했습니다.

세 곳뿐이었지만 분위기가 다 비슷했고,
그렇다면 결국 동선 가까운 동네 마트가 최고라는 결론입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

그렇게 해서,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기본 식재료 몇 가지와
현지 음식을 교묘히^^ 활용해
가오슝에서의 우리식 집밥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집밥’이라고 부르기엔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들이 너무 기본적이라 조금은 쑥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 중 숙소에서 집밥 한 상을 차리는 일은,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어쩌면 더 많은 시간과 정성, 노력이 필요한 일 같습니다.

원래 집에서도 밥 한 끼 차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국의 마트 안에서 꽁꽁 숨어 있는 식재료를
숨바꼭질하듯 찾아내 음식으로 완성해내는 과정은 그래서
조금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하루의 건강이 모여야
한 달이라는 지속적인 여행이 가능하니까요.


그런 진심을 담아 소박하지만 사진 올려봅니다.^^


20231019_144453.jpg?type=w1600 PX마트에서 첫 장보기
20231019_142230.jpg?type=w1600
20231030_111921.jpg?type=w1600
잡곡코너에서 연구끝에 산 현미(4,000원)
20231110_151140.jpg?type=w1600
20231110_172725.jpg?type=w1600
우리나라보다 육류가 저렴한 듯. 돼지고기387g(6,000원), 소고기159g(4,400원)


20231019_174452.jpg?type=w1600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쌈장과 묵은 김치는 특히 여행초반에 식탁을 빛내준다


20231025_172826.jpg?type=w1600
20231101_174307.jpg?type=w1600
20231025_083532.jpg
저렴한데 맛도 좋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소고기 구이. 불린 미역 초무침, 우리싸랑 미역국도^^


20231020_134826.jpg?type=w1600
20231021_121901.jpg?type=w1600
까르푸에서 발견하고는 못참고 사온, '김치찌개'... 인줄 알았는데 건더기는 없고 몽땅 국물만..ㅠ 야채 사서 새로 만듬^^
20231103_170500.jpg?type=w1600
20231021_122150.jpg?type=w1600
김치찌개 남은 국물로 재탕, 삼탕... 건더기만 바꾸기^^


마트에 싱싱한 횟감은 없지만 값이 저렴한 생물 매운탕꺼리 생선들은 있더군요.

이번엔 얼큰한 한국식 생선조림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서 가져온 조림용 다진 양념으로 만들었더니 윤기가 좌르르 합니다.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비상시에는 이 조림용 양념이

현지음식에 지친 입맛을 확 살려줍니다. ^^


20231030_103730.jpg?type=w1600
20231101_154548.jpg?type=w1600
20231027_175511.jpg?type=w1600 틸라피아' 생선조림.(2,600원)
20231104_172120.jpg?type=w1600 두부(묵은)김치 & 고등어 통조림 요리


가오슝 한달살기가 중반쯤 접어드니 된장국이 먹고 싶어져서

아예 한냄비 끓였습니다.

대만 음식 먹고나서 입가심으로 된장국 한모금씩 먹으면 속이 시원하네요.^^


20231030_111615.jpg?type=w1600
20231030_150750.jpg?type=w1600
한번 끓여두고 냉동보관해서 먹는다. 물론 주방에 큰냄비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20231115_130804.jpg?type=w1600 묵은지 김치찌개도 아껴가며 한잎씩^^


20231030_111810.jpg?type=w1600
20231113_120015.jpg?type=w1600
마트에서 사온 라묜과 만두로 끓였는데 맛이 한국에서 먹는 그맛.



반찬가게를 발견하다

가오슝에 온 지 며칠쯤 지났을 무렵,
거리를 걷다 보니 한 블록 건너마다 반찬가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게 안에는 우리가 그토록 찾던 다양한 반찬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주방에서는 즉석에서 음식들이 쉼 없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마트 안에 반찬 코너가 거의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뷔페처럼 원하는 만큼 음식을 담으면 종류와 양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고,
포장해 가도, 자리에 앉아 먹어도 가격은 동일합니다.


