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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Sep 03. 2024

내만사 - 지정환 신부

전문인 09

지정환 신부 (1931 ~ 2019)

벨기에 신부로 한국에 들어와, 임실 산골에서 치즈를 만들었다. 종교 이외에도 임실 사람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그는 지정환으로 창성창본해, 우리나라에서 영면한 천사다.




한국에서 치즈 역사는, 임실 치즈의 역사와 같다. 1959년 디디에 엇세르 스테빈스라는 벨기에 출신 신부가, 전쟁 때문에 당시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우리나라의 부산항에 들어왔다. 그는 전주교구에 배속되어 있다가, 1964년 척박한 산골 임실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그곳에서 가난한 농민들을 만나자, 그냥 돕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마을에 있던 두 마리의 산양을 발견하고 산양유를 만들어, 전주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산양을 키우는 사람들이 차츰 모이고, 조합도 결성되었다. 그런데 산양유 재고를 버려야 하는 것을 보고, 그는 치즈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의 부모에게서 2천불을 빌려 1967년 임실 치즈공장을 설립했는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프랑스, 이탈리아를 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돌아왔다. 1969년 치즈 생산에 마침내 성공했다.


당시 치즈제품은 신부님이 앞장서, 서울 조선호텔에 납품하면서 활로를 개척했다고 한다. 신부님은 치즈공장의 모든 권한을, 주민 협동조합에 무상으로 넘겼다. 임실은 한국 치즈의 본산지가 되었다.


신부님은 1970년대부터 몸의 신경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1984년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를 전주에 설립했고, 죽을 때까지 무지개 장학재단을 운영했다.


2016년 법무부에서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국적 증서를 받아, 법적으로 한국인이 되었다. ‘임실 지 씨’를 창성창본 하여 ‘지정환’이라고 개명했다.


나는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피자나 음식 위에 가루 치즈를 뿌리면, 걷어내고 먹었다. 지정환 신부님의 치즈 스토리를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60년 동안 한국에서 종교인으로 봉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가난한 산골마을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했다.


임실 치즈공장에 꼭 가보고 싶다. 임실치즈 한 장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줄 정말 몰랐다. 눈물이 날 정도로 지정환 신부님께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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