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 김범석

경영자 38

by 구포국수

김범석 (1978 ~ )

14년 동안 아마존 사업모델의 길을 걸었다. 이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쿠팡만의 필살기가 필요하다. 아직은 그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김범석의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 손정의 없이도 헤쳐 나갈 그 무엇!




‘쿠이마롯’, ‘네카라쿠베’ 라는 말을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2023년 년간 매출기준으로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서 1위는 쿠팡(2023년 31.8조원), 2위 이마트(29.5조원), 3위 롯데쇼핑(14.6조원)이다. 쿠팡이 이마트를 제쳤다.


이마트가 첫 적자를 낸 반면, 쿠팡은 누적적자(-5조원)를 불식시키고 첫 흑자(6,200억)를 달성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서도, 쿠팡은 기술기업들과 어깨를 겨룬다.


김범석 의장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하며, 쿠팡의 정체성을 이야기했다. “시작은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쿠팡을 소셜 커머스라는 건, 삼성을 설탕회사라고 하는 것과 같다. 단적으로 지금 우리처럼 투자하는 소셜 커머스가 어디에 있나? 쿠팡은 IT회사다. 회사 건물에서 근무하는 절반이 개발자다.”


김범석은 해외 주재원(현대건설)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MBA 과정은 6개월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국에 쿠팡을 설립하기도 전에, 그는 미국에서 두 번의 창업과 엑시트를 했다. 글로벌 Top 3 경영컨설팅 회사인 BCG그룹에서, 2년간 경영 컨설팅 경력도 가지고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사업경험과 정통 경영 컨설팅 업무로 다져진 인물이다.


우리나라에 쿠팡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할 때, 그는 동료 7명을 데리고 와서 2010년 초기 투자금 30만불을 펀딩 받아 시작했다. 이 회사가 주안점을 둔 것은 로켓배송, 쿠팡 맨, 대형 물류창고 3가지였다. 다른 이커머스와 차별을 위해 이 3가지에 약 5조원의 투자비를 쏟아부었다.


쿠팡은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본다는, 오명을 지난 14년간 계속 달고 살았다. 국내 경영학계와 시장에서는 돈 못 버는 성장을 이야기했지만,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항변했다. 쿠팡은 마침내 14년 만에 국내 유통기업 매출 1위, 첫 흑자도 달성했다.


그들 말 대로 규모의 경제까지 도달하기 위해 적자는 불가피했다. 이커머스사업 특성상 아마존처럼 넘버원이 되고,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김범석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2015년부터 손정의로부터 30억불의 투자금을 받고 날개를 달았다. 대규모 누적 적자였지만, 나스닥에 상장해 100조원을 넘어서는 시가총액 기업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마술과도 같은 일들이 최근 몇 년간 연이어 일어났다.


검은 머리의 미국인, 일본인이 최대주주인 회사라고 시중에서 쿠팡의 지배구조를 이야기한다. 미국의 쿠팡 본사가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들고 있으며, 미국 본사의 최대주주 손정의는 약 30%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김범석이 가진 주식수는 극히 작지만, 의사결정권 기준으로는 약 75%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1인 기업과 같다. 우리나라 제도상으로는 상장도 어려웠고, 김범석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쿠팡은 대만 로켓배송, 패션, 화장품 등 미래 신사업 3가지 분야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에 이어 대규모 물류센터를 통한 로켓배송 시스템을 복제해, 대만에서도 2022년부터 로켓배송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화장품에 투자하고 있다.


2023년 세계적인 명품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인 파페치를 5억불에 인수해, 년간 약 40억불 매출기업을 품에 안았다. 참고로 파페치(큰 규모의 적자기업으로 알려져 논란 중이다)는 내 딸이 열광하는 사이트였다. 이 3가지 미래사업이 머지않은 시점에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이룬다면, 쿠팡은 다시 한번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선 로켓배송에서 월 4,990원(금년 4월에 7,890원으로 인상)을 내면 로켓 와우 멤버십을 가져, 배송비가 무료다. 현재 멤버가 14백만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4명 중 1명이 쿠팡 회원이다. 연간 멤버십 매출이 무려 8,000억이 넘는데, 멤버십 매출 1조를 넘기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렇게 와우 멤버들을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 전용 쿠팡플레이 OTT사업, 쿠팡이츠 음식배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OTT사업은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2위의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시간 스포츠 채널이 없는 넷플릭스를 겨냥해 특화했다.


OTT사업은 고객을 록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신규 멤버를 끌어들이고, 기존 회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영리한 부가서비스다. 물론, OTT사업에 쿠팡이 투자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2022년 손흥민과 토트넘을 국내에 불러들여 독점 중계를 하면서, 지불했던 금액이 100억원이다.


최근 MLB 오타니가 속해 있는 다저스 등 MLB팀의 경기 6개에 대한 독점 중계권도 쿠팡이 유치했는데, 유치금액은 대외비라고 한다. 이쯤 되면 쿠팡의 사업 정체성이, 내 나이 또래 사람들에게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는 와우멤버가 아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모두 멤버이고, 물건 구매를 쿠팡으로 많이 한다. 아파트 문 앞에 비닐 포장, 박스 포장의 배달물품을 보면서 로켓 배송시스템을 실감한다.


아마존이 사업초기 온라인에서 가장 특화했던 제품이 책이었고, 여기에서 하나씩 취급상품 카테고리를 늘렸다. 쿠팡은 기저귀에서 시작했다. 아이를 둔 부부라면 부피가 큰 기저귀를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의 한국적 현실을 김범석은 간파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사업모델 관련 이슈들도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룬 한국판 아마존 기업인 쿠팡의 성공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과 전 세계에서 약 5만명의 쿠팡 맨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들이 강변했던 계획된 적자를 이제 넘어섰지만, 그들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같은 것으로 더 큰 승부를 해야 한다. 김범석의 어깨가 더욱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농구팀의 주장 같은 리더다. CEO라면 감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난 선수와 함께 뛰어다니고, 호흡하는 주장이고 싶다.” 그의 말처럼 주장으로서 그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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