저희도 오다가다 반찬을 사 와 집밥에 곁들여 아주 유용하게 잘 먹었습니다.
향이나 간이 세지 않아 집밥 느낌이 살아 있었고,
종이 상자 가득 담아도 가격은 착한 편이었습니다.

(생선들은 그중에 좀 비싼데 그래도 10,000원 이내)


20231102_163103.jpg?type=w1600
20231107_115657.jpg?type=w1600


20231107_115720.jpg?type=w1600
20231107_115827.jpg?type=w1600
구경만으로도 볼거리를 주는 다양한 음식들


20231107_175425.jpg?type=w1600
20231107_180237.jpg?type=w1600
20231029_181155.jpg?type=w1600
20231102_173410.jpg?type=w1600
고른 생선들마다 담백하고 맛있음^^


20231108_175437.jpg?type=w1600
20231102_171738.jpg?type=w1600
식당에서 흰쌀밥만도 팔아서(1인분 약 800원) 때때로 사먹기 편하다. 밥이 찰지고 맛있음.



아침, 과일, 그리고 맥주까지

가끔은 현지 커피와 빵으로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대만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유럽의 영향을 받아
빵이 은근히 맛있더군요.^^


20231020_130735.jpg?type=w1600
20231106_172237.jpg?type=w1600
까르푸 매장과 가오슝 한신백화점 지하 매장 빵집
20231026_161008.jpg?type=w1600
20231104_074608.jpg?type=w1600
연지담 공자묘 안, '망고커피'에서 사온 드립커피(총 4,000원) & 스벅 드립커피(총 9,600원)


20231022_082757.jpg?type=w1600
20231102_081150.jpg?type=w1600
그렇게 차려진 브퍼. TV 아침마당과 함께


열대 나라에 왔으니 열대과일도 열심히 찾아 먹었습니다.

마트와 시장 어디를 가도 값싸고 신선한 과일들이 가득해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대만을 대표하는 열대과일 중에 우리가 맛본 과일들은

파파야, 용과, 석가, 로즈애플, 구아바 등인데

주로 한개당 2,3천원 정도? (마트와 시장이 과일가격 차가 크더군요)

망고는 철(5월~10월)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빙수에 얹어진 냉동망고만 맛봤습니다.

끼니때마다 빈약한 식탁 위를 풍성하게 채워준 열대과일들입니다.


20231026_110240.jpg?type=w1600
20231026_105559.jpg?type=w1600
사과, 배, 감 등은 비싼 데 비해 열대과일들은 값이 싸다


20231108_093937.jpg?type=w1600
20231019_182639.jpg?type=w1600
부드러운 단맛을 품은 파파야.


20231020_182913.jpg?type=w1600
20231026_180135.jpg?type=w1600
선인장 열매의 한 종류인 용과. 겉은 색이 똑같은데 속은 자주빛과 하얀색이 있다. 자주빛 용과가 약간 단맛이 남


20231026_175847.jpg?type=w1600 겨울 과일 석가(석가의 머리모양과 닮아서 석가라 불림). 껍질을 벗겨 검은 씨를 뱉어가며 하얀 속만 먹는다. 달달함의 극치^^


20231110_182535.jpg?type=w1600
20231110_183558.jpg?type=w1600
마치 잘 익은 홍옥처럼 강렬한 로즈애플. 색에 비해 맛은 좀 밍밍하지만 수분이 많아 맛있는 파프리카 느낌?


20231118_100605.jpg?type=w1600
20231119_175830.jpg?type=w1600
사각거리는 식감에 약간 새콤 달콤한 맛이 나는 구아바


그리고…

우리의 소박한 식탁을 가장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

사진마다 음식 옆에 나란히 등장하는 요것들!

타이완 비어입니다.^^


20231116_135100.jpg?type=w1600 시원하고, 부드럽고, 고마운, 타이완 비어


20231115_131009.jpg?type=w1600 제조 후 18일 동안만 유통되는 라거생맥주 '생 18일 타이완 비어' (약 2,000원)


가오슝 한 달 살기 동안
숙소에서 집밥 만들어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은
불과 이 정도... 입니다.^^

대단한 요리도, 그럴듯한 한 상도 아니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한 달을 무사히, 그리고 비교적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대만 가오슝 한달살기 중(2023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