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람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대상이 있는 것 같다. ‘사람’과 ‘일’이다. 모든 인간은 홀로 이 세상에 태어나고, 혼자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슬퍼해 줄 가족과 지인들이 그들이다. 내가 태어나고 죽는 순간에 같이 자리하지는 못해도, 알고 지냈던 많은 사람들과 앞으로 만날 누군가도 나를 기억할 것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앨범 속의 친구들, 직장 다니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나보다 13살이 많은 작은 형님과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차를 같이 타고 올라올 때의 일이다. 형님은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되지 않은 전화는 받지 않는다고 하면서, 핸드폰이 울렸는데 끊었다. 나 역시 직장을 옮기면서, 전화번호를 정리했다. 나와 관계했던 사람들의 숫자는 그렇게 줄어들었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관계의 엄숙한 정리라고 말할 수 있다.
영국의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는 ‘던바의 수’라는 법칙을 말했다. 이 법칙에 의하면, 한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150명이다. 진정한 절친 5명, 친구 35명, 인간관계의 모든 최대수치는 150명이라는 것이다. 그 숫자가 많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사람이 살아갈 때 중요한 대상 ‘사람’과 ‘일’ 중에서 ‘사람’에 포커스를 두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분들이다. 내가 그들을 만날 때 나와 공감의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위인들과 달리 그분들은 나에게 각별하다. 나의 시선과 추억이 머물렀던, 그 사람들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가졌다. 그 과정은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일치했다.
우리는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해당분야의 대가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을 내 삶의 롤 모델로 삼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여기에 해당하며, 내가 직접 만난 적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에 내가 공감했던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이 책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경영자의 숫자가 많고, 그들이 일군 회사와 제품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30여 년간 기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 분야는 평생을 지켜봤던 내 전공분야이기 때문이다.
경영, 경영자, 기업 이야기는 아직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가 외부 강연할 기회가 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CEO, 회사들의 이야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한번 풀어보고 싶다. 경영자 이외에 예술가, 스포츠인, 건축가, 디자이너 등 내가 살아오면서 흠뻑 빠졌던 분들을 소환했다.
정작 세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 마이클 잭슨, 타이거 우즈다. 내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특정 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첫 페이지에 이 3명의 사진을 띄워놓고 아이스 브레이킹을 했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연상되었고, 선입견 없이 그들을 만났다. 은퇴한 나에게는, 시간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부족했던 것은 나의 글재주뿐이었다.
‘내만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몇 개월간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정작 내가 오랫동안 자주 만났고, 직접 영향을 많이 받았던 주위분들에 대한 글은 이 책에 담지 않았다. 그분들에게는 글보다, 가끔 식사와 연락을 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완성하고 난 뒤, 이 책의 내용이 어떤 카테고리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읽힐 수 있을지를 한번 생각해 봤다. 활자화된 틱톡 위인전? 인물사전의 다이제스트판? 평가는 독자들에게 모두 맡기겠다. 독자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데, 이 책이 작은 인덱스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 독자들이 그 사람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하고, 알아가면 좋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었는지를 표시했다. 물론, 아직 활약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들은 일생동안 큰 업적을 남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뛰어남을 알고 있다. 나는 한 분야의 대가들 역시 은퇴하고, 변신하고, 죽는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생전에 누군가는 불우했고, 누군가는 각광받았다. 어떤 사람은 요절했지만, 어떤 사람은 천수를 누렸다. 거장들의 유한한 삶과 인생의 굴곡을 보면서, 나 역시 아직 할 일이 많음을 느꼈다. 이 책을 쓰면서 내 도전의식은 강해졌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 가운데 ‘사람’ 이외에 ‘일’이 있다고 앞에서 말했다. 흔히 인생을 ‘배우는 시기’, ‘일하는 시기’, ‘정리하는 시기’로 3 등분한다. ‘일하는 시기’는 자신이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돈을 버는 시기와 일치한다. 일은 경제적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소중하게 가꾸어 간다. 일은 삶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나의 정체성을 만드는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
格物致知(격물치지)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일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전문가의 길을 걸으면서 경영자가 되기도 하고, 기술 마스터(장인)가 되기도 한다. 일은 나를 외부에 표현하는 중심적인 통로이고, 우리는 일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신의 커리어를 키워가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다. ‘내만사’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