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만사 - 리드 헤이스팅

경영자 08

by 구포국수

리드 헤이스팅스 (1960 ~ )

비디오 가게를 가지 않아도 보고 싶은 것을 빌려보고, CD를 우편으로 반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은 그보다 30년 전에 LP판의 우편배달사업을 이미 했었다. 두툼!(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리드 헤이스팅스는 마크 랜돌프와 함께 1997년 넷플릭스를 공동 설립했다. 초창기 사업모델은 월 20불 정액을 받으면, DVD 3장을 우편으로 집에 배송해 주는 것이었다. 동봉된 반송 선납봉투에 DVD를 넣어, 우체통에 넣으면 반환되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었다.


DVD를 한 개 잃어버리거나 연체되면 대여점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다고 한다. DVD 우편배달이니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 없어, 비용측면에서도 경쟁업체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서비스 개시 후 3년 만에 당시 DVD 1위 대여업체(블록버스터)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넷플릭스는 거절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DVD 대여사업뿐만 아니라, OTT(Over The Top) 사업까지 확대했다. OTT는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업계 최초로 OTT에 뛰어들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나 워너 그룹과 같이 자체 콘텐츠를 보유하지 못했지만, OTT 시장기회를 일찍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통적인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도 OTT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넷플릭스도 자체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수성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미국 5대 영화 메이저 회사와 함께 전미 영화협회 회원사의 자격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케이블 TV가 워낙 강세였는데, 넷플릭스는 이들 업체들을 파괴시켰고 업계의 패자가 되었다. 콘텐츠가 실물이 아니어서 글로벌 사업확장도 용이해, 이제는 190여 개국에 42백만장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미디어 제국이 되었다.


2000년대 나는 동네 아파트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려봤다. 이런 단순한 사업인데, 넷플릭스가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성장해 온 것은 정말 놀랍다. 미국에서 선발 주자였던 블록버스터가 1985년부터 DVD 오프라인 대여사업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우편배송에도 뛰어들었지만, 블록버스터는 2010년에 파산했다.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못했던 기업의 운명은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창업자인 헤이스팅스는 괴짜 CEO로 유명하다. 그는 고정된 자기 사무실 없이,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F&R(Freedom & Responsibility) 정신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임직원 개개인에게 최대한의 권한과 자유를 주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F&R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2007년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DVD 우편대여 서비스를 2023년까지 제한된 범위에서 유지했다고 한다. 같은 해 그도 CEO에서 물러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후배에게 CEO 자리를 양보했다. 스트리밍 시대를 이끈 성공적인 그였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CEO에게 지휘봉을 넘겨준 것이다.


1997년 창업초기 넷플릭스라는 사명을 정했는데, 인터넷(Net) + 영화(Flix)의 합성어이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DVD 대여사업에 머물 생각은 없었다.


창업 26주년이 지난 지금의 넷플릭스는 우리 집 OLED TV, 노트북에서도 아이콘을 누르는 순간 ‘두툼’하고 넷플릭스의 시그니처 음을 낸다. 26년 전 빨간 봉투에 DVD를 넣고 배송하던 창업자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글로벌 미디어 제국을 이룬 그들의 큰 성과에 찬사를 보낸다.


헤이스팅스는 은퇴 후 이사회와 CEO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자선사업 활동과 넷플릭스 주가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두툼, 넷플릭스!




keyword
이전 03화내만사 - 알프레드 노벨