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41
이나모리 카즈오 (1932 ~ 2022)
경영 철학자로 불리며, 일본 3대 경영의 신 중 가장 최근까지 생존했다. 차분한 그의 리더십을 많은 사람들이 존경했다. JAL의 회생도 직접 리딩 했는데, 임직원들의 팔로우십과 마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교세라의 설립자 이나모리 카즈오는 일본 경영의 신 3명 중 한 사람이며, 최근까지 현존했던 분이다. 65세에 교세라 회장직을 그만두고, 불교에 잠깐 귀의하기도 했다.
그는 법정관리의 일본항공(JAL)을 회생시키기 위해 무보수로 JAL을 경영해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고, 2년 만에 명예롭게 은퇴했다.
일본 가고시마의 시골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 재정이 극도로 악화되었던 교토의 한 전자부품 회사에 취직했다. 동료들이 떠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신소재 개발(세라믹) 팀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27살에 교토 세라믹(교세라)을 28명의 직원과 함께 설립했다. 이후 NTT에 대응하는 민영 장거리 통신업체(훗날 KDDI, 일본 2대 통신업체)를 설립하고, 일본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른 경영인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철학자라는 말이 자주 붙는다. 나 역시 신문을 통해 JAL의 회생 보도를 접했다. 이나모리는 ‘아메바 경영’, 10명 내외의 소집단 경영활동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조직을 아메바로 부르는 작은 집단으로 나누면, 모든 사원이 주역이 되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치 우리나라 대형교회가 소규모 셀조직을 만들어, 교회 참여에 적극성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는 ‘카르마 경영’이란 책을 읽으면서, 좀 더 깊게 그의 경영철학에 공감할 수 있었다. 카르마 경영은 내가 첫 직장에서 은퇴하고, 일정기간 쉴 때 읽었다. 회사 다니는 동안 자기계발도 제대로 못했는데, 책장을 정리하다가 그 책을 발견했다.
카르마는 業이라고 하는 불교 용어다. 생각한 것이 원인이 되고, 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한다.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지며,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고 그는 말했다.
이러한 인과응보의 법칙은 그가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경험했던 절대 법칙이었다. 업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쉽고 편한 길을 버리고, 원칙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얼핏 보면 요령이 없어 보인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확고한 철학에 근거한 행동의 결과는 결코 손해가 아니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은 인간으로서, 경영인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이다.
카르마 경영을 읽으면서, 불교인과 철학자로서 그의 삶의 뿌리에 공감했다. 그는 이나모리 재단을 설립해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었다. 세다이 주꾸라는 경영모임을 만들어, 직접 경영자를 만드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축구선수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로 가기 전까지, 교토의 퍼플상가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유럽에 가기 직전 무보수로 퍼플상가의 천황배 결승전에서 뛰어,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퍼플상가의 구단주가 이나모리였다.
그는 씨 없는 수박의 창시자 우장춘 박사의 4번째 딸 사위이며,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하얀 머리에 단정한 양복을 입은 진중한 경영자로서, 그의 모습은 지금도 내 눈에 선하다. 기업현장에서 평생 리더십을 발휘하고, 리더들을 길러낸 그는 많은 경영자들의 귀감이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와 지금은 많이 다르지만, 나는 경영의 기본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가 남긴 진솔하고 무게감 있는 경영원칙을, 지금의 최고 경영자들이 잘 익혀서 성과를 내면 좋겠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그 길에 동